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을만한 미술 관련 책으로 많이 추천되는 책이라서 선택한 책....  특히 생각의나무 아트 시리즈 중 다른 책들을 읽고 쉽고 재미난 접근성에 반한 터라 이 책도 예술에 쉽게 다가서기가 가능할 듯 싶었다.  


  이 책은 수 많은 미술작품을 수필을 써나가듯 짧막한 주제가 있는 글 풀이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작품의 언급 범위도 서양화 뿐만 아니라 동양화, 한국화, 도예, 조각, 팝아트 등 제목처럼 단지 '그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런고로 여러 미술 작품을 간접 경험할 수 있으며, 그에 관한 뒷 얘기를 풍성하게 엿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저자님의 문체가 그리 쉽게 읽히는 그것은 아니었다.  다른 미술 관련 입문서들은 어휘 선택에 있어서 문외한에 가까운 일반인들의 접근 용이성을 위해 쉽고 편한 것을 택하는데 반해, 이 책의 저자님의 어휘나 문체는 가만 가만 하나씩 곱씹어보면 그리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직접적 설명보다는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지라 그 비유적 의미를 한번씩 되새기면 또 다른 상념이 들면서 그쪽으로 빠져들어가기도 하는.... 그래서 휘리릭 무심코 읽어내리기에는 조금은 버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미술 관련 서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작품의 탄생 비화라든가, 예술가들에 대한 뒷 얘기가 어찌나 재미난지 책을 잡으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더라는....    단순히 작품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미술가들의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도 많은데, 일반적인 평가와 달리 그 미술가에게 이런 면도 있었나? 싶은 것들도 다수인지라 조금씩 놀라기도 하면서 말이다.   원래 뒷담화(?^^)는 재미있는 법!  


  이런 이유로 인해서 이 책을 읽다보면 미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밀려든다.  이전에는 그저 교과서적인, 혹은 상식선의 미술에 관한 작품 설명을 그저 듣는데 그쳤다면, 이 책의 제목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런 사실들을 알고나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면 어떤 다른 시각이 열리는 듯한 느낌?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 미술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미술 입문자를 위한 그저 재미난 에피소드 소개에 그치는 가벼운 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는 저자님의 비판 의식이 글마다 눈에 띈다.  미술을 잘 모르고, 안목도 없는 내 입장에서야 그저 이런 면도 있구나...생각하며 읽어나갈 뿐이지만, 미술계를 잘 알고, 이해하는 분들이 보신다면 이 책의 '행간'을 깊이 있게 해석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아는 만큼'씩 보는 듯 싶다.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도 말이다.  미술에 관한 내 '앎'의 깊이가 겨우 접싯물인지라 이 행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계속해서 그 깊이를 더해가고 싶다.  그때 다시 보면 이 책의 의미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겠지...

작은별 통신원 나라 요시토모를 소개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하드 럭』과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읽다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독특한 일러스트 덕분에 눈길이 한번 더 간다. 어린 아이처럼 이등신 몸매에 예사롭지 않은 눈빛과 표정, 요즘 유행하는 S라인과 V라인은 찾아볼 수 없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나라 요시토모, 그가 그린 일러스트를 보면서 어떤 람일까 상상해 본다. '요시토모'라는 이름은 남자를 연상시키지만, 아마 그가 그린 일러스트 속 주인공들처럼 앙증맞은 여성일거라고 추측해 본다.
   나라 요시토모는 일본은 물론 한국,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세계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의 작품을 제외하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 베일에 싸여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은별 통신』은 이 작은별에서 살고 있는 나라 요시토모의 출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성장과 작품활동 과정이 담겨있는 자서전으로, 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를 만날 수 있다.
   1959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난 나라 요시토모는 197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의 작은별 보따리 인생이 시작된다. 도쿄 도내 미대 조각과에 합격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요시토모는 진학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림을 그리다가 1년 후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입학한다. 당시 그의 일상은 그림 그리기와 록 음악, 아르바이트가 전부였다. 그렇게 스무 살이 된 그는 2학년 학비를 가지고 유럽으로 훌쩍 여행을 떠난다.

같은 일본 사람이라도 싫은 사람은 싫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은 좋은 것이다. 유스 호스텔에서, 영어를 제대로 몰라도 마음이 맞지 않는 일본 사람과 얘기하는 것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같은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다른 나라 사람과 함께 있는 편이 훨씬 부담이 적었다. (p.26) 

   학비로 유럽 여행을 떠난 그는 학비가 싼 나고야의 한 공립대학으로 적을 옮긴 후에도 두 번의 유럽 여행을 더 떠난다. 그리고 1988년 독일 유학을 결심하고 일본을 떠난다. 독일의 뒤셀도르프와 쾨른에서의 생활은 넉넉치 않았지만, 요시토모는 열심히 그렸고 결국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만들게 된다. 이후 그는 독일, 미국, 일본 등지를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고 전시회를 열며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일러스트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어떤 이들은 유치하고, 여자들만 좋아하는 그림이라며 낮춰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시토모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나의 작품 전부가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평가해 주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내 작품을 봐주는 사람을 위해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나 자신을 위해서 작품을 제작해왔으니까. (p.102)

   책 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도 나라 요시토모를 만날 수 있다.  요시토모 나라가 전시 'A to Z"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요시토모 나라와의 여행》이 지난해 12월 개봉됐다. 영화 초반부에는 2005년 한국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내 서랍 깊은 곳에서'의 모습도 등장한다고 한다. 
  또, 그가 일러스트를 맡은 『아르헨티나 할머니』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에서 그의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나라 요시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