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스토리홀릭이라는 어플을 받고 열심히 뒤적거리기만 할뿐 읽지 않을 때 연재 1위라는 기록을 보고 음~ 많이 보면 재밌는거구나..라는 역시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폰으로 공짜로 보니 이거 책을 읽었다라고 하기에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읽은건 읽은거니깐...

범죄심리학자인 주인공.. 그의 남편의 딸.. 그리고 연쇄살인마..

나의 바람은 악마같은 딸이 그래도 좋은 엄마 만나 착한 사람으로 가족끼리 알콩달콩 살았다라고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 잘자요.. 엄마.. 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소설이 끝이 난다.

일개 학원 강사이긴 하지만 여러 엄마를 보고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엄마의 말투와 아이의 말투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툴툴거리며 말하는 아이의 집에 상담전화를 하면 엄마 역시 딱 그렇게 말한다. 완전 노는 아이이지만 노는것만 좋아할 뿐 선생님한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반 애들한테 피해 주지 않는 아이는 엄마 역시 아이를 너무 깎아 내리거나 또는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공부는 잘하는데 평소 싹퉁머리 없는 애들은 엄마의 거만은 하나님을 능가할 정도이다. 초등학교 2학년 밖에 안된애 입에서 맨날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애들은 집에 전화하면 전화할 때 마다 힘없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이는 엄마를 닮는다 이제 돐도 안된 아이는 엄마의 눈짓을 따라하고 엄마의 목소리의 크고 작음을 따라 한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세상인냥 좋든 안좋은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세세한 버릇까지 배우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생명체에게 과연 부모는 어떤 모습을 가르쳐 준 것일까? 자신을 세상으로 아는 이 꼬맹이에게 아빠는 폭력의 모습을 엄마는 폭언을 퍼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부모의 완벽한 책임은 아니라고 하고 싶겠지만 부모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고 그 환경속에 살고 있는 그 아이는 땅에서 솟아오른 아이가 아니란걸 좀 더 생각을 하고 아이를 낳으시길...

 

한동안 마음이 번민하고(?)가 복잡하며 자기 비하에 빠지다 못해 연민으로 이제는 좀비상태로 이르렀다. 내가 세상에 무엇을 잘못했길래 드럽게 일이 안풀린다고 생각할 때 나보다 더 답답한 상태에 빠져있는 누군가의 책장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게 뭐야? 몰라.. 안읽어 봤어? 사람이 떼로 나와있으니 거부감 들어.. 그럼 왜 샀어? 그냥.. 싸서... 이런 의미없는 말만 반복되다 그래도 이 사람 상도 받고 좋은글인 갑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참 오래 읽었다. 재미가 있었는데도 참 오래 거렸다. 좀비상태라 그런가?

요즘 우리나라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자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안그래도 좀비로 사는 사람한테 자살에 대한 위대함을 말하고 있는(?) 이 책에 속도를 낼 수 가 없었다고 해두자. 섹시하고 예쁜 여자의 순교자 같은 자살로 시작하여 그녀의 자살 동참자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하면 더 멋있고 화끈하게 죽는것이 좋을까.. 그저 삶이 풀리지 않아 도피처로 죽는것이 아니라 뭐라할까...자신들이 선구자의 모습으로 이 의식을 치른다 할까? 참...

나 같은 상 기독교인으로는 절대 이해 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지만 이 여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매력적이면.. 아니 이들에게 자살이라는 것은 그냥 삶을 마무리 하는 단순함이 아니라 사회에 무엇인가 이야기 하고 싶고 주장하고 싶고 선동하고 싶은것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하나의 의식처럼 행하고 있다.

 

그래도 옛어른들 말씀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라는 말이 있듯이 살아보니 저 세상보다는 이 세상이 나은게 있겠지. 어느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아줌마집에 놀러 간적이 있다. 커피 한잔을 주면서 요거 다람쥐 똥에서 나온 커피인데 맛난다 먹어봐라 하면서 먹는 내내 다람쥐 똥을 강조 하셨다. 생각해 보면 비싸다는 커피들 치고 누구누구의 똥 에서 걸러냈단다. 가장 더럽다는 똥에서 귀한것이 나오듯이 치열하고 비열하고 드럽고 추잡스러워도 그 속에서 찾아드는 행복이 더 달콤하고 소중하겠지. 난 오늘 역시 반쯤 눈을 감은채로 좀비처럼 살고 있지만 무사히 오늘을 살고 그 속에서 미소짓는 1초를 기억하고 크게웃던 15초를 위해 24시간을 보내려 한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공포를 억제하기 위해 혹은 세상을 잊기 위해 복용하는 아편과도 같다네. 우리 주위의 각박한 인생을 보지 않으려고 혹은 현대인의 의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인공적인 천국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고 있는걸테지.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아름다움의 정체가 아니겠나. 스파르타는 현실을 왜곡하는 모든 인공적인 것들을 거부했던 거지. 그들은 공포를 회피하기 보다 그 공포와 직접 대면하고 공포의 본질과 맞서면서 공포와 함께했다고 생각했던 거야. 나는 이곳에 올때마다 인간의 머리보다 높은 단계에서 신념이 지배하기 때문에 이성이 그것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네.

나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이 책의 내용이 어떤지 확인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있는데 박경철 이사람이 그 중에 하나이다. 일단 경제책은 내 관심분야가 아니라서 쳐다보지도 않지만 나머지 책들은 그냥 맹목적인 믿음으로 집어 들고 있다. 일단 나같은 상 이과생에게는 내용과 문체가 쉽고 어려운 말도 많이 안나와서 읽는데 너무 큰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것, 그리고 이 편한 문체속에 깨닳을 것이 많다는 것..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참.. 다양하다. 이번에는 여행이라니.. 그것도 그리스.. 거기에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나라를 음.. 그리스?? 정도가 아니라 그리스의 속속들이 다 알기 위해 떠났다. 그래 사람은 이런 열정정도는 있어야 살아있다 하는 거지.. 마음속으로 얼마나 부러워 하며 책을 읽었는지.. 그리고 박경철씨가 좋아하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자신의 생각, 깨닳음 속에서 카잔차키스의 대화처럼 이어나가는 전개가 너무나 새로웠다. 조금은 어려운 말이지만 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너무 뜬구름 잡는것 처럼 말하고 있나? 쓰고 있는 나도 어떻게 표현할 지는 모르지만.. 나도 같이 여행을 다니며 저자와 이야기 하고 카잔차키스와 이야기 하는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 나라가 부도가 나 한동안 굉장히 시끄러웠던 나라.. 신들의 나라.. 스파르타!! 요정도만 알고 있던 나도 많은 것을 알게되고 특히 스파르타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공감하게 한다. 다음은 어디로 가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나도 박경철씨처럼 저런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 할텐데... 니코스 카잔차키스 처럼 인생을 하루같이 살아야 할텐데..

나도 모르게 회개?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새롭게 도전하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나는 이제 연장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두렵거나 지쳤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해가 저물었기 때문이다.
-임종직 전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메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