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심리학

- 조종하고 현혹하는 심리학을 의심하다

이 책을 처음 다 읽고 난 뒤에 처음 떠오른 것은 바로 '먹먹하다'라는 단어였어. 범죄의 과정과 범인이 처음부터 나오고 있었음에도 그 많은 복선에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책을 읽었던 것은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였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엄마는 이 책을 동호회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 저자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 일반 추리소설과는 달리 범죄와 범인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순정이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어. 엄마가 좋아하는 만화 <백귀야행>과 제목이 비슷해서 표지를 보고 만화책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 첫번째 관심은 그거 정도.

두번째 관심은 당연 저자였지. 하지만 엄마는 두꺼운 책은 읽어도 나눠진 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아서 그 책을 빌려가려는 경쟁에는 끼지도 않았어. 그건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가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였어. 엄마는 피 나오는 영화는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도 안 보거든.ㅎ

그러다가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다른 사람의 리뷰때문이었지. 2권으로 끝나도 될 내용을 3권으로 늘려놨다, 추리소설이지만 내용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그런 내용이었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을 안 읽어본 사람 같았는데, 왠일인지 책을 읽고 옹호해주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더라고, 추리소설이 꼭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

엄마는 이 책 아주 속도감 있게 읽었어. 라식 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 전에 책을 읽어야 하는데, 예지와 놀면서 책 읽기는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 그림책이 아니니까 예지랑 같이 볼 수도 없고,,,내용 역시 아가가 들어야 할 것은 아니니까.

묘사를 잘하는 작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미지가 그려지더라. 어두운 눈빛의 료지와 화려하게 아름다운 유키호. 아마 영화주인공에 대입해서 그런가봐. 제목때문에 혹은 표지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

범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범죄 과정을 매번 나왔고 보다 근본적인 사건의 시발점이 나왔을 때보다 료지의 마지막과 유키호의 뒷모습에서 엄마는 '앗'하고 놀래버렸지.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그 둘은 과연 사랑일까. 한 여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남자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여자의 이야기.

어린 시절의 상처는 피부에 새겨진 자외선의 기억처럼 그렇게 서서히 스며나오는가봐. 평생을 지워지지 않을 상처처럼. 화장을 하고 수술을 해도 본인만은 기억하는 그런 상처. 둘다 너무 안쓰러워서 안아주고 싶은 그런 뒷모습이었어.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되지는 않지만,,,

신문에 나오는 사건들때문에 걱정이 많은 엄마란다. 우리 예지가 무사히 잘 클 수 있도록, 극복할 수 있는 상처만 입도록 할머니께서 지켜주실거라고 생각하지만, 딸 가진 사람으로서 남일 같지가 않구나...ㅜ0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