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책 앵무새죽이기. 이 책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읽어보면 얼마나 예전의 감흥이 되살아날지 내심 걱정도 하면서 읽었는데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계가 무척이나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부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아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쇠퇴해져가는 나의 순진함, 잊고 살았던 동심의 세계가 다시 되살아나서 책을 읽는 잠시나마 어릴적으로 돌아간 듯하여 따뜻함마저 느낄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쏟아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잔잔한 웃음을 끊임없이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사회의 어둡고 무거운 문제인 소외된 이웃, 차별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주위의 차별을 피해 집안으로 숨어든 부래들리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간범으로 내몰리며 끝내는 죽음에 치닫는 톰로빈슨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낱낱이 파헤치고 고민하게 한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이 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부래들리와 톰로빈슨이 어떻게 사회에 버림받고 죽어가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한 죄임을 꼬집는다.
특히 어제는 미국 최초로 대통령 후보에 흑인대통령 후보 오바마가 결정되는 날이었다. 최초 흑인대통령이란 수식어를 달고 종횡무진하는 그가 결국은 후보로 결정되는 순간, 이제는 뿌리깊게 남아있는 인종차별들이 와해되는 상징으로 이 현상을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바마란 인물의 능력, 성격, 됨됨이보다 제일 먼저 등장하고 그를 소개하는 수식어가 흑인이라는 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냐가 화두라는 점은 아직 우리 사회가 그런 인종차별 문제에서 여전히 해방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느꼈다. 비록 그가 대통령으로 뽑혔다고 하더라도 완전하게 차별에서 벗어 났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
시간이 이렇게 지난 지금에도 이러니 예전 미국사회야 더 말해 무엇하랴 싶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흑인 톰로빈슨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톰로빈슨을 구해내려고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은 그가 톰로빈슨의 결백을 증명했지만 배심원들은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결과는 모두 유죄, 유죄, 유죄..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마음속까지는 아버지도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사회가 아직 편견이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시사하는듯 하다. 비단 뿌리깊은 인종차별적 요소는 미국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리라. 흑인과 백인의 대립도 그렇거니와 서구사회에서 인식되는 아시아인들 역시 차별의 그늘속에 갇혀있다. 또한 멀리내다 볼 것도 없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 등을 보더라도 아직은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이 뿌리깊이 존재하며 그 그늘속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낀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본 우리 사회는 웃음이 만연하고 그다지 심각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것만 같다. 일학년 아이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에 금새 동화되어 푹 빠려버렸고 재치있는 상상들이 잠시나마 소리내어 웃게 만들었다. 변호사 아버지가 흑인이란 이유로 강간범으로 몰린 톰로빈슨을 변호하는 소재는 자칫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데 어린아이의 시선을 빌려가며 재해석하여 위트있게 그려낸 책이다.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시선을 만들수 있는지 작가의 위대한 힘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