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겨우겨우 끌어가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새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 큰 구조는 단순한 데 그게 다가 아니다. 늘 그렇듯 반전도 있고.

 

아. 맞다. 내가 만족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가족. 특히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도 가르쳐준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지만. 이 책 역시. ‘아. 맞어. .. 나..는? 잘 살고 있나..’ 묻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글라스의 소설에서는 늘 ‘이혼’이 등장하는데. 뭐 그게 문화의 차이로 생각해도 좋고. 작가가 ‘이혼’하라고 부추기는 건 아니니까. 읽을 때 참고하시면 되겠다.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 그런 성격이다. 우리 삶에서 성장은 계속 될 것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책을 읽고 나서. 글쎄. 내가 지금 행복한가? 자문하게 된다. 일상 속의 소소한 삶에서 변화와 활력을 찾아볼 수 있는지. 재미있게 느끼는 건 뭔지.

 

책을 읽고 꼭 뭔가를 따라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몇 문장을 기억해두고 싶다. “희망은 우리 모두가 매달리는 생의 필수품이다.” 번역을 멋지게 한 건가. 본래 말을 멋지게 한 건가. 하여간..

 

 

 

061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때가 많다는 사실을 점점 더 크게 깨닫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치러야 하는 대가일까?

 

094 깜짝 놀랄 만한 일을 찾아내는 방법은 간단해. 깜짝 놀랄 만한 일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버리는 거야.

 

107 그래 물론 잘된 일이지. 내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른이 된 뒤로 50년이나 더 걸린 것만 배면 그래. 너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구나. 너는 언제 네 행복을 찾아서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거니?

 

128 우리는 과연 타인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이 겪는 일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마당에 타인의 내면을 정말이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167 저는 다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어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잖아요.

 

204 누구나 가면을 쓰지 않을까요? 누구나 스스로 자기 모습을 만들어가잖아요. 문제는 자신이 만들어낸 모습에 만족하는지의 여부겠죠.

 

256 널 그렇게 만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 자신이야.

 

263 오래도록 스스로를 가두어온 습관을 떨쳐버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옷을 다르게 입을 수는 있었다. 외모를 다르게 변화시킬 수는 있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나 자신을 묶고 있는 끈들은 느슨해지지 않았다.

 

283 젊은 시절에는 절대로 깨닫지 못하죠. 그 시절에는 우연을 너무 가볍게 보죠.

 

362 우리네 인생은 하나하나가 각가가 한 편의 소설이거든. 우리는 소설을 본인의 의지대로 써나가기보다 소설 속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변화되고 마무리되는지 주변에서 들은대로 받아쓰기할 때가 너무 많아.

 

399 슬픔의 베일은 늘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휩싸일지 말지 선택하는 건 오로지 우리들의 몫이었다.

 

435 앞으로 살면서 어떤 일이 닥치든 선택의 바탕은 단 하나일거예요. 바로 희망이죠. 희망은 우리 모두가 매달리는 생의 필수품이죠.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토마스 프랭크 지음

 

 

몇 해 전 홍세화씨가 이랜드 파업현장을 방문했을 때 그 아줌마들 중에는 소위 ‘진보정당’에 투표를 했던 이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했다. 그 만큼 철저하게 본인들의 이익에 反하는 정치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 해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용산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그 유가족은 이전 선거에 어느 정당에 투표했을까?

쌍용자동차에서 벌써 29명째 목숨을 끊었다. 쌍용차 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이전에 어느 당에 표를 주었을까?

제주 강정마을이 해군기지건설로 아직도 시끄럽다. 어느 정당이 그 마을 분들의 표를 많이 받았나?

대학 청소용역직원 할머니, 학교 비정규직 조리원분들, 대기업 인턴사원들, 계약직 근로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과연 어느 정당의 후보를 이번 대선에서 뽑으려고 맘 먹었을까?

부모가 신용불량으로 빚더미에 앉았고 자신도 대학학비 납부에 전전긍긍하고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 시대의 청년, 다수는 어느 정당을 지지할까.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서 싸우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 분들.. 이번 대선에서 누굴 찍으려고 마음 먹고 계실까.

 

...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수 많은 경우에 눈물을 흘리는 민초들은 도대체 왜.. 부자들(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들에 서슴없이 표를 줄까?? 결론은 ‘속아서’ 이다. 철저히 속아서.. 이 책은 미국 캔자스를 배경으로 ‘보수주의자들이-기득권 정당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연합하는지.. 그리고 자기들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으로 자기들의 신념을 ’국가의 신념‘으로 호도하여 다수의 서민들을 농락하는지.. 보여준다. 외국의 사례라 일일이 읽기는 재미가 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결론 “보수 우익의 이념 중에서 가난한 서민을 위한 기준은 없다.”

 

진보주의자입네 하는 정치인들은 노력하고 있는 건가?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이길 전략이 있는가? 아.. 난 뭘 해야 하지.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힘을 보태야. 최소한 ‘무조건적 지지’라도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126. 19세기에 민중주의 운동이 위축되고 사라진 것은 현실세계의 물질적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결과는 없고 논쟁만 계속되다 보니 마침내 유권자들은 끝없이 ‘자본권력’과 대결하는 모습에 신물이 났다.

164.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제적 현실 즉 방송국, 영화사, 광고회사, 출판사, 음반사들이 실제로는 모두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라는 것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대중문화를 그저 자유주의의 산물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212. 후보자들이 세금이나 경제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일반 대중들이 표를 찍으러 투표장에 가게 선동할 수 없어요. 오늘날 사람들은 매우 바쁘거든요.

260.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보수주의자들은 문화적 문제들에 대해서 큰소리로 외치고 갈채를 받지만 실제로 현실적인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문화적 혼란이다.

314. 서민정당은 공화당에 있어 선거 때까지만 필요한 장기의 ‘졸’일 뿐이다. 이들은 선거가 끝나면 공화당이 가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은교

 

박범신

 

이 사람의 책. 아마 처음 읽는 게 아닌가 한데... 영화로 더 유명해졌고. 정작 책으로는 조용하다가 영화 이후 오히려 조명받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한마디 했던 작가.

 

하여간. 소설가는 다 천재다. 소설을 그냥 소설로 읽어낼 수는 없어서 억지로 풀이를 해본다.

 

주요 등장인물 세 명(시인, 제자, 여고생)은 모두 정서적 결여가 있는 인물들이다.

 

*이적요 – 소년의 정서를 가진 늙은 시인. 결과적으로 보면 욕망에 가장 충실한 인물. 자신만의 ‘처녀’ 은교를 범해선 안된다는 욕망을 마침내 지켜낸 그 자체가 놀라운 욕망 아닐까. ‘욕망을 억눌어야한다는 욕망.’ 그리고 죽어서 남긴 노트로 문학판을 흔들고 대중을 조롱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렇게 하려고 했던 사람. 순수함은 무서움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지우 – 공대출신 문학능력이 저급한 제자. 상대적으로 젊은 육체를 가지고 있는 우직하고 성실한 인물. 스승의 천재적 재능에 기대어 소설도 쓰고 마침내 작품을 훔치고 강박에 시달린다. 스승에 대한 열등감, 존경, 사랑과 은교에 대한 사랑, 질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마침내 죽음으로 내달리는 인물.

*한은교 – 말랑말랑하고 쾌활한 소녀. 두 어른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랑을 한 몸으로 받는 아이이면서 엄마같기도 한 복합적인 캐릭터. 결국 두 남자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된다.

 

- 곳곳에 나오는 문학적인 표현이 참 감탄스러웠고.(작가는 약간 시인의 입장에 기울어진 듯)

- 늙은 것이 ‘일방적으로 욕먹어야 할’ 죄가 아니란 건 진즉에 알았지만.

- 나는 그럼 어떻게 늙어야 할지. 참 숙제가 커졌다.

- 욕망을 가진 인간들은 서로 얼마나 기만하고 있을까. 또 자기 자신을 체념시키고 현재 가진 것들을 지키려고 용을 쓸까. 그리고 후회하고.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고. .. 젠장.

- 시인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남으로부터 규정당했다고 했는데 나도 궁금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선생으로서 나는 진짜 나인가. 조합된 나인가. 그런 척 하는 나인가.

 

58. ‘그 애가 들어오고 비로소 내 집에 초롱이 켜졌다’

86. 불길은 이내 활활 번져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을 통째로 태울 것이다. 어쩌면 나까지도.

130.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시인 이적요는, 불측不測했던 세월과 교활한 전략과 거짓 관념으로 도배질 된 추상의 어휘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멋대로 조합되어 만들어진 것에 불과했다.

250. 노인은 ‘기형’ 이 아니다. .... 노인은 자연일 뿐이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