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영'을 다녀왔기 때문일까? 천송이도 반한 섬으로 불리는 '장사도'에 다녀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2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는 동백꽃이 장관이라는 데 다시 한 번 다녀오리라 마음을 먹는다. 장사도의 동백들은 인위적으로 뽑아서 필요한 곳에 심은 게 아니라 한 그루도 다치지 않도록 나무 난간으로 연결해 놓았다고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들의(?!) 노력과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정신없이 '동피랑 마을'에 다녀왔지만 통영의 명동으로 불리는 '강구안 골목'은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항구를 의미하는데 환경운동단체인 '푸른통영21'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박경리의 고향, 통영에 머물렀던 이중섭과 유치환, 천재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배출한 동양의 나폴리 통영이 백석의 시처럼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으로 더욱 사랑받기를 바란다.
1번부터 50번까지의 번호에 감정을 매기고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에 해당하는 번호로 대답하는 '행복출석부'의 아이디어에 신선함을 느끼면서도 씁쓸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얼마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교육청에서 일부러 이런 것을 다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 하고 많은 번호 중에 40번인 '피곤해요'만 줄줄이 외쳐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왜 피곤한 일이 없으랴.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주관대로 살기도 어렵거니와 하루를 무사히 보낸다는 게 기적이라는 느낌을 받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행복출석부를 부를 때 아이들 전부가 '행복해요'를 목청껏 외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어른들은 자신의 감정에 어떤 문구를 달아줄지 궁금하다. 지금의 내 감정은 "피곤하지만 해낼 수 있어요."
베트남 남자들은 좋겠지만 베트남 여자들은 죽을 지경이겠다. 베트남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장, 돈을 버는 주체가 여성이다. 그러잖아도 남아선호사상이 심한데 베트남 전쟁으로 많은 남성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여자들이 해야 할 몫은 더 커져 버렸다. 직장에, 집안일에, 육아에 지쳐 녹초가 되어 있는데 도와줄 생각은 않고 자기 놀거리가 찾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어떤 심정일까? 참다 못해 이혼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여성들만 일하는 분위기를 당연시하는 베트남 여성들의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다. 그렇다고 베트남 남자들이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스스로의 선택이 만족스럽다는데 굳이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얻어진 평화가 오래갈 수 있을까? 배우자는 죽을 지경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놀기 위해 뿔뿔이 흩어지는 남자들의 삶을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이라면 어떻게 칠, 팔십 년을 지속할 수 있을까?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을 운영하며 신 나고 즐겁게 살아가는 어른, 밴드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끼를 발산하는 정신과 의사, 노인건강타운에서 배움의 열기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어르신들, 뜨개질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회사원, 막내딸의 폭풍 애교에 삶의 재미를 느끼는 주부, 남편의 콩깍지 때문에 행복한 아내... 삶의 재미란 누군가가 대신 가져다 줄 수 없기에 스스로 발견하며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 힘들지만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존재들이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팍팍하고 외로울까?
특집 '나는 재미있게 산다'를 보며 "올 한 해도 재밌게 신 나게 달리자"고 외쳐본다.
도서관의 도서관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국립중앙도서관, 미식콘서트가 궁금한 목포의 게스트 하우스 '목포1935', 눈의 화기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준 얼굴 읽는 남자, 진정한 안빈낙도의 삶을 가르쳐준 행복한 회충 등 푸짐한 이야기들을 가득 싣고온 샘터 2월호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재미있게 살아가는 데 친구가 되어준 <샘터>와 더불어 넉넉한 2월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