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공지영 소설 팬이었던 나에게 이 책은 역시 지나칠 수 없었다. 민감한 주제이지만 그녀가 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왠지 신뢰가 갔다. 그렇게 책을 구해 추석때 집에 내려가는 기차안에서 첫 장을 펼쳤다. 모처럼 맞는 휴일, 안타깝게도(?) 추석 첫 날에 체해 내내 고생했다. 오랜만에 집에 내려가 많이 먹은 탓도 있겠지만, 책에 적힌 내용이 충격적이고 마음을 무겁게 했던 탓도 분명 있으리라.

평소 들어보기만 했지, 그냥 지나쳤던 사건을 알아가는 과정이 마음아팠다. 정말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기괴하기까지 했다. 중간에 나온 법률부문과 소송내역들은 잘 이해가 안가긴 했지만, 이것들이 왜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단순한 휴지덩어리에 불과했다. 같은 하늘 아래서 어떻게 이런 다른 삶들이 존재하는 것 일까? 그들을 뭘 그렇게 잘못했던 것일까? 전쟁 그 이상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들에게 국가와 사회는 왜 등 돌리고만 있는 것일까?

제 3세계 이야기도 아니고 바로 같은 나라, 같은 국민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한 것일까?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애초부터 이해가 갈 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맞다, 책을 읽었을지언정 각자의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개인이 사건에 도움을 주긴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알고 사는 것과 모르는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이 ‘이기적 식탁’이라 해서 뭔가 환경문제에 관한 르포나 사회적 이슈를 다룬 책인줄 알았는데, 그 내용이 아닌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와 레시피를 담은 소소한 에세이집 이였다. 올해 자취를 시작하며 내가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은 거라고는 계란비빔밥, 김, 두부김치, 각종 냉동식품, 라면, 씨리얼, 캔 식품이 전부인지라 이 책의 내용은 완전 신세계였다.

책 제목부터 ‘이기적 식탁’으로, 읽기 전 저자가 음식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것을 가만해야 할 것이다. 사실 여성이라도 평소 요리에 이만한 열과 성을 다하긴 힘들 것이다. 내 냉장고에는 할리피뇨와 라임, 바닐라오일, 럼주가 없음은 물론이고 주방에도 푸드 프로세서는 물론 무쇠 냄비와 오븐도 ‘당연히’ 없다. 하루 세끼 식사를 꼭 챙겨먹는 나이지만 뭔가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의 8할이 나에게 어색하다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시절 사회복지활동에 관심이 많아 여러 활동을 했던 순간들이 갑자기 스쳐지나가면서, 하루 1,000원이 없어 종일 굶는 아이들이 얼굴이 생각났던건 개인적인 위화감일 수 있겠다.

맞다. 이런 실용서(?)같은 책은 나에게 맞지 않을시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어째 내가 나가는 독서동아리의 이번 주 선정도서가 이것이라 꾸역꾸역 읽었다. 모임에 나가 추천자의 추천의도와 작성한 발제지도 한 번 읽어봐야 겠다.

저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패션잡지 에디터가 아닐까 하는 강한 추측이 그의 문체에서 느껴졌다. 난 이런 문체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콜라처럼 톡쏘는 문체도 나름 매력이 있지만 이 책은 너무 과했다. 글자들이 종이에 흡수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이므로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겠지만 말이다.

요리라고 하면 뭔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낼 정도로 거창한 것이 아닌, 그냥 콩나물 무침, 된장찌개, 장조림, 비빔밥처럼 만들 때나 먹을 때나 부담없는 것이 가장 좋다.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이자, 본연의 나와 마주(?)하는 느낌의 식사까지 각종 화려한 것들로 채우는 잇보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Though no one can go back and make a brand new start,

anyone can start from now make a brand new ending.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해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카를바르트(Carl Bard)-

제목이 ‘확’끌려 독서동아리 도서추천으로 정한 책. 심리학과 약간의 자기계발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심리치유서이다. ‘까칠’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행동 다하고, 남의 시선 신경쓰지 않으며 독립적이고 당당하게 살자는 어감을 받았는데, 책에서 말하는 ‘까칠’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부드럽고 건강한 까칠함’이었던 것 같다.

나의 ‘방어기제’ 점검하기

나라는 존재 안에는 자신의 진짜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에게도 숨기는 많은 정신기전들이 작용한다(p.237) 방어기제란 심리적 갈등이나 좌절, 죄책감 등으로 불안이 발생할 때, 고통스러운 상황에 적응하고 심리 내부의 평형상태 유지를 위하여 동원하는 심리작용이라 한다. 그 종류로는 억압, 저항, 부정, 퇴행, 합리화, 투사, 취소, 보상, 지식화, 회피, 승화, 이타주의, 대체형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에서 나는 어떤 방어기제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지 아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도 ‘쌩얼’이 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마음보다는 거기에 화장을 더해 사람들 대한다. 그 화장을 매일매일 깨끗이 지우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고 덜 지우고 덧칠하고 덜 지우고 덧칠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진짜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 자신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고민이나 단점, 트라우마가 있다면 그것을 당당히 말하는 것도 좋다. 이런 문제들은 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효과를 가지기도 한다.

세상을 구성하는 데는 모든 종류의 인간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해도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p.138) 인간관계에는 20/60/20의 법칙이 있다. 20%의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60%의 사람이 나를 평범하게 생각하고, 20%의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굉장히 성공적인 인간관계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를 편히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인정하되,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고자 노력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p.88)

‘정상인이란 약간의 강박증과 약간의 히스테리 그리고 약간의 편집증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프로이트-

[자살 본능, 가면 우울, 가짜 철학적 경향, 강박장애와 편집증, 공황장애, 환절기 마음병, 따돌림, 열등감과 죄책감, 거부불안] 책에서 제시하는 9가지 요소들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요한건 이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하느냐이다.

사랑한다 말해줘

너무 무거운 주제로만 이야기 했나, 결국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본성, 감정, 장점, 단점,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한다 말해보자, 오글거리는 만큼 자신의 마음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거침없이 자기 자랑도 해보자. 난 ~~이렇게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더 잘될 것이다 / 난 ~~이런 단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점도 많은 매력적인 사람이다 / 부족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 난 이런 나의 단점까지도 사랑한다 등등...

세상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 때문에 세상이 있다. 내 감정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인생이여 다시!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