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수많은 갈림길을 경험해 보지 못한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심오하면서도 단순한 문제 부터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평소에 정말 하고 싶은 꿈을 위해 과감히 투자를 해야하냐 하지말아야 하나 까지 사소한 것 부터 인생의 미래를 좌지 우지 할 만한 모든 일까지.. 난 얼마 전까지 이런 여러가지 갈림길의 선택에 기로에서 과감히 포기하고 눈을 감아버린 일이 있다. 바람이 가르쳐 주는데로 발을 옮기면 적어도 나의 선택에 내 자신을 탓하는 일은 하지 않을거라는 어린애 같은 발상을 가졌던 것 같다. 그것 역시 눈을 감냐 뜨냐 하는 선택의 문제였을 텐데 말이다. 바람이 가르쳐 준데로 간 결과는 아직 진행 중 이지만 바람을 탓하지 않고 있다는것은 확실하다. 무슨 선택을 하든 후회없는 인간이 어디있겠냐만은 나의 선택 문제에서 나를 한번이라도 해방시켰다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믿을 사람이 오직 자기자신 뿐이락 생각하게 되면 당연히 벽이 필요하지. 악을 물리치기 위한 자기 방어의 벽. 그런데 그 벽안에 악이 있어. 처음엔 자넬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자넬 파멸로 몰아가는 거야                             <중략> 경계가 필요하지요. 벽이 아닌 경계. 벽은 갈라 놓지만 경계는 지켜줍니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언니는 나에게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 넌 쓸때없이 조심할 때가 있어. 조금 편하게 지내도 돼는데 어느정도 마음을 열었다 생각하면 스스로 벽을 쌓아 버리는것 같아."

이 책을 읽다가 언니의 말이 생각났다. 당연하다.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부모도 형제도 지켜줄 수 없을 때가 있다. 벽을 쌓는것은 당연한것. 난 주인공처럼 벽을 쌓아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벽을 쌓다보면 내 손이 망가질 때가 더 많다는 것을 느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여기에선 벽이 아닌 경계가 필요하다 한다. 확실히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벽이 아닌 경계만 있다면 적어도 상대방의 표정으로나마 마음을 알 수 있을것이다. 벽을 쌓아 버리면 눈빛도 숨소리도 못들어 버리니 더 잔인하게 상대를 비난해 버릴 수 있다. 몇년 동안을 나는 최대한 벽을 쌓기만 했다. 이제는 벽이 아닌 경계로 나를 지키려 한다. 그 방법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수 많은 갈림길에서 바람을 믿었고 그 바람은 벽이 나를 막아 계속 그 자리에 서있지 않게 해줬다. 내가 열심히 쌓았던 벽은 그렇게 견고하고 촘촘하지는 않았나 보다.

이 책에서 조금 섭섭한게 있다면 분명 첫째와 둘째 아이를 헷갈리게 했다는 거다. 도대체 첫째가 죽었다는 거야 둘째가 죽었다는 거야. 그것만 아니면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벽들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내 앞에 있는 갈림길을 벽 뒤에서 아닌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

정신을 두고 사는 삶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것 같다. 정신 두고 사는게 누가 뭐라 한것도 아닌데 내 스스로 잘못이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하고 어떻게든 손을 움직이려 하며 최대한 머리를 쓰기위해 죽을만큼 노력하고 있었다. 아무 색채 없는 사람은 지루하고 재미 없다는 내 나름대로의 정의를 가지고 어떻게든 알록달록 색깔을 뒤집어 쓰고 싶어 안달했는지 모른다.

오늘도 멍하니 우리 선생님 책장을 바라 보았다. 정말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자니 선생님이 신간원해? 하며 이 책을 던져 주셨다. 제목이 뭔데요? 하고 물으니 몰라!! 길어~ 이런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제목이 뭔지 모른다. 제목은 그냥 하루키 신간이다. 책은 줄줄 잘도 읽혔다. 초반부터 호기심 작렬하기 시작했다. 역시... 하루키는 재밌구나 이러고 열심히 읽었다. 그 뒤가 어떻게 끝이 날까 아주 아주 기대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내 마음은 이미 책 뒷편을 향하고 있는데 이건뭐지??를 느꼈을때 이미 책은 끝이 났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나만 이런건가.. 하루키라 너무 기대했나? 그렇지 않다. 나도 하루키를 좋아 할 때가 있었다. 오빠가 상실의 시대를 던져주며 읽어봐라~ 이럴때 머이런 야한영감이 다있어 했지만 기발하고 재미 있었다. 그 때 도서관에 가서 그의 책을 열심히 뒤져 보고 찾아 보고 무심히 보고 어떻게든 열심히 보았다. 그렇게 보다가 하루키의 책을 놓아 버린것은 1Q84 2권을 다 끝내고 3권을 봐야할 때 더이상 이 사람의 책을 찾지 않았다. 머 왜 이상해?? 요런건 아니고 한 작가의 책을 열심히 읽어보니 그게 그거더라는 나의 아마추어 발상이 뛰쳐 나온것이다. 그리고 더럽게 비싼 책값도 한몫했다는 것. 차라리 빌려 보는게 덜 아깝다. 상실의 시대 정도만 사면 딱 좋은것 같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번책이 무슨 기대를 했겠나.. 그저 하루키의 색채가 역시나 드러나는 그런 책인것을.. 여기나오는 쓰쿠루는 자기가 색채가 없는 무미건조한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는 그는 절대 그런사람이 아니었다. 자기만의 색채가 뚜렷한 그런 인간이었다. 하루키는 자기가 색채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 걸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하루키 만큼 글에서 자기 색채가 뚜렷한 사람은 몇 안될것 같다. 암튼... 처음에 엄청난 기대와 달리 끝은 도대체 무슨말인지 무슨 결론인지 나의 머리로는 판단하지 못하고 이 책은 끝나 버렸다. 혹시...2권도 있는걸까? 암튼 나는 쓰쿠루와 순례만 떠났다가 왔다. 궁금한건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았지만.. 쓰쿠루가 왜 친구들에게 버림받았는지 이유만 알고.. 솔직히 그것도 진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해 못해서 미안한 작품이 하나 더 생긴건 분명하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우연히 블로그를 뒤지다가 책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참 재밌다라는 소문을 듣고 어플을 다운받고 들어봤다. 일단 목소리도 좋고~ 유머감각에 정말 재밌게 들었다. 거기에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1, 2부를 나누어 평을 나누었다. 대학때 그냥 서점에 갔다가 위대한 개츠비 미니북을 싼맛에 샀던것 같다. 분명히 그때 읽었는데 아마 무진장 졸면서 읽은게 확실하다. 이렇게 기억이 안날 수 있는지.. 개츠비가 죽었는지도 몰랐으면 분명 안읽었거나 읽는척 한게 확실하니.. 그래 그땐 책을 무협지 밖에 보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이게 그렇게 위대한 고전인지 몰랐으니..

라디오에서 이 책에대해 몇가지 화두를 두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 번역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나의 미니북에 나와있는 번역가 이름은 나오지도 않더라. 요즘 소설의 대세 김영하와 번역가의 대세 김석희 등..  대체 얼마나 다르길래 서로 그렇게 물고 뜯고 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 책상에 널부러져 있던 김영하의 개츠비를 빌려 보았다. 김영하의 말에 의하면 이때까지 번역은 너무 진부하고 재미가 없다(?) 소설가의 관점에서 좀 더 재밌게 번역해 보겠다는 의미로 번역했단다. 내가 보기로는 그렇게 보인다.

번역에 번짜도 모르고 영어에 영자도 잘 모르는 요즘은 몰~닝과 이브닝까지 헷갈리는 멍청이로 변하고 있는 지금 이거로나 보나 저거로나 보나 재밌게 잘 봤다. 고전을 읽으면 번역이고 머고간에 나이가 차야 깊이 이해할 수 있는듯.. 아니면 깊이 있는 생각과 연륜이 필요한 듯..

내가 소설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라서 판단할 수 없지만 그리고 작가의 의도나 사람들이 말하는 유식한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단 한가지!! 데이지는 이 사람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