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엄청난 게으름은 손 발을 고생하게 한다. 한 때의 편안함은 그 시간이 지난 후 남는 것도 없고 남긴것도 없으며 해야 할 것만 쌓여서 나를 비웃고 있다. 이것이 너의 업보이다 라는 것처럼.... 내 눈앞에 떨어진  불똥을 밟을 수도 다시 피울수도 모른채 할 수도 없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불똥이 슬슬 내 발 앞까지 스물스물 기어와 나를 집어 삼킬려고 할 때 나는 아무 생각없이 따뜻하다고 하고 있을까? 이것이 지옥인가? 라고 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건 내 업보다~~~라고 하고 있을까?

인간 실격이란 책은 내 발앞까지 온 불똥을 그저 쳐다보고만 있는 내 꼴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다 인간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말까지 실격당하고만 있는 걸까? 저항하지 않아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으면 그것이 죄란 말인가? 문뜩 굶주림에 나온 그 주인공이 생각난다. 인간실격에 나온 요조라는 사람과 굶주림의 주인공은 너무나 닮은것 같다. 저항하지 않는다. 남이 보기에는 쓰레기 이다. 낙오자 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나님 같은 사람이고 순수한 사람이다. 다른것이 있다면 굶주림에 나온 주인공은 돈이 없어서 굶을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요조라는 사람은 잘 생기고 마음만 먹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 파멸해야지만 인간이라는 이름을 버려야지만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자신을 극도로 내 몰고 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뭐 이런인간이 다있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굶주림을 읽어보고 다시 이 소설을 읽어보니 철저히 굶고 있는 사람이나 요조의 모습으로 돌아보자면 그저 나는 저항하지 않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죄인것인가? 역시.. 나는 모르겠다.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무저항은 죄인가? 

	나는 도메조씨의 말을 다 들어주었을 뿐이다. 침묵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진심을 듣기 위해서는 내 입을 다물 필요가 있다.

나는 책 편식이 심하다. 장르에 대한 편식도 심하지만 우리나라 소설과 번역소설로도 심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소설은 솔직히 단어이며 내용이며 나에게 어렵다. 그 말을 오빠에게 말했더니 외국소설도 어려운데 한단계 걸쳐 번역이 되어서 그렇단다. 하긴 생각해 보니 외국소설도 대부분 과학소설이나 추리만 읽었으니... 파울로 작품이니 알랭드 보통 소설은 읽어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우연히 들어간 블로그에서 추천받은 책이다. 추리가 아닌줄 알았는데 추리였다.

바티스타 수술이란 굉장히 어려운 수술이고 위험한 수술이다. 비대해진 심장을 잘라서 작게 만든다는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수술이다. 책에서 나오는 이 바티스타 수술팀은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하지만 연이어 3명의 환자가 죽게된다. 일본소설에 흔히 나오는 괴짜 한 사람이 나와서 이것이 의료 과실인지 살인인지를 파해쳐 나가는 이야기이다. 결론은... 머...

아무리 그룹안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 잘 맞고 이해를 잘 한다 쳐도 한 길 사람의 속이란 알다가다 모를 일이다. 한 사람의 말을 이 사람이 듣고 저 사람이 들으면 똑같은 말이 이사람 다르고 저사람 다르고 이상한것은 때론 의미도 달라진다. 개성도 다르고 입장도 다르고 마음가짐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 이 사회가 어찌 성공률 100%를 자랑할 수 있을까 그건 의료 과실이기도 하며 살인이기도 할 것이다. 직접 칼을 들지 않아도 그럴 마음이 아니 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수로도 사람은 죽을 수 도 있으며 100%가 어느새 20%까지 깍여 있을 수 도 있다. 0%가 되지 않도록 서로서로 양심에 기대어 실같은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왜 이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가진건지.... 나도 모르겠다

옆자리 선생님한테 어떤 책이 재밌나고 물어보니 이것 저것 추천해 준 책 중 하나이다. 김애란 작가의 책을 너무 좋아 해서 이 작가의 책을 거의 다 보았는데 마음을 뭔가 짠~~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추천을 받고 집에서 울 오라버니 왈 너는 그렇게 징그러운 추리소설만 보지 말고 내가 추천한 책을 봐라~~ 라는 말과 함께 귀신같이 이 책을 다시 추천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제목만 보면 무진장 싫어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애소설은 아니다. 열일곱살에 여든의 몸을 가진 아름이와 어려서 결혼을 한 아름이의 부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려운 형편이고 아픈 몸이지만 부모님의 사랑속에 너무나 밝게 크지만 끝내는 쿵쾅거렸던 그 심장은 멈추게 된다.

줄거리만 보면 신파같지만 읽는 내내 나를 웃게하고 즐겁게 했다. 물론 마지막으로 갈 수록 눈물을 자극하긴 했지만...

읽는 내내 나는 나를 뒤돌아 본다. 언젠가 나는 너무나 평범한 내 삶이 싫었던 적이 있다. 좀 특이하게 살고 싶었고 특이한 배경과 가족이 있었으면 어떨까라는 철없는 생각에 빠져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자신의 부모도 특별하고 자신의 병도 특이했던 아름이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삶을 원했을 것이다. 그건 나의 생각이었다. 너무나 특별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와 자신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 나라에 태어나고 일을 하고 우리 부모님 자식으로 태어나고 나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한 것은 아닐것이다. 평범하다는 말로 나를 너무 보잘것 없이 만들었던 지난날을 이 책을 통하여 스스로 특별하다고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두근두근.. 쿵쾅쿵쾅.. 말없이 잘 뛰고 있는 나의 심장에게 너무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