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이 많은 장점을 한번에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단점 중 하나가 (나의 생각) 읽을때는 굉장히 재밌게 보지만 조금 뒤면 도대체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이었더라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거다. 이 책은 굉장한 두께를 자랑한다. 하지만 난 이책을 2일만에 다 읽었다. 궁금증이 되풀이 되다가 나중엔 아~ 하는 스릴도 맛본다.

64는 미해결 사건의 번호이다. 이 사건은 잠깐 친척집에 간다던 한 소녀가 유괴를 당한다. 가족과 경찰은 이 아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범인은 돈만 받고 아이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시효가 1년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 부임한 경찰청장은 이 사건을 마무리 하겠다고 선언한다. 경찰 홍보실에있는 미카미는 윗사람의 지시를 받고 유족을 찾아가서 청장이 이 집에서 조문하고 싶어한다고 전하지만 유족은 거절한다. 딸이 죽었지만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한다. 이때까지 보여준 경찰의 신뢰도가 떨어진건 사실이지만 딸의 아버지는 경찰의 손길을 뿌리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분명 있을것이다!! 로 미카미는 사건 깊숙이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경찰청 안의 정치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밖에서 보는 경찰청은 그저 범인잡고 가두고 요런것만 할줄 알았는데 어느조직이라도 이 조직이 잘 흘러가려면 눈에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다라는 것을 그리고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범인잡는 일 다른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 해나가야지만 이 조직이 탄탄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미카미는 강력반 형사에서 홍보실로 온것을 자존심 상해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카미는 강력반 형사만이 경찰의 모든것이 아니며 홍보실 역시 기자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며 맡은바 임무를 잘 해나가야 하는 곳이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홍보맨으로써 그는 최선을 다했다.

진정한 독자라면 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추리소설속에서도 작가가 의도하는 교훈같은것을 잘 찾아야 하지만 난 이야기의 흐름에 쫓겨 읽는 내내 그런건 찾지도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64라는 책의 줄거리를 곰곰하게 생각해 볼때 이 책에 거창한 글귀나 대놓고 교훈주는 따뜻한 말같은것은 없다. 투박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조폭같이 생긴 형사에게서 이야기를 듣는것처럼 자식을 잃은 아버지에게서, 자신의 실수로 범인을 놓쳐버려 자신의 방문을 닫아버린 사람에게서, 강력계 형사에서 홍보실로 온 이도 저도 아닌 소속에 있는 미카미에게서 그들만의 언어와 그들만의 사정을 바탕으로 나는 거친 교훈을 들은것 같다. 그래서 나는 추리소설을 끊을수가 없다.

5월 한달동안 난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일을 할 수도 없었고 좋아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화만나고 짜증만 나고 분노가 솟아 오르고.. 세상에 대고 주먹질 밖에 할 수가 없었다. 20대 초반 불도저나 다름없이 내 생각과 비교했을 때 말 도 되지 않는다 싶으면 반박하고 나섰다. 니가 잘못한거다 내 말이 맞다. 사회 생활이 시작될 무렵은 드러우면 때려 치웠지 절대 고개 숙이지 않았다. 내가 옳다. 멍청한 니가 이상한거다. 생각없는 너 입 다물라. 그것이 나이가 어리건 적건간에 내말 옳고 네 말이 쓰레기다 나는 그 생각으로 살았다. 이제 30대... 난 내 입을 다물었다. 버릇처럼 나는 말한다. 네 말에 이해는 해도 공감할 수없다. 어렸을땐 너의 멍청한말 듣고 싶지 않다라는 말이 나이좀 드니 유식한척 하며 이딴말을 늘어뜨리고 있다. 포기해야 할게 많았다. 참아야 할것도 많았다. 굽어지는게 부러진 것보다 나았다. 세상은 그렇게 잡초를 원하지 대나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것을 알아야 하지만 고작 30대 들어섰더니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창피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럴수록 도피처를 찾아야 했다. 그게 책이다. 열받으면 더 스릴넘치는 추리소설을 찾았고 내 마음을 다스릴 여유가 생기면 자기 개발서를 봤다. 5월 한달 난 아무 표정없이 누가봐도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5월 한달 나는 책을 10권을 넘게 보고 있다. 나는 내 자신조차 모를만큼 조심히 조용히 나만의 오두막을 찾았다. 5월... 뭐가 그렇게 힘이 들었니?

드디어 다 읽었다!! 무슨 상 노동을 한 것처럼 몸이 찌뿌둥하다. 추리소설은 절대 표지보고 사면 안돼고 표지에 뒤 몇자 적어놓은 글을 보고 읽어 봐서도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쓰고 요거 괜찮다 아니면 믿을만한 블로거의 글을 읽고(블로그에서도 몇개를 봐야한다) 괜찮다는 평을 보고 읽어야 한다. 내 돈으로 이런 책을 사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책을 읽고 이렇게 짜증이 난 적이 있을까? 난 이 추리소설을 읽고 자기가 만든 누비이불의 모양을 내가 왜 알아야 할까? 아주 쓰잘때기 없는 말을 줄줄 잘도 적어놨다. 만약에 책이 한권만 있고 책 한권당 분량이 조금 작았다면 이렇게 짜증이 많이 나진 않았을 텐데..

그레이스는 분명 자기가 저지른 죄인것 같은데도 예쁘다는 이유로 신분 높은 사람들에 동정을 사서 자기의 살인죄를 면죄 받는다. 뭔가 실마리를 풀것 같은 치료 의사는 자기 하숙집 아줌마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도망가 버리질 않나 그레이스에게 무슨 도움이 될 만한 짓을 한게 없다. 아주 낚시질이나 다름 없다. 이 사람 한게 없다. 치료는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거창하게 말하더니 끝내 최면으로 치료 한다. 치료 과정은 갑자기 판타지나 스릴러로 장르로 바꾸더니 "불쌍한 그레이스.. 귀신에게 씌었구나~~!!" 살인한 사람은 그레이스가 아니라 못된 그레이스의 다른 그니까.. 골룸과 스미골 같은.. 우리 눈앞에 있는 그레이스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어!!! 요런다. 그러더니 미국가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도움도 주고 ... 이게 있는 사건을 조금 첨가시킨건지 진짜 이렇게 했다는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왠만한 추리소설을 다 재밌게 본 나로서는 기가막히고 당황스러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