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를, 과학과 종교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라면 될까? 아니, 과학과 종교에 대한 이해서, 혹은 화해서나 타협서라고 불러도 됨직하다. 종교에 대한 반감을, 과학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책이라고 불러도 됨직하다. 그 모두라고 불러도 됨직하다.

천사와 악마라는 흔하디 흔한 제목이지만, 작품은 재미있기 짝이 없다. 반전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반전이 예측하기 쉽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예측하기 정말 어렵다. 만약 예측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틀린 생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천사와 악마는 대단한 작품이다.

로버트 랭던 교수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영화에서는 다 빈치 코드가 먼저고 천사와 악마가 나중인 것처럼 나왔다) 내가 봤을 때 댄 브라운의 작품 중에서는 반전이 제일 뛰어났다. 다 빈치 코드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리고 소재의 독창성과 참신성 면에서는 다 빈치 코드보다 댄 브라운의 데뷔작인 디지털 포트리스가 더 나았다(다 빈치 코드, 정말 미안).

 

(리뷰는 ‘반전의 묘미! - 천사와 악마 2‘에서 계속)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는, 그 작품 세계로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붉은 손가락이란 작품은 특히 그렇다.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소설은(시리즈라고 해도 각 권마다 연계하는 스토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따로따로 읽어도 상관 없다), 초반부터 강렬한 소재로 우리들을 사로잡는다.

맹목적인 엄마, 여자 아이를 살해한 살인마가 된 아들 등등······. 그런 것들을 아빠의 시점에서 서술해나간다. 이 가족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비틀어지게 된 것일까?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그런 답답한 마음은 점점 전개 속도를 높여가며 독자들을 충격의 결말로 이끌어 나간다.

이 소설에서는 다시 또 한 번 가가 형사가 그만이 가진 특유의 매력적인 면모를 보이며 사건 과정을 추리해나간다. 과연 그는 이 사건의 숨은 진실, 또한 거기에 더 숨겨져 있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게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나온 여러 소재, 이야기들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가족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모 탓, 환경 탓으로 전개해나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그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탐정 코난의 소설화. 코난의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 밑에서 어시스턴트를 하던 사람이 만든 것인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그림체가 만화에 나오는 그림체와 비슷하다. 소설은 이 소설이 실질적인 데뷔작이라는데, 65년이 지금 데뷔한 것이라면 조금 늦은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대기만성형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늦게 시작한 작가로는 오쿠다 히데오, 박완서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분(좋아하는 작가지만 유명하진 않은 분이라서 감히 말은 못해드리겠다) 등등이 있다. 뭐 이 소설판의 작가가 그분들과 비견할 정도로 뛰어난 작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아오야마 고쇼의 밑에서 일하면서 갈고 닦은 덕분인지 추리 작가로선 뛰어난 면이 돋보인다. 아무쪼록 이 책을 계기로 발돋움하여 유명한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설은 삽화가 추가되어 있는 점,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행동이 거의 만화에 나온 그대로라는 점 등등을 봤을 때 만화와 아주 흡사한 분위기다. 아니, 오히려 코난에 일반적으로 나오는 에피소드들보단 더 나은 듯하다(옥의 티랄까, 삽화에 나온 설명과 본문의 글의 내용이 약간 다른 것이 있었지만 완성도를 많이 깎아먹는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긴 했지만).

문체 등이 코난을 좋아하는 연령층이 즐겨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지만, 어른이라도 볼 만하다(머리 쓰는 내용이 주가 되는 추리 만화가 대개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