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최고의 재료를 엄선해서 정성어린 조리법으로 맛있게 만들어낸 바른 음식이 있고, 그와는 반대로 재료비와 만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화학조미료를 잔뜩 사용한 저급한 요리도 있다. 로맨스 장르 소설 작가들도 이와 비슷하게 분류해 볼 수가 있는데, 단어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허투루하지 않고 치밀한 문장 구성으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쓰는 작가들도 있고, 아직은 필력이 모자란 탓인지 막장설정을 무리하게 쓰거나 과도한 성적요소, 코믹요소들을 사용하여 어설픈 글을 지어내는 작가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곰곰. 하는 중입니까?>를 쓰신 김지운 작가님을 전자의 대표적 인물로 꼽고 싶은데, 곰곰 역시 그 흔하디 흔한 막장요소 없이 유려하게 진행된 사랑이야기라 평할 수 있겠다.

 곰곰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면서 성숙해져간다. 정효는 삶에 등불과 같은 그린을 만나 그리움을 알게 되었고 슬픔을 지워버릴 수가 있었으며 절제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린 또한 정효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깊은 사랑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교감하며 상대방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사랑이었고, 상대방의 쓴뿌리를 알고 난 후에도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굳건히 지켜주고 싶어 하는 사랑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 책의 백미는 아무래도 각각의 장 말미에 나오는 <정효의 곰곰하는 중입니다>가 아닐까 싶다. 그 속에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이루는 과정 중에 생기는 모든 감정의 과정이 한편의 시와 같은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게 아름답고도 절절한 정효의 고백을 받은 그린은 그 추억만으로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후에도 정효가 그린을 무진장 사랑해 줬겠지만......^^)

 곰곰의 시작점에서 잠재력을 가진 작은 꽃씨였던 그린이 정효를 만난 후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 사랑을 이루었던 것처럼 이 세상 어디에선가 또 다른 아름다운 사랑이 계속 생겨나기를...... 그리고, 어여뿐 정효와 그린이 많은 로맨스 독자들에게 사랑 받기를 바라며 짧은 감상을 마친다.

                     <사진출처-고창 청보리밭 축제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