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한마디로 이 책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젊은 20대에게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나는 청소년과 학생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을 가정해서 계속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펀지와도 같아서 책 내용을 개인의 가치관이라는 필터 없이 그대로 다 받아들여 100% 흡수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의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제1 장래희망은 공무원이다. 가장 도전적이고 모험을 즐겨야 할 젊은이들이 변화 없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한 이 사회가 과연 창조적인 인간을 배출해낼 수 있을까? 오직 합격과 불합격으로만 갈리는 제로섬 게임에 모든 것을 건 학생들이 정말 각자 모두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시대적 특징에서 출간된 <공부하는 힘>이라는 책은 청소년과 젊은 20대들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까?

맨 처음 2007년 첫 출간시 <행복>, <창의력>과 관련하여 주목받던 <몰입>서적이(실제로 내가 2007년 출간된 <몰입>을 구매한 계기도 앞표지의 행복이란 단어, 뒤표지의 창조성이라는 단어 그 2가지에 결정적으로 끌려서였다) 결국에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수험서의 일종으로 인기를 끄는 그 아이러니를 몇 년 전 실제로 봤으나, 심지어 현재 트렌드에 맞게 '공부'라는 명사까지 집어넣어 추가로 책까지 나온 이 상황까지 도래했으니, 나는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걱정이다.

나는 급기야 ‘이 책에서 말하는 24시간 몰입의 일상’을 ‘반대’하고 또한 몰입이 인생의 <행복>을 준다든지 <창의력>을 발달시켜 준다든지 하는 내용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꼭 말하고 싶다. 책을 사기전 이런 이면을 반드시 알고 사야 한다. 특히 비판 없이 책 내용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학생에게 선물로 줄 책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우선 <행복>에 대해 말하자면,

진정한 행복은 몰입이 아니라 인간에서 나온다. 인간은 몰입이 아니라 멍때림(넋 놓음)과 일탈 속에서 형성된다. 국제학업성취도 비교평가에서 단골 1위는 핀란드다. 물론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학생들도 최상위(2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렇지만 핀란드와 비교하면 공부 시간을 무려 2배 가까이 투자하고 있다. 2배의 시간을 투자해서 핀란드와 비슷한 공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여름 방학도 마찬가지다. 핀란드 학생은 여름방학을 무려 3개월이나 주고 단 1개의 여름방학도 내주지 않고 단지 하나 내준다면 '신이 나게 놀라'고 얘기해준다. (반면, 그 시간에도 한국 학생들은 여름 방학을 놓치면 모든 것을 놓친다고 말하며 미친 듯이 공부한다.) 핀란드는 주당 사교육 투자 시간도 고작 3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제학업성취도는 한국학생과 비슷하다.

이런 결과로 생기는 차이점이 '자기객관화'와 '자존감', '이타심' 등이다.

핀란드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외부적 가치평가로 인해 본인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타인이 힘들다는 감정을 공유할 줄 안다.

왜? 공부 외의 쉬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부에 몰입하지 않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몰입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신의 좋고 싫음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자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 자기객관화가 안 되어 부모의 욕망을 욕망하고, 사회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기의 욕망을 욕망하지 못하는 인간이라 외부가치평가에 의존되어 자존감은 사라지고 자존심밖에 없다. 게다가 본인 감정 중심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약하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우리네 삶에는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학생은 등교하며 그 날 아침 공기를 음미하고, 자연의 지저귐을 느낀다. 때론 자연 속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멍도 때린다. 오히려 그럴 때 여러 가지 가치관들이 정리된다고 한다. 공부 외의 시간에는 여기저기 다니며 다양한 문화 경험과 삶의 방식을 경험한다(한국 학생들이 이렇게 돌아다니면 아마 100% 일탈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 그게 바로 인간이다. 오감을 느끼는 인간.

그러나 '공부하는 힘'에서 소개하는 사례를 보면 이런 시간조차 몰입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멍때릴 수 있는 시간(누군가는 자투리 시간이라고 말할, 버스에 앉아 창가에 머리를 기대 바라보는 세상 밖의 풍경을 보는 시간도, 의식 있는 그 누군가에게는,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이 공존하고 있고 감정이 교차되는 걸 인식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공부 생각을 완전히 접고 일탈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가? 그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우리는 학생들에게 역설하는가? 역설 받아 본 적 있는가?

이 책에서 한결같이 말하는 내용이 있다. 몰입하면 행복하단다. 그래 맞다. 나도 지인이 실연을 당한 후 그 상황을 잊기 위해 온종일 미친 사람처럼 수학 공부를 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 그 지인은 도서관에서 미친 듯이 수학 문제를 풀어서 실연의 기억을 뒤로 밀어 버렸단다. 몰입에 한번 빠져드니 실연당했다는 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심지어 문제를 맞혔을 때 <행복>했단다.

섬뜩했다. 지인은 오랜 시간 살아왔지만, 불행히도 타인의 감정 상태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이 음악을 들으면 기쁜데, 왜 너는 기쁘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혼자서 수행하는 시험은 모두 좋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항상 이성과의 관계였는데, 평생을 몰입만 하다 보니 본인의 세계에서 모든 것을 다 해석했고 본인이 타자와 함께 존재하고 있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관계가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언가 일이 틀어지면 해결책으로 쓰는 방법이 있었는데 항상 다른 몰입거리를 찾아서 기존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몰입이 혹시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이런 식의 기능으로 제공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우려스럽다.

책대로 몰입하면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불행을 잠시 잊게 해주는 최면일 수도 있다. 그 차이는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몰입에서 벗어나서 객관적으로 자기를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때서야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 멍때림과 일탈이 필요하다.

그리고 <창의력>에 대해 말하자면,

책에서도 거론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경우, 본인이 한 줄 한 줄 직접 관여한 광고 카피를 통해, "미치광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부적응자들, 반역자들, 말썽꾼들, 그들은 규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은 이들을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 애플은 그들을 천재라 부른다. Think Different."라고 말하며 창조자들에게 진정 경외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말한 창조자들이 과연 정해진 답을 푸는 과정으로 몰입했던 사람들인가?

이 책은 계속 ‘정답이 정해져 있는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여러 가지 과정을 생각하여 푸는 몰입을 하라고 권유하는데 굳이 강조해서 추천할 필요가 없는 방법이다.

책에서 추천하는 대로 정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문제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몰입하면 창의력이 증진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 틀 안의 창의성일 뿐이다.

정답이 정해진 수학 문제를 가지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직접 여러 가지 문제 풀이 과정을 생각하는 것은 지금의 컴퓨터도 가능한 일이다. 쉬운 예로, 네비게이션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4가지 경로(고속도로 2개, 국도 2개)를 아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제시한다. 네비게이션은 도로에 관해서는 완벽한 몰입 상태이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과정을 다 변형시킬 수 있다. 그럼 네비게이션도 창의력이 있는 존재인가?

나는 어째서 4학년 초등학생이 회로에 각인된 네모난 틀 없이, 오감의 세계 속에서 세상에 몰입하며, 사물을 캐치해서 쓴 “신발은 장사다. / 사람을 든다.”라고 쓴 동시가 더 몰입도 있고 더 창의력 있게 느껴질까?

네비게이션 기계같은 제한된 창의력만 가진 인간이 된다면 이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인간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게다가, 모든 자투리 시간을 이런 식의 몰입으로 다 투자한다면 정작 감각을 가진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창의성(정말 뭔가에 몰입하여 걸으면 주변의 사물도 안보이고 소리도 안 들린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감각들을 놓치며 사는 것이 훨씬 더 손해라고 생각하게 됐다)들을 많이 놓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몰입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2007년, 2011년, 2013년 3번에 걸쳐 책을 내면서 오히려 몰입의 본질이 흐려지고 단지 자기계발성 수험서 종류의 방향으로 집중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런 식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모든 사람의 성공 원인을 24시간 몰입과 하드 트레이닝이라는 하나의 이론으로 단일화하여 해석하는 것은 자칫 몰입이 또 하나의 강압적 교육 방식으로 한국에서 전혀 다르게 통용될 가능성까지 있어 극히 우려스럽다. 물론 저자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님을 백번 천번 이해하는 바이나 서점의 모든 책을 자기계발서와 공부 동기부여서적으로 전환하는 한국인의 놀라운 능력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특히 24시간과 하드트레이닝 방식을 강조하는 것은 흡사 영하 40도의 극한 실험을 이 전자제품이 통과했다고 광고하는 일종의 <기계테스트>를 연상케 한다.

24시간 몰입과 하드트레이닝의 경우 이미 대한민국 전국 각 학교의 공부 벌레들만 봐도 벌써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몰입을 하지 말라고 해도 충분히 하고 있으며(일부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많이 자살하여 우리나라 10대, 2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게다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영광까지!) 여기서 우리가 진정 놀라워해야 할 점은 ‘어떻게 저리 온종일 몰입하는가 정말 저 아이 대단하다’가 아니라 유럽의 경우 한국의 그 학생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을 몰입하고 공부하면서도 비슷한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덤으로, 유럽의 학생들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까지 알고 게다가 옆자리의 학생이 우울하면 본인의 행복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까지 안다.

(재미난 일례를 하나 덧붙이자면, 한국 사람이 유럽에 유학이나 이민을 가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사람들이 참 게으르다. 공부도, 일도 한국과 비교하면 열심히 안한다.”라고 한다. 그럼 유럽인들은 귓속말로 한국인을 보며 얘기한다고 한다. “저 사람 불쌍해. 일하려고 태어났나봐.”)

"온종일 몰입하지 말거라. 너는 몰입하는 기계가 아니란다.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란다. 때론 먼 풍경을 보며 한없이 멍도 때리고, 때론 부모 몰래 잍탈하여 대학로에 가서 연극도 보고 록 페스티벌도 가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도 보아라.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있는 까치 커플을 보며 동물도 사랑을 나눌 줄 아는구나 느끼고, 때론 배고픔에 힘없이 걸어가다 마주친 밤하늘의 반달이 단무지처럼 보이는 날도 있어 내가 보는 세상과 배고픈 자가 보는 세상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거라. 그렇게 '나'를 느끼고, '내 옆의 누군가'를 느끼고, '세상과 자연'을 느끼거라.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몰입>하거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지금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몰입, 행복, 창의력, 자기객관화, 이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