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정여울/홍익출판사/2014.6.18
설레임이 가득한,
그 설레임을 책상위에서 느껴야 하는 아쉬움.
정여울 작가의 ‘나만 알고싶은 유럽’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설레이지만 아쉬운...하지만 언젠가는 이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그런 책.
나는 사실 여행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책에는 여행을 가슴으로 하고 보고 느낀다고 되어있지만
내게 여행에세이는 허세, 자랑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화려하고 싶은 글자들의 나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면 내가 보고 싶은 사진만 보고 페이지를 대충 넘겼는데
정여울 작가의 책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어쩌면 다를지 몰라.
이런 기대와 함께 문학 멘토인 정여울 작가의 여행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만인의 연인 ‘파리’에서의 특별한 하루였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에펠탑, 개선문, 노틀담성당도 물론 멋지지만
작가는 두려움 없이 파리의 골목에서 길을 잃어보기를 권유한다.
골목 구석구석을 거닐며 만나는 파리의 삶 그 자체를 느끼며
여행의 자유를 얻으라는 작가의 말이 진심으로 공감되었다.
돌이켜 보면 내 유럽 배낭여행은 무조건 많이 봐야 한다는 압박감에
눈과 머리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정작 마음을 어딘가 가득 채우지 못한,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런 억척스러운 루트와 일정을 감행했는지
사람들에게 어디가고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기는 쉽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느끼고 왔는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철저히 배낭여행을 그러해야 한다는 인식에 맞춰진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마음을 정여울 작가가 대신 보듬고 길을 걸어준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갔던 장소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아련한 추억에 잠겼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여울 작가와 함께 파리 시내를 거닐고,
쾰른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면서
어느새 설레임 가득한 여행을 함께 하고 있었다.
정여울 작가의 이야기 중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남들이 추천하는 여행지가 아닌
나의 끌림에 의해 선택한 여행지에서 찾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나도 나폴리에 갔을 때 마피아와 소매치기가 들끓는 위험한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아름답고 조용한 나폴리의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냥 떠나고 싶다.
언젠가 작가가 돌아선 골목길을 돌아서고
달콤한 젤라또의 맛에 감탄하며
피카딜리 극장에서 뮤지컬을 보고 가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동을 느낄
그 날을 기다리며....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설레임 가득한 그 날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