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가의 최고의 책인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이 책은 뛰어난 트릭을 다룬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서 용의자 X의 헌신 다음으로 대단한 트릭이 나오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국내에 소개된 네 번째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인 성녀의 구제. 세 번째인 용의자 X의 헌신에 연이은 쾌거였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편도 물론 재미있지만, 장편을 잘 쓰는 것 같다.
천재와 평범한 사람을 가르는 차이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의외로 가까운 데에 있다. ‘콜롬버스의 달걀’과 비슷하다. 달걀의 밑부분을 깨면서 달걀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발상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로 갈라진다. 내가 보기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할 수 있는’ 축에 속하는 작가인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대작과 수작들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성녀의 구제에 나온 트릭도 그런 유형의 것이다. 사실 이것과 비슷한 정도의 생각을 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흐리멍덩한 생각에서 그칠 뿐, 거기서 더 나아가기가 어렵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걸 해내는 것이다.
아이디어란 어려운 게 아니다. 아이디어의 내용을 들었을 때 ‘아,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었지!!’라고 속으로 외치게 될 정도로 가까운데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끌어내느냐 못하느냐이다.
···마지막은 왠지 자기계발 세미나에서나 나올 말이 되고 말았지만, 하여튼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작가이고 성녀의 구제는 이런 작품이란 말을 하고 싶다(현실성이 떨어지는 트릭이란 의견도 많지만[불가능은 아니지만 일어나기 어려운 그런 것 말이다. 작품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 자체도 소재가 되어 나온다], 소설에서는 현실성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척도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그 족쇄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