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확실한 건 무언가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면 그건 누구도 행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거죠”

나는 스물 다섯이다. 나름 흔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 성은 다른 내 이름을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나는 편이고 항상 행동해야하는 마음과 튀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충돌하는. 책 속 주인공, 88년생 지혜(언니?)를 보면서 왠지 내 미래가 저 모습일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인턴이지만 내가 원하던 직장은 아니니까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고, 기계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위안을 가지는.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론 지혜가 부러웠다. 지방에서 살아온 나는 서울에 올라가서 일 할 자신이 꽤 없기 때문에.(서울의 방값과 계약직의 월급을 생각하면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왠지 올라갈 수 없는 곳이 서울인 지방인의 생각) 지혜는 독립도 했고, 자신의 돈으로 기계적으로나마 자기계발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약간 책 속에서는 지혜의 현실이 비관적이었지만 나에게는 꽤 괜찮은 꿈 같았다.

 무튼 부러움을 껴안고 먼저 취업한 언니에게서 밥을 얻어먹으면서 듣게되는 한탄같은 회사생활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내가 꿈꾸는 회사생활과는 멀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겪고 있는 꼰대 같은 김부장, 상사인 티를 내며 잔소리하는 츤데레 같지만 츤데레 아닌 츤데레인 유팀장 등. 그리고 이 곳에서 규옥이 인턴으로 들어오면서 반격의 신호탄이 장전된다.

 그들은 소소한 것 같지만 남들은 시도하기 힘든 일들로 세상에 반격을 시작한다. 그들이 진행하는 반격을 보고 있으면 나는 ‘과연 나였으면 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라는 생각과 ‘그렇다고 뭐가 과연 바뀔까’ 라는 상반된 두가지 생각이 든다. 내겐 튀어보이지 않으려는 마음에 집 밖에서는 후의 생각이 이기지만 내 방 안에서만큼은 전의 생각이 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조금씩 전의 생각을 집 밖으로 끄집어 나가려면 실천을 더 연습해야겠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규옥의 말처럼 무언가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건 누구도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격을 연습해야 한다. 집 밖으로 살금살금 나의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선.

서른의반격, 은행나무, 손원평, 아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