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입하고 얼마 후에 ‘코로나19사태’가 일어났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교회사태’이기도 하다. 교회가 일요일에, 주일에, 예배당에 오지 말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교회가 성도들에게, 각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라고, 직접 말했다. 그러자 “일요일에, 주일에, 교회를, 예배당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라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일요일에 교회를, 예배당을, ‘왜’ 가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질문은 질문일 뿐이다. 교회와 신학이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이미, 상황은 현실이 되었고 주일에 예배당에서뿐 아니라 가정이나 야외에서든,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교회가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드리지 말고 예배당으로 와서 예배드리라고 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실제로 오지 않았다). 교회와 신학이 이유를 설명하고 대답해주어서 성도가 뒤따른 것이 아니라, 이미 성도들은 새로운 예배 일상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교회와 신학은 성도들의 선택(물론 성도들도 신앙이 부족해서 온라인 예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전염병이라는 재난에 강요된 선택이었다.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당시처럼 ‘핍박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재난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이번 사태에 대한 바른 관점일 것이다)에 대한 명쾌한 해석, 혹은 변명을 해줘야 할 처지인 것이다. 이 책 『일요일의 역사』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흔히 그렇듯이 예배에서 대중의 신앙심과 경험은 신학적 발전보다 앞섰으며, 사실상 신학적 발전 대부분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고 실행해 온 바를 정교하게 표현한 것이다”(148쪽)
그러고 보면 사실 이번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회와 신학은, 목사와 교수는, 늘 ‘뒷정리’를 담당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안식일 엄수주의'라는 청교도 신앙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초기 기독교는, 주일을 안식일과 심하게 동일시했기 때문에, 일요일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하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금 주일의 풍경은, 불과 3~40년 전과는 너무나도 확연히 다르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바벨론으로 포로가 되어 끌려간 후, 더 이상 성전예배가 불가능해졌다. 성전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다니! 당시 유대인들의 심정은 오늘날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예루살렘으로 갈 수가 없는데 어쩌겠는가? 따라서 “성전 예배가 불가능해짐으로써, 더 지역적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여호와를 예배하는 모임이 중요해졌다. ……… 이러한 이유로 회당이 늘어나게 되었다”(21쪽) 물론 “회당이 성전은 아니었으므로 제사는 드리지 않았다”(22쪽) 그러나 이 회당은 결국 교회의 전신이 되었다. 바벨론에 있던 회당은 성전이 재건된 뒤 없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루살렘으로 둥지를 옮겼다. 왜 그랬을까? 간단하다. 회당이 좋았기 때문이다. 회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혹은 회당을 통해 헤게모니를 갖게 된 사람들이 그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 당시에 “큰 절기는 성전에서 지켰고, 성전에서만 희생 제사를 드렸다. ……… 서기 70년에 성전이 파괴되었을 때에도 회당과 안식일 준수 덕분에 유대교는 계속 이어지고 더 번성할 수 있었다”(22쪽)
이 책 『일요일의 역사』의 질문은 이것이다. “Ⅰ. 언제부터 기독교인들이 일주일의 첫째 날(일요일)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가? Ⅱ. 그날 기독교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Ⅲ. 기독교인들은 그날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했는가?”(27쪽) 그리고 그것에 대해 ‘콘스탄티누스 이전(제1부)’과 ‘콘스탄티누스 시대부터 고대 말기까지(제2부)’의 시대에 어떻게 실존적으로 답해왔는지를 말하고 있다. 또한 3부(중세 시대)와 4부(종교개혁과 그 이후)에서는 이 질문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질문(Ⅰ)에 대해 생각해보자. “언제부터 기독교인들이 일주일의 첫째 날(일요일)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가? 초기 기독교인들(유대인들이 아닌)은 언제 모였는가? 첫째는 토요일(안식일)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방인으로 태어난 기독교인조차도) 허용되는 한 계속해서 스스로 유대인으로 여기고 회당 예배에 참석하거나 적어도 참석하려고 노력했다”(47쪽) 그러나 둘째로 그들은 한번 더 모였는데, 떡을 떼기 위한 모임(참고로 떡을 떼기 위한 모임은 ①유월절 만찬 ②안식일 만찬 ③기독교인의 만찬이 있었다)이 그것이었다. 이를 위해 매일 혹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모임을 가졌다. 그래서 “이들 초기 기독교인은 아직 회당 예배 참석이 허용되어 있을 때는 회당에서 안식일 예배에 참석하고, 같은 날 저녁에 떡을 떼기 위해 모인 것으로 보인다”(49쪽~50쪽) “그러나 로마인은 일몰에서 다음 일몰까지가 아니라 자정에서 다음 자정까지를 하루로 쳤다(50쪽). ……… 교회 안에서 점차 유대인의 비율이 줄고 이방인의 비율이 늘면서 떡을 떼는 관습을 안식일 후 아주 이른 아침, 보통은 동이 트기 전에 지키는 경향이 생겼다. 그러자 일 때문에 저녁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들이 모임에 참석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또 점점 많아지던 이방인에게는 자기들이 일주일의 첫날에 모이고 있음이 더 명확해졌을 것이다”(51쪽)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긴장과 갈등과 함께 일어난다”(52쪽) 마치 지금 코로나사태로 인한 예배 장소의 논쟁이 긴장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가 결정되어 정착될 때까지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린다. 이 책에서는 “사도행전이 기록된 서기 80년경에도 여전히, 우리가 지금 토요일 밤이라고 부르는 안식일 후 저녁 모임이 관례였을 가능성이 높다…”(51쪽)고 말한다. 그러나 “2세기 중반 무렵에는 보통 그 모임을 우리가 지금 일요일이라고 부르는 날 이른 아침에 했을 것이다”(52쪽)고 추측한다. 그리고 “4세기 후반에는 기독교인 일부 아니면 아마도 대부분이 안식일을 지키고 그 다음날에 주의 날을 지켰다. 다시 말해, 그 주간의 첫 날에 지킨 주의 날은 안식일을 대체한 날이 아니라, 별도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한 날이었다”(53쪽) “빅토리누스는 일주일의 첫날(주의 날, 일요일)과 마지막 날(안식일, 토요일)의 기독교 의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나님은 일곱째 날(안식일, 토요일)에 모든 일을 쉬셨으며, 그날을 복주시고 거룩하게 하셨다. 우리는 그 전날(금요일)에는 금식을 엄격히 행하며, 주의 날(일요일)에는 감사하며 떡을 뗀다. 그리고 예비일(준비일, 금요일)은 우리가 유대인과 같이 안식일을 지킨다고 보지 않도록 엄격한 금식일로 삼았다’”(54쪽) 이것이 ‘콘스탄티누스 시대 이전’으로 추정되는 문서들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날 기독교인들은 무엇을 했는가?”(두 번째 질문, Ⅱ) 이 날(일요일)은 예배의 날이었다. 그리고 “예배 자체는 보통 말씀의 예배와 식탁의 예배로 알려진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고, 결국 예비 신자 미사와 신자들의 미사가 되었다”(81쪽) 예비 신자들은 아직 세례를 받지 못했기에 성찬에 참여하지 못했고, 말씀의 예배를 마친 후에는 흩어져야 했다. 만약 세례식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당시 세례식이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대한 히폴리투스(3세기)의 기록을 좀 길지만 적어본다. “세례를 준비하는 이들은 한 주간의 여섯째 날에 금식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주교는 안식일인 일곱째 날에 세례 준비자들을 모아서 무릎을 꿇도록 명하고, 각 사람에게 손을 얹어서 악령을 내쫓고, 얼굴에 숨을 불어 넣고, 이마의 귀와 코에 도장을 찍는 손짓을 하고 나서, 이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밤새도록 기도하라고 지시한다. 그 다음날(주의 날), 이들은 물 위에서 기도를 한 후 세례를 받게 된다. 그 자리에는 다른 기름(감사의 기름과 악령을 내쫓는 기름)이 담긴 그릇이 두 개 있을 것이다. 장로들과 부제들이 이 예식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 세례를 받을 사람은 각자 사탄과 마귀를 부인하고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게 된다. 세례가 진행될 때에는 현재 우리가 사도신경이라고 알고 있는 형식으로 선언을 해야 한다. 세례를 받은 이들은 한 번 더 기름을 바라고 다시 옷을 입고 나서 회중에 합류하여 다른 일련의 예식에 참여할 것이다”(100쪽)
또한 이 날(주의 날)은 “축하하는 날이었기에 금식을 허용하지 않았다”(83쪽) “최소한 일주일의 첫째날 예배가 장례식 같거나 침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쁨이 넘치는 예식이었다”(78쪽) 그래서 이 날은 금식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서서 기도해야 했다). 금식 때문에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안 되었기에, 또한 성찬이 있는 주의 날은 기쁨과 축하의 날이었기에, 금식은 금요일(십자가형이 집행된 날)이나 수요일(배신당하신 날)에 하도록 가르쳐졌다. “주의 날은 사람이 주인 앞에서 표현하는 염려나 경의가 아닌, 아버지 앞에서 표현하는 확신과 자신감을 드러내야 하는 날이기 때문”(75쪽)이었다.
다시! 첫 번째 질문(Ⅰ)에 대해 생각해보자. “언제부터 기독교인들이 일주일의 첫째 날(일요일)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처음 기독교인들은 유대인과 함께 안식일(토요일 저녁)을 지킨 후 밤에 다시 모였다. 그러던 것이 일요일 아침에 모여 예배하는 것으로 흘러갔는데, 여기에는 어려운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로마 시대인 당시에 토요일(안식일)은 쉬는 날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노동을 하는 기독교인들이 토요일 늦은 저녁이나 일요일 이른 아침에 예배에 참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요일(새벽도 아닌 일상적인 아침 혹은 오전)에 예배를 드리는 일이 가능해졌으니, 그것이 바로 콘스탄티노스가 321년에 발표한 하나의 칙령 덕분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존귀한 태양의 날에는 각 도시 재판관과 백성을 ‘쉬게 하고’ 모든 일터의 문을 ‘닫게 하라’ ……… ”(90쪽)고 하였다. ‘존귀한 태양의 날’이 지금의 일요일이다. 이 일요일을 콘스탄티누스는 “‘한 주간의 첫째 날’이나 ‘주의 날’로 언급한 부분이 전혀 없다”(92쪽) 콘스탄티누스는 태양신(솔 인빅투스)의 대제사장이기도 했고, 죽기 직전에는 세례를 받기도 한 인물이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 했지만 기독교를 유일 종교로 한 것은 아니었으며, 일요일에 ‘쉬라’고 했지만 일요일에 기독교 예배를 드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칙령은 일요일의 역사에 참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제껏 기독교인은 일요일 의례를 안식일에 쉬라는 계명과 관련짓지 않았다. 일요일은 쉬는 날이 아니었다.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던 기독교인들에게 일요일은 쉬는 날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일요일이 쉬는 날이 되었으므로 ………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제 일요일이 안식일의 쉼과 연결되었고 그 쉼을 명하는 계명과도 연결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 이 칙령은 일요일과 안식일의 쉼을 연결하는 결과를 낳았다”(94쪽~95쪽) 즉 예배하는 날이 휴일이 되면서 나중에는 이 날(일요일, 주일)을 ‘안식일’(sabbath)으로까지 부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후 4세기 말 ‘라오디게아 교회법’은 “기독교인은 토요일에 유대교의 풍습을 따라서 빈둥거리며 지낼 것이 아니라, 일해야 한다. ……… 유대교의 풍습을 따르는 것이 발각된다면 그리스도 밖으로 내 쫓길 것이다”(110쪽)라고 하면서 유대교의 안식일을 지키는 것을 금한다. 이것은 “안식일을 지키면 결국에는 신자들이 유대교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염려한 기독교인도 더러 있었다는”(119쪽) 것을 의미한다. “당시는 여전히 유대교가 개종 활동을 하고 있었고 기독교와 종종 경쟁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119쪽) 마치 코로나사태로 인해 예배당에서 예배하지 않으면 교인들의 신앙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과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은 결국 “그날(주의 날)과 유대교의 안식일의 관계에 대한 질문”(122쪽)을 계속 제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는데 아타나시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 창조는 안식일에 끝을 맺었다. 두 번째 창조는 주의 날에 시작되었으며, 그날에 주께서 옛 것을 새롭게 하시고 회복시키셨다. 그러므로 주께서 과거에 첫 창조를 기억하면서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제 새 창조를 기억하면서 주의 날을 귀하게 여긴다”(124쪽) 즉 이제 “복음이 안식일 율법을 대체”(125쪽)한다는 해석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중세 이전까지는 “일요일 준수가 넷째 계명 순종이라는 개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132쪽)
한편 주의 날이 쉬는 날이 되면서 예배에 있어 몇 가지 변화가 시작되었는데 먼저, 주의 날이 “공식 휴일이 되었으므로 더 편한 시간에 모일 수 있게 되었고, 예전처럼 동이 트기 전인 이른 시간보다는 아침에 보통 모였다. 그러자 좀 더 정교한 예전이 발달할 수 있게 되었다”(98쪽) 또한 동시에 ‘호화로운 예배용 건물’(102쪽)이 건축되기 시작하였다. 로마 초창기 공공건물인 바실리카를 모방한 거대한 ‘기독교식 바실리카’들이 생겼다. 그리고 4세기 말에는 로마 제국 내의 유대인이 아닌 이들은 대부분 세례를 받게 된다. 즉 기독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오래 시간을 들여 세례를 준비하던 예전 관습을 따를 수가 없었다. ……… 그 결과 세례준비 시간이 급격히 짧아졌다”(105쪽) 또한 성직자의 예복이 화려해졌고, 성가대가 등장해서 “회중은 그저 듣고서 감탄하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게”(107쪽) 된다.
일요일은 어떤 날인가? 기독교인들은 그날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했는가?(세 번째 질문, Ⅲ) 콘스탄티누스의 칙령 이후 주의 날은 쉬는 날이었다. 그리고 안식일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중세에는 주의 날에 하면 안 될 금지되는 것들을 규정하는 칙령들이 이어졌다. “이제 쉼은 필수이며, 금지 활동 목록이 점점 길어지고, 옮겨도 되는 것과 옮겨서는 안 되는 것을 명시하는 등 금지 활동”(170쪽)이 많아졌고, 이는 “유대교 율법학자들의 안식일 토론과 매우 유사”(170쪽)해졌다. “그러자 기독교의 주일이 유대교의 안식일, 즉 쉬는 날과 점점 더 비슷해지면서, 안식일(사바툼)과 주의 날(도미니카)의 차이는 한 주간의 어느 날을 지키느냐로만 규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이 생겼다. 주일을 지키는 일이 유대교와 비교하여 기독교 정통성의 표지가”(171쪽) 된 것이다. 그래서 “안식일이 ‘육적’ 유대인을 위한 날인 반면 일요일은 ‘영적’ 기독교인을 위한 날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했다”(187쪽) 그러나 쉰다는 것의 원래 의미는 이러한 율법적인 것이 아니다. 애초의 “수도원 전통에서 쉼의 목적은 단순히 여가를 누리기보다는 하루를 온전히 기도와 묵상과 신앙 서적 읽기에 쏟는 것이었다”(171쪽) 그러나 “주의 날의 쉼과 관련한 매우 엄격한 법이 있었고 그러한 법을 거듭 분명하게 반포해야 했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그러한 쉼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도 입증한다”(173쪽)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하는데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4장. 종교개혁과 그 이후-의 일요일의 역사)에서는 이른바 ‘안식일엄수주의’에 대해서 말하면서, 기독교인이 일요일과 안식일을 연결해 이해(세 번째 질문, Ⅲ)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일요일의 경건성과 율법화가 중세 이후 현대까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분석하면서, 일요일 분위기가 지금처럼 된 것을 역사적으로 진행된 것을 설명하고 있다.
“‘안식일엄수주의’라고 말할 때, 이 용어의 의미를 두 가지로 구분해 주어야 한다. 일요일을 성경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안식일엄수주의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일요일이 안식일이며, 일요일을 안식일처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후로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자라고 부를 또 다른 안식일엄수주의자들은 진정한 안식일은 한 주간의 일곱째 날(토요일)이며, 일요일 예배와 의례를 교황들이나 콘스탄티누스가, 혹은 둘이 합작하여 지어냈다고 주장한다”(209쪽~210쪽)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은 ‘안식일엄수주주의자’들이어서 일요일에 예배하는 것을 당연시했으나, 재세례파 안에서 어떤 분파는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자’로 발전해나갔다. 또한 이후 청교도 역시 “독실한 안식일엄수주의자이기는 해도,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자는 아니었다”(228쪽)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은 ‘안식일’(Sabbath)이라는 영어 단어의 의미다. “중세 내내 흔히들 일요일이 안식일을 대신한다고 말했지만, 결코 일요일을 사바툼(sabbatum)이라고는 부르지 않았다. ……… 영어에서는 한 주간의 일곱째 날 이름이 안식일과 아무 연관이 없었다. ……… 그래서 전통적으로 ‘일요일’이라 부르던 한 주간의 첫째 날을 ‘안식일’로 부르기가 너무나도 쉬웠다. 이 일이 주의 날인 도미니카가 유대교의 안식일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정말로 오래된 주장의 최종 단계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이제 안식일이라는 이름까지도 일요일에게 넘어”(228쪽~229쪽)간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대개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안식일엄수주의는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의 형태를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제 쉼에 대한 율법을 보통 ‘안식일’이라 불리는 일요일에 최대한 적용하자고 주장했다”(229쪽)
‘안식일엄수주의자’와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자’는 모두 ‘안식일엄수주의자’들이다. 즉 일요일이냐 토요일이냐만 다를 뿐, 안식일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재세례파와 영국의 성공회를 이어 청교도에게까지 이어졌고, 결국 “영국은 물론이고 영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건설한 식민지에게서도(우리나라에까지도) 그 안식일 개념(안식일, 주일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이 일반화되었다.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244쪽) 그래서 스코틀랜드 장로교나 청교도가 모두 안식일을 실제적인 ‘도덕법’(의식법 뿐 아니라)으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고, 이것은 교회법으로뿐 아니라 세속 정부의 법령 제정과 집행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17세기 영국에서는 “아무든지 주의 날에는 물건이든 상품이든 약초든 옷감이든 동산(動産)에 해당하는 무엇도 사람들 앞에서 팔려고 외치거나 늘어놓거나 내놓아서는 안 된다”(238쪽)라든지, “가정에서 하는 고기 손질, 혹은 여관과 음식점에서 적정선을 지키면서 하는 음식 손질과 판매는 허용된다”(239쪽)라든지, “집회 후에 남는 시간은 ……… 책 읽기, 명상, 예배 되새김(특히 가족들에게 예배에서 들은 내용을 설명하라고 하고 교리를 가르치면서 되새기기), ……… 병자 심방, 빈자 구제, 그와 유사한 경건과 자비와 자선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보내야 한다”(241쪽)라는 등의 상세한 법들이 세워지게 된다(하지만 법령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의 청교도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미국에서도 수많은 ‘안식령’(blue law, 일요일 법)을 낳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겨우 1~2세기 전에 루터가 지적한 “일요일 쉼을 법적으로 준수하도록 지나치게 강조하면 율법주의로 이어져서 결국 다시금 행위 구원으로 돌아가지 않을지 염려했다”(222쪽)라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져 “1647년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는 일요일/안식일에 대한 청교도의 관점을 교회의 교리로 제정했다”(241쪽) 그래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서는 “안식일은 창세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는 한 주간의 마지막 날이었고,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에는 이 주간의 첫째 날로 바뀌었다. 이날이 성경에서 주의 날이라고 일컫는 날이며, 세상 끝날까지 기독교의 안식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242쪽)라고 명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59문이 작성되었다. “제59문 : 하나님께서는 칠일 중에 어느 날을 매주의 안식일로 정하셨습니까? 답 : 창세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는 하나님이 한 주간의 일곱째 날을 매주의 안식일로 정하셨고, 그 후로는 세상 끝날까지 한 주간의 첫째 날을 안식일로 정하셨으니 이날이 기독교의 안식일입니다”(242쪽~243쪽)
또한 감리교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 역시 안식일에 대한 생각은 “본질적으로 청교도와 똑같아서, 청교도처럼 일요일을 지칭할 때 ‘안식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그날에 쉼에 대한 율법을 적용한다”(256쪽)
한편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는 윌리엄 밀러(1782년~1849년)의 종말론(재림)을 따르던 이들에게 전수되어 “밀러의 사상과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를 결합했고, 그래서 제일칠 안식일 예수재림교가 탄생했다.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는 현재 전 세계에 교인 2천만 명이 있으며, 제칠일 안식일엄수주의를 대표하는 교파다”(250쪽)
일요일은 “영국의 식민지 확장 덕분에, 그 다음 영국과 미국의 선교 사역 덕분에,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의 발전 덕분에, 일요일을 쉬는 날로 따로 떼어 놓는 관습이 지리적으로 널리 퍼졌다. 이러한 이유로 기독교인이 아주 소수인 중국, 인도, ……… 그 외 여러 나라에서조차 일요일이 쉬는 날로 유지되었다”(264쪽) “그러나 이처럼 점차 일요일이 세계적으로 쉬는 날이 되자 일요일의 의미가 세속화되는 과정도 함께 따라왔다. 위에서 언급한 많은 나라에서 일요일이 쉬는 날인 이유는 여하한 종교적인 의미 때문이 아니라 전에 기독교국이던 나라들에서 은행과 시장과 정부가 문을 닫기 때문이며, 세계 경제의 등장으로 다른 나라들도 같은 날에 똑같이 문을 닫는 편이 편리했기 때문이다”(265쪽) 이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예배당 예배보다는 유튜브를 이용한 온라인 예배가 편리하다는 것을 교인들은 체험하게 되었고, 이것은 의미 부여를 넘어 현실의 편리성으로 인해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일요일의 의미’가 세속화되자, 안식일 법 같은 일요일에 대한 규정들 역시 힘을 잃게 되었다. 마치 창조론이 점차 힘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는 “중국처럼 일요일을 단순히 세상 나머지 나라와 함께 쉬는 날로 떼어 놓은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요일법의 합법성을 그 법이 세속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판단하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도 나타났다”(266쪽) 그러나 동시에 오히려 고대의 의미를 되찾으려는 ‘예배 갱신 운동’도 나타났는데, 특히 “‘가톨릭처럼’ 되기를 거부하고 이제 정말로 완전히 고대의 형식만 받아들이는, ……… 이전의 예배 갱신 운동은 주로 중세의 예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이른 시기, 즉 예배가 사회적이나 법적인 지지가 아니라 예배 자체의 의미와 그 이면의 신앙에 의지해야 했던 시기(『디다케』나 『사도전승』에 나타난 고대 초대 교회의 시기)”(270쪽~271쪽)로 돌아가려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전향적으로 지지된 후 초교파적인 예배 갱신 운동으로 전개되었는데, 특히 ①성찬과 설교의 균형을 찾아가고(가톨릭은 설교의 비중 증대, 개신교는 성찬의 비중 증대) ②예배의 기쁨을 찾아가는(“일요일을 더는 기독교의 안식일과 같은 날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날, 새 창조의 시작, 마지막 완성의 약속을 나타내는 날로 더 중요하게 여기는”,287쪽) 방향으로 이어져갔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코로나사태가 발생했기에, 계속해서 그와 연관된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종교개혁 이후에 “번역과 인쇄기 덕분에 특히 일요일에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이 함께 성경을 읽는 일이 훨씬 더 흔해졌다”(201쪽)고 한다. 아마 이 당시 성직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상당히 개탄하며 근심했을 것이다. 성경을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로 읽다니! 게다가 성경을 일반 성도들이 가지고 있다니! 또 성직자 없이 가족이 성경을 읽고 묵상(해석)하다니! 아마 당시까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사태의 ‘오래된 미래’가 이미 이 당시 있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일요일에 예배드려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종교개혁자 칼슈타트는 그의 논문 ‘안식일에 대하여’(1524년)에서 이런 내용을 언급했다. “교회가 일요일에 예배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거나 일요일보다는 토요일이 더 낫다는 뜻으로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식일의 쉼을 누릴 요일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각 사람이 특정 요일에 쉬겠다고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흔히 하루를 정해 놓으면 말씀이 선포될 때 공동으로 참석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칼슈타트는 ‘표면적’ 안식일과 ‘영적’ 안식일을 구분했는데, 표면적 안식일은 이레마다 특별히 준수한다. 영적 안식일은 항상 지녀야 하는 일종의 태도로 ‘모든 근무일에 일하지 않고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면 복음의 평온을 경험할 수 있다”(202쪽~203쪽)는 것이다. 즉 예배가 삶이고 삶이 예배라는 얘기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공동체의 편의와 공감이 형성되면 예배를 드리는 요일은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칼뱅도 “이제 교회가 토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을 지키는 이유는 ‘유대인들이 거룩한 날을 따로 떼어놓던 미신을 타파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 교회가 다른 날에 거룩하게 모여도 미신만 없다면 비난하지 않겠다(기독교강요)”(214쪽)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미국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예배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아마도 당분간은 예배당 예배의 중요성이 현격히 감소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교회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예배를 강조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예배를 상시화 한다든지, 교회학교 학생들이 집에서 예배하고 성경을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코로나 이전'의 예배가 어떠했는지 역사를 뒤적여볼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자는 '예배 갱신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그리고 반복의 역사는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이전에 있었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이다. 그리고 2020년은 그러한 '예배의 의미'의 변곡점이 된 시점으로 평가될 것이다. 일요일의 역사를, 예배당 예배를, 예배의 의미를… 그저 과거를 붙잡아 유지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 오래됐지만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지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사항 1. 초대교회의 떡을 떼기 위한 모임
유월절 만찬(1년에 1회), 안식일 만찬(매주 토요일), 기독교인의 만찬(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오전)
참고사항 2. 일요일의 명칭
일주일의 첫날
한 주간의 첫날
그 주간의 첫날
안식 후 첫날
창조의 첫날(63쪽~)
부활하신 날(56쪽~)
제8요일(65쪽~) : “유대교에서 여덟째 날에 행하는 할례의식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가리키는 잘 보이지 않는 신비였다. 안식일 후 첫째 날인 여덟째 날은 주께서 다시 사신 날이었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영적 할례의 시작이 되었다. ……… 콘스탄티누스 시대 이후에는 이러한 상징적 의미가 흔히, 우리에게 알려진 초기 여러 세례당의 팔각 형태로 표현되었다”(67쪽~68쪽) 당시 세례당이 팔각형인 이유는 이러한 의미가 있었고, 초대교회 때부터 세례를 할례의 연장으로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의 날(도미니카 디에스 dominica dies) = 도미누스의 날 = 도미니카
태양의 날(디에 솔리스). 솔 인빅투스는 태양신
참고사항 3. 토요일의 명칭
안식일(sabbath)
한 주간의 일곱째 날
참고사항 4. 성찬식의 몇 가지 미묘한 변화에 대해서는 141쪽~164쪽을 보라. 세부적이지만 알면 유영한 내용들이 있다.
코로나,
온라인예배,
예배,
일요일,
예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