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익산 총부(원불교 성지중 하나인데 전라북도 익산시 신용동에 위치하고 원불교 중앙총부가 있어 익산 총부라고 흔히 부릅니다.)에 가는 걸 참 좋아합니다.
총부를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대종사님, 정산종사님, 대산종사님 성탑이나 송대...., 당연한 거구요.
총부 안 장소가 아니고, 총부 입구 옆에 있는 원불교 기념품 센터가 바로 그 곳입니다.
원불교신문이나 한울안신문 등에서 본 원불교 서적들을 그 곳에 들러서 사옵니다. 대부분 거기 아니면 사기 힘든 책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총부길(104년 4월 7일, 강동교당 전교도 익산성지순례)에서는 보지도 못한 책을 만나 바로 샀습니다.
<활불의 시대>!
박경전교무님(성함은 익히 들어본 교무님)께서 쓰신 대산종사 전기 소설라는 점이 제 마음을 흔들었죠.
이 우연한 만남이 반가웠는데, 읽어보니
대산종사님의 일대기를 나열하는 형식이 아니어서,
‘무진’이라는 간사(원불교 교역자를 지망하고 총부 부서나 지방교당과 기관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는 예비교역자를 말합니다.)이야기와 대산종사님 이야기가 교차되어서,
대산종사님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어서,
원불교 성직자 교무가 되어가는 ‘무진’의 이야기도 흥미로워서.....
더 좋았습니다.
이 반가운 마음을, 이런 작품을 만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박경전교무님께만 전하는 것보다, 부끄럽긴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더 크게(?) 전해드리는 거 같았습니다.
“어떤 작품도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우리 교단은 문학작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입니다.
우리 교단에는 대산 종사님과 같이 훌륭한 선진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후진들은 그 선진님들은 만난 적도 없고, 시간을 내어 알아볼 자료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문학 작품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산종사 전기소설이 그 밑거름이 되고 하나의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p224~225)라고 하신 작가후기에 동감합니다.
그 ‘씨앗’을 꽃 피울 수 있는 한 바가지의 물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립니다.
덧붙임> <활불의 시대>는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와 알라딘에서도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굳이 익산까지 걸음하시지 않으셔도 편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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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대산종사 출가하기 전 호적명)가 중국으로 유학가기로 하자, 영호의 할머니(노덕송옥)는 대종사님을 만나뵈라고 한다. 대종사님이 영호를 만나 말씀하시는 대목에서 나오는 글.
“... 무엇이든 시작이 있는 것이다. 시작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본다면 세상은 온갖 권모술수와 부정들이 난무할 것이다. 영웅의 시작은 무엇이더냐. 부자의 시작이 무엇이더냐. 영웅이 되고 싶다는 작은 마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작은 마음, 그 마음이 시작이다....” (p58)
대거(大擧, 대산종사 법명)이 결핵에 걸린 김서령(보화당 근무)을 간호하다 결핵 2기에 걸렸는데 병원에서는 살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 때의 상황을 묘사한 대목. (p106)
대거는 육신의 고통에 정신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통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면 결국 고통에 속박된 삶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거는 노동이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규칙적인 일과를 지켜나갔다. 늘 해오던 좌선은 짧은 시간으로 대체하고 와선을 통해 시간을 지키려 했다. 좌선의 시간 역시 조금씩 늘리려고 애를 썼다. 탕약을 먹는 것도 중요한 일과라고 생각했다.
그 뒤에 병세가 더 심해져 양주로 내려가 행선을 시도하며 산을 오르내리기 시작하였다. 산을 다니면서 약초를 캤는데, 그 때의 상황을 묘사한 대목(p111)
아무리 좋은 약초라 하여도 산에서 내려가는 시간에는 돌아보지 않았다. 처음엔 아까워서 다음날 캐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 자리를 표시해 놓기도 하고 기억해 놓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그 약초는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를 다시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대거는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대거는 산에 다니는 근본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약초를 캐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대거에게 유일한 목적은 언제나 성불과 제중이었다. 그 모든 일이 성불과 제중을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밑거름이고 공부의 한 방편일 뿐인 것이다.
대산종사님의 독백같은 부분이 소설 중간 중간 있는데, 법위사정에 대한 내용 중에서(p212)
공부인은 법위를 받게 되면 그에 맞는 공부를 하게 되지. 내가 그 위(位)에 올랐다고 자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부끄럽지 않게 죽을 각오로 공부를 하는 거야. 공부하고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쉬지 않는다는 것,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그러면 부처인거야. 부처가 되면 뭘 할 텐가? 부처가 되려고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지. 그게 활불이야. 죽은 부처를 만들어서 뭘 할 텐가? 공부인이 활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