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동네 >> 우리시대의 명강의 시리즈 중
정 병설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님의 '권력과 인간'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 문학의 성격과 위상을 밝히는 연구를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신다는 저자의 글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저 한다
저자는 한국고전문학 전공자로서 한글 소설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주변부 문화를 탐구하고 계신데요
저서에는 '나는 기생이다-소수록 읽기'
'구운몽도-그림으로 읽는 구운몽'
'조선의 음담패설-기이재상담 읽기'
'한중록'을 번역 해설해서 출간
'구운몽' 번역 등 다수가 있음
이 책은 사도세자 관련 근 일세기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주요인물들(영조-사도세자의 아버지, 인원왕후-할머니, 정성왕후-어머니, 선희궁-생모, 혜경궁-아내, 그리고 정조-아들...)의 성격과 배경이 잘 나타나 있다.
'한중록' 인용 영향인지 혜경궁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한 묘한기분도 들고
'영조실록', '승정원 일기'등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된 귀한 문헌들까지... 간접적으로나마 대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든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사도세자의 어른들
2부, 생장과 교육
3부, 광증의 전개
4부, 죽음과 사후
5부, 정조의 길
부록으로 선행저술 비판과 궁궐안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영조 어진> - 본문 p38
조선시대 문화의 르네상스을 이룬 대표적 임금으로 영.정조를 꼽는다
하지만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비정하고 포악한 아버지임에는 틀림이 없다
공포와 분노의 제왕
왜 영조는 아들을 죽여야만 했을까???.............
반역죄!!!
절대권력에 도전한다는 의구심으로~~~~~~~~~~
여기서 주요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을 좀 살펴보고 싶다. 이런 비극이 발생했는지...
* 영조의 성격을 혜경궁은 한마디로 '상찰민속'(祥察敏速-풀이:꼼꼼히 살피면서 동시에 재빠르다)에 비유했으며 세세히 신경쓰는것이 병적이라고 했다. 죽음을 아주 두려워 했으며 죽을 사(死), 돌아갈 귀(歸)등은 꺼려 쓰지 않고 불길한 말을 들으면 귀를 씻을 정도이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있을시 출입문부터 달랐다고 하니...편집증..극도로 불안한 정신세계을 갖고 있는것은 분명한 듯 하다. 왕자이지만 세력가들에게 무시당하는 존재여서 일까- 여종의 아들이라는 출신에 대한 콤플렉스가 너무 심했나...어린 연잉군 시절 불안과 우수의 표상이었데요
영조는 숙종과 생모인 숙빈 최씨(궁녀의 하인 즉 침방 내인의 각심이?...추측)에게서 태어났다고 함
* 인원왕후-병약한 경종(영조의 이복형)의 후계자로 영조를 지지했던 인물로 최고의 여성 권력자이시다
음식에 대한 특별한 식견과 안목을 지니고 있었으며 사도세자를 아끼고 보살펴 인원왕후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뒤주에 갖혀 죽는 불운은 없지 않았나 한다
* 정성왕후-(영조의 첫째 왕비) ...첫날부터 소박맞은 왕비로 외로움속에 험난한 세월을 보냄
* 선희궁(영빈)-사도세자의 생모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자리로 뛰어오른 여인. 영조나이 마흔이 넘어 후사를 잇게 해줄 아들을 낳아 사랑을 많이 받았으나 선희궁의 결언을 듣고 영조가 아들을 죽일 결심을 하게됨.
세도세자를 죽인 어미로 기록됨
* 혜경궁-사도세자의 처로서 '한중록'을 기록. 정연한 논리와 박식함까지 갖춘 철의 여인이었다 함
선조의 딸인 정명공주의 후손이며 당시 친정은 노론의 실세이며 최고의 명문가.
남편이 죽고 또 아들에 의해 친정이 멸문되는 지경에서도 치열하게 살다감
그 당시 문헌들은 세자의 광적인 면이 별로 서술된것이 없으나 아내인 혜경궁은 남편의 광기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묘사...사도세자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영조를 공격하려다 반역죄에 걸렸다...이는 친정의 권력유지와 관련이 있음직하게도 보고 또 정순왕후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음...
아무튼 역사적인 면에서 큰 무게감이 실리나 보다
* 정조이야기는 뒷에서 언급하지요
* 비운의 사도세자...지금부터 만나보셔요
<본문 p125>
위의 본문 내용에서 보듯이 부자간의 애정결핍이 크나큰 요인이 되는군요
영조는 세자가 장차 차분한 임금이 되기를 바라는 반면,사도세자는 활달한 기상과 예술가적 기질이 많다고 한다
어디에 얽매이기를 싫어하고 능동적으로 무엇을 만들기를 좋아했고 글을 읽기보다는 쓰는것을 좋아했으며 그림을 그리며 무예에 심취해 무예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3살때 천자문을 배우면서 사치는 나쁜것임을 알고 (비단보다는 무명옷을 즐겨 입고 싶어함)몸소 실천하는 모범도 보인다
<사도세자의 글과 그림>
영조실록에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훈계하는 대목을 보면
"음식은 한때의 맛이요, 학문은 일생의 맛이다. 배부르면서도 체하지 않는것은 오직 학문 뿐이다"
미련하게 밥만 먹지 말고 아무리 먹어도 체하지 않는 공부를 하라는 말인데 아버지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 당시 사도세자는 먹는것을 즐기고 뚱뚱했다고 한다.
영조로 부터 자즌 훈계와 질책이 계속되다보니 언제가 부터는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또 두달간 눈이 충혈되어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안질로 고생했으며 다리 살갗이헐기까지하는 습진이 생겨 온천치료를 받는 일도 있었다.
또 홍역을 다 이겨내기도 전에 추위가 매우 혹독한 한겨울에 사도세자가 눈사람이 된적이 있다하네요.
이유는 영조가 전위하겠다며 소동을 벌여 어린나이에 큰 혼란을 맞기도 하고 점점 감당하기 힘든 불안감과 강박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계증'도 나타나고...
기가 세다고 느낀 사도세자에게 영조가 모멸과 멸시을 주는 대목을 보자.
세자익이사에서 근무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신하 이의경에게 사도세자가 이런 글을 써 준적이 있다
"즐거움 중에는 책읽기가 최고요, 천금은 귀중하지 않지만 만민은 귀중하다."
소문을 통해 이 내용을 알게된 영조는 사도세자가 놀기만 좋아하면서 독서가 최고라 한것은 거짓이라며...
신하들 앞에서 무시하고 조롱했다. 영조는 세자를 재수없는 존재로 여겨 온갖 수모를 주곤 했는데
늘 한심하게 느껴 심지어 "일년에 책 읽고 싶은 때가 몇번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무엇을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심어 주는것이 아니라 자주성이 결여되게끔 ...현실을 탈피하고 싶도록...한편 내면에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 차게끔....몰아간것 같다
사도세자가 무서운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자.
최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궁궐에서 벗어나고파 궁궐후원에 따로 지하방을 만들고 헛것이 보이고 성폭행에 가학증까지 또 아무 옷이나 입질 못하는 심한 '의대증'에...심지어 살인까지 하게 된다. 자살시도도 몇차례나 있었다.
하여 왕이 세자에게"어찌 그러하니"라고 묻자 "사랑하지 않으시니 서럽고, 꾸중하시니 무섭고, 화가 되어 그러하오이다"
이쯤에라도 관계개선이 이뤄졌다면...끔직한 불상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원망스럽다
<뒤주>
정성왕후의 삼년상을 치러고 난후 그리움에 간직한 오동나무 상주지팡이(자객들이 암살에 사용하는 무기가 될수 있고)가 영조의 오해를 부르고 사치를 싫어하는 마음에 용포안에 생무명옷(영조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 상주옷으로 인식)을 입고 있다가 죽음을 부르는 빌미를 제공했으나...오호! 통제라...................
죽기 한달전 나경언의 고변(반역을 일러 바친다-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 여기서 당쟁 희생설이니 등등 많은 의문이 추측되는 바)이 있었고
생모 선희궁이 영조에게 찾아가 종묘와 사직을 위해 사도세자를 죽일것을 청하자 (사도세자의 지금까지의 비행(?)을 낱낱이 아뢰며)
영조는 결심을 하고
첫째왕비 영정앞에서 드낫없이 "혼령이 들린다"며
"변란이 호흡사이에 있다."-(변란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사도세자가 반란의 주동자다)
즉 '반역죄'를 지어서 죽인다고 말함
영조는 세자가 자결을 하도록 명령했지만 세자가 살려달라고 완강히 거부하자
곡식이나 문서를 보관하는 뒤주에 가두에 굶겨 죽였다........아~! 애덟다. 이 슬픔을 무엇으로 다 표현할꼬 ㅠㅠ
스물여덟나이로~~~
비록 비운의 사도세자는 떠났지만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잠자리에 들어오는 꿈처럼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탄생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영특하고 늘 책을 가까이 하며... 영조의 사랑을 받으며 제왕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영조와 달리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부정적 비판보다는 이미지를 새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시켰으며
영조가 아들을 죽이고 후회하면서 작성했다는 '금등지서'까지 고쳐 미화(저자의 글에서:역사 왜곡-난 진정 잘 알 수 없지만)하여 훗날 굳건한 조선 왕조를 물려주고 싶어서였을까.....
정조 자신의 통치철학을 드러낸 <만천명월주인옹자서>라는 현판을 궁궐 곳곳에 걸게 했는데... 만천명월이란 밝은 달을 의미 그러나 저자는 정조의 달빛은 은혜의 빛이 아니라 세상을 감시, 조종, 통제하는 통치의 빛이라 해서 한참 웃었다
임금은 세상을 이끄는 유일한 조종자!!!
<권력> 도대체 뭘까요
누가 권력은 아름다운 보석이라 했는가
권력에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수 없고 권력은 올라가는길만 보여주지 내려가는 길은 보여주지 않는데요
권력에 무관심하다는것은 욕망이 없다는 말과 같으며 권력을 포기 한다는것은 무소유의 실천에 버금갈 만큼 어려운 일이랍니다. 그래서 당쟁 또한 권력의 후광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본질 아니겠는가
권력의 비정함은 자식, 친구, 집안, 부모도 없음에................마음이 아프고 무겁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떤가요?
부록으로 실린 이덕일님의 저서 비판은 학자적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하겠으나 기분이 왠지 묘한 느낌을 받는다.
신문을 통해 그분의 글을 자주 접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계기를 경험삼아 역사서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도 다방면으로 잘 꼽씹으며 탐독하리라 다짐해 본다
특히 역사서는 참고 문헌의 한계와 더불어 어려움이 무엇보다 크리라 생각하면서...
저자의 노고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