나는 외로움의 치료법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옛날에는 시간이 약의 전부인 줄 알았다. 외로움이더라도 서로 체온을 나누고 있으면 그것이 어느새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닌 겨울 속 따스한 집 우리의 이부자리와 같아진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외로울 때 바람 좀 쐬러 밖에 나가 외로움끼리 부둥켜안아도 외로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작가가 여행 중에 스티브 같이 궤도를 이탈한 별들도 별밤을 만들 줄 알았다. 외로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외로움이 데워주는 품속에 안겨있는 것 같았다. 품속이라고 느낀 것은 그만큼 이 책이 편안한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외로움에 대한 또 다른 얘기도 들을 수 있다. 그것은 헤어짐이 곧 외로움을 낳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우연히 핀 책장에서도 그 얘기를 엿들을 수 있다. 작가는 떠돈다. 어느 한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정착하지 하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 그런 그녀가 수없이 많았을 만남 뒤 헤어짐을 쌓아와 외로움만 산더미 같다면 나라도 정착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녀의 이야기가 자꾸만 나를 밖으로 부르는 것은 헤어짐이 외로움을 낳지 않는 이유도 있다. 오히려 만남에 외로움은 아마 잊혀지지 않을까?
그녀의 가슴 속의 마음 어느 구석인지 모두인지 그리고 얼마나 크고 작은지는 잘 모르지만 제목부터 남다른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가 방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여행이란 방황. 나도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방황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세상을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면 작가처럼 나도 세상 물정 겪는 그런 사람도 될 것이다.
여행을 떠난 작가.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그 마음은 아직까지도 마음으로만 남아있다. 처음에 마음을 먹을 때도 먼 훗날을 기약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버는 돈을 족족 세상의 곳곳을 누비는데 쓰는 작가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깊이 공경하고 싶다. 할 수 있다는 마음만 나도 어쩌면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뿐인 나다. 그래서 마음을 두 손과 두 눈과 두 발 온 몸으로 행동하는 작가의 모습은 비록 외로움일지라도 자유분방하고 굳세게 보인다. 외로움이면 또 어떨까? 그냥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다가가면 될 뿐이다. ‘단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