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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그것을 표현하는 한자 그대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읽혀지고 있다.
그것은 큼지막한 글씨나 알록달록한 그림이여서라기 보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희망이나 기적 따위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있어야 하고, 그 희망대로 살아야 한다는 어른 들의 욕망일지도.
하지만 그 동화가 그저 아이들의 읽혀지지 않게 된 것은 대학 환상동화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고 난 이후이다. 'fairy tale'으로서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짧은, 환상적인 이야기로 출발하여 민담들이 가진 속성들과 결합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계몽적인 속성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안데르센'이라는 작가에 대한 것이었다.
가장 슬프고, 가장 아름다운 동화의 작가이자 여러 판타지 영화에 주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안데르센은 '덴마크의 원숭이'라고
불릴 정도로 끔직한 외모와 고위층의 아가씨들을 사랑하는 것을 반복했던
그저 평범한, 아니 평범하기도 힘든 남자였다는 것이다.
(몇몇의 자료에서는 동성애자였다고도 한다.)
구두 수선공이었던 아버지와 세탁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난한 집안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평생 동안 열등감에 휩싸여 지배층을 동경했던 안데르센. 그는 자신을 후원해준 귀족 집안의 사람들을 더 가족처럼 여기며 계급 상승을 꿈꾸어 왔다.
그 충격은 단지 아름다운 이야기와 아름답지 않았던 작가 사이의 익숙하지 않은
간극 때문만은 아니었다. 날 눈뜨게 한 건 여태 동심이라 불릴만한 작은 가슴을
두근 거리게 했던 이야기들이 어른들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였다는 사실이었다.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눈의 여왕 안데르센 동화집을 다시 읽게 되었던 건
어른이 되어 가는 나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눈의 여왕, 인어공주, 나이팅게일, 백조왕자, 장난감 병정, 성냥팔이 소녀
총 6편의 안데르센의 대표작이 실려 있다.
동화라고 한다면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떠오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각각의 동화에 곁들어져 있는 규하작가의 일러스트는 그러한 식상함없이
몽환적이고 다른 각각의 주인공들을 표현해내는 신선함이 있다.
눈의 여왕의 처음은 악마가 만든 거울로부터 시작한다.
악마는 인간들이 끔찍하고 흉칙한 자신을 비추는, 그로 인해 마음이 바싹 말라버릴 수 있는
거울을 만들고, 실수로 깨어버려 그것이 인간 세상에 뿌려지게 된다.
그 거울이란 것이 지금 세상의 텔레비전처럼 느껴진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티비 속의 사람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서 더 불행함을 느낀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끔찍함 뿐이다.
인어공주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 어쩌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이다.
안데르센은 실제로 고위층의 파티에서 만난 한 아가씨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써내려갔다고 하니 그의 마음이 인어공주는 아니었을까.
너무나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사람, 그를 바라보고 그를 위해 아픔을 이기고 춤을 추어도
그는 소중하다 말하고 사랑을 찾아간다. 여느 어떤 사랑처럼 말이다.
도와주는 이 없이 하염없이 성냥을 피우다 환상 속에서 죽어간 성냥팔이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조금만 내 울타리를 넘으면 그것은 동화가 아닌 실제의 이야기로
하지만 손내밀 용기없이 사그라드는 현실이다.
안데르센의 동화가 고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아름답고 슬프다는 이유 이전에
언제든지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이 세상 속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안데르센을 응원하고 싶다.
안데르센이 지금 우리의 시대의 작가였다면, 이룰 수 없는 꿈과 현실적인 차이들 때문에
인간적으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는 비참함이나 머리 숙임으로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연일 가쉽란이나 인터넷 댓글로 비판 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자신의 방법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공주나 마법의 베일 속에서 그는 매일 울었겠지만 동화 속에서
그는 아름다울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비겁한 행동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는 양.
현실에 어른이 되려는 사람들이 연일 벽에 부딪힌다.
때로는 물거품이 되기도 하고 추위에 웅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결국은 체험할 수 없는 꿈이라고 해도 꿈꾸기를 바란다.
그것은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며, 안데르센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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