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고르게 된 건 순전히 제목 - 정확히는 앞으로 개봉하게 될 어느 헐리웃 영화의 원작소설에 대한 기대치 -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재즈 시대 이야기]를 완역한 것으로 총 11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젤라빈>, <낙타 엉덩이> 혹은 <도자기와 핑크>와 같은 재미난, 그리고 상당히 가벼운 단편에서부터 어떻게 본다면 상당히 현실적인, 조금은 암울한 <행복의 잔해>와 같은 단편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던가 제목부터가 말도 안 되는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와 같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 있다면 발견한 그 자체만으로도 노벨상 감인 - 정말로 비현실적인, 몽환적인 단편도 있다. 물론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는가 하면,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딴 <Mr.아키>나 <산골 소녀, 제미나>와 같은 단편도 있다. 실화를 엮었다는 <메이데이>라던가 무언가 의미심장한 제목의 <오, 적갈색 머리카락 마녀!>도 있다.
이 책에 실린 11개의 이야기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책의 제목이자, 이 책을 받고 펼치면 제일 첫 장에 나오는 이야기이며 내가 가장 관심 있었던 이야기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자.
이 이야기의 원제목은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말 그대로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부분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 또는 소설을 접하면 우리는 늘 미래로, 혹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이 책은 알 수 없는 미래를 말하지도, 이미 정해져 되돌릴 수 없게 된 과거를 말하지도 않고 어느 한 사람의 남들과는 거꾸로 가는 시간을 말하고 있다. 남들이 늙어갈 때, 젊어지는 기이한 벤자민의 시간.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은 겨우 38쪽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166분인 것을 감안하면 38쪽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짧을 것이다. 그 짧은 이야기 안에서, 벤자민의 모든 것이 깜깜해졌을 때, 나는 아주 달콤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벼운 단편이라고 소개했던 <젤리빈>과 <낙타 엉덩이>에서는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표현 그대로 ‘플래퍼(flaapper)' 말 그대로 허영 가득한 왈가닥 소녀, 말괄량이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벌이는 축제 역시 풍요와 사치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특히 <도자기와 분홍>에서는 피츠제럴드 특유의 익살을 한 소녀의 경박함과 함께 마음껏 볼 수 있을 것이다.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제일 먼저 연상된 이야기는 말 그대로 누군가의 허풍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물론 결국에는 부질없는 것이 되고 남은 것은 순진한 부잣집 아가씨와 그녀가 다이아몬드와 바꿨다는 처음 보는 가짜 보석인 라인 석뿐... 이 이야기를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은 “키스민”이라는 아가씨가 얼마나 순진한 지- 그 순진함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였다.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라!! 그러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될지어니!! 이 이야기를 읽고나면 이 제목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역시 깨닫게 될 것이다.
<행복의 잔해>는 앞서 위에서 말했듯이 다른 어떤 단편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제목 그대로 이 이야기에서는 핑크빛 사랑과 그 행복보다도 강렬했던 잠시의 행복, 그 행복의 잔해를 보게 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이야기들보다도 어쩌면 가장 암울한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지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의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보고 있다. 물론 집에 있는 <위대한 개츠비>도 다시 읽어볼 계획이다. 1920년대, ‘재즈 시대’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함이 어떨런지???
벤자민버튼의시간은거꾸로간다,
벤자민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