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속에 많은 생각을 해주기 때문에 단편을 좋아하는 편이라 고른 책이었다. 10개의 단편이 한 권에 묶여있는데, 리처드 매드슨이란 작가가 원래 공포 소설을 자주 쓰는 작가란다... <더박스>도 공포 소설이긴 한데 귀신이나 괴물 등이 나오는 공포가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으스스한 공포에 가깝다. 영화에 비유한다면 호러는 아니고 스릴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10개의 단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처음에 나오는 두 가지 이야기였다. 네 번째 단편을 읽을 때 지하철과 안전문 틈새로 책을 빠뜨리는 이상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는지 괜히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 뒷부분의 이야기들은 그리 집중할 만큼 흥미를 끄는 이야기가 없었다. 게다가 젖어버린 책 때문에 마지막에 나오는 로스엔젤레스 이야기는 거의 읽지도 못했다. 읽어보려고 했지만 낯선 뉴스들이라 그런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스포일러(?) 있음...> 약간은 충격적인 내용의 첫 단편은 ‘버튼, 버튼’ 이었다. 어느 날 부부에게 버튼이 달려있는 상자 하나가 배달되어 온다. 영업사원은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르는 사람이 죽고 5만 달러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내는 호기심을 가지고 버튼을 보기 시작했고 남편과의 갈등이 시작된다. 남편은 모르는 사람이 죽더라도 살인은 살인이라며 갖다 버리라고 하지만 5만 달러의 꿈에 빠진 아내는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그 일로 둘이 심하게 싸운 날... 아내는 버튼을 눌렀고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보험금으로 5만 달러를 받게 된다. 아내는 뒤늦게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더니 왜 자기 남편이 죽었냐며 따지지만 그 영업 사원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남편을 정말로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질주의적 인간을 비판하는 것인가? 아니면 삭막한 인간관계를 꼬집는 것인가? 갑자기 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안다고 하는 사람들...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더 알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참 인간관계는 어렵다... 그래도 중요한건 보이지 않는 신뢰로 묶여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것... (너무 삼천포로 빠졌다;;)

예지몽을 꾸는 아내가 나오는 두 번째 이야기도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였다. 아내를 이용해 돈을 버는 남편의 최후... 그리고 매춘부가 나오는 단편 마지막에 남자 매춘부가 초인종을 누르며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는 왠지 모르게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 우울한 내용의 책을 읽으면 내 기분도 우울해 지는 것 같아서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더박스>도 우울한 느낌이 풍기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읽어서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더라고 그다지 추천하고픈 책은 아닌 것 같다.

더박스, 리처드매드슨

1Q84를 제치고 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덕혜옹주>, 무명이었던 여성 작가 권비영씨가 화제가 된 책이다. 많은 신문기사나 뉴스에서는 여성작가 전성시대임을 알리고 있다.

 부끄럽게도 덕혜옹주가 누구인지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녀가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는 것을 알았다. 고등학교 때 사회과목 선택에서 국사를 배우긴 했지만 근현대사를 깊이 배우지 못해서 현재와 가장 가까운 과거를 잊고 있었다. 하긴 1986년도에 태어나 전두환 정권도 모르고, 어렸을 때부터 휴대폰과 컴퓨터를 배우면서 자란 내가 과거의 역사를 느낀다는 것도 힘들다. 얼마 전 30대 후반 나이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어렸을 때 전두환이 TV에 나오던 장면 등을 회상하시는데 내가 어렸을 적을 회상하면 HOT와 젝스키스라는 그룹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시대가 참 빨리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기에 약간 허구성이 있긴 하지만 원래의 역사를 최대한 많이 반영한 것 같다. 일본으로 강제 연행되어 일본인과 강제로 정략결혼을 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가게 되고 하나 있던 외동딸은 자살을 했다. 그리고 후에 기자였던 김을한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귀환하게 되는 등의 이야기는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하였다. 만약 그런 내용이 소설이라고 했어도 참 기구한 인생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텐데 실제 이야기라니... 그 무엇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었던 덕혜옹주의 인생이 참 가련하다.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책을 읽다가 감정이입이 되어 억울한 심정이 들고, 여러 차례 주먹을 쥐곤 했다. 없던 애국심도 불끈불끈 일어날 정도로 그 시절은 잔인했다. 

<덕혜옹주>에서는 덕혜의 일생 중 태어나면서부터 딸을 낳기까지의 일을 중점적으로 그렸다. 그 내용 중에 가장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은 딸 정혜와의 갈등이었다. 따지고 보면 둘 다 조선인도 아니요 일본인도 아닌 사람이 된 것이다. 자신과 같은 절망을 느꼈을 정혜를 보면서 덕혜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리고 엄마를 이해하고 싶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더욱 힘들어지는 정혜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모녀의 아픈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얼마 전에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 3.1절을 앞두고 장동혁씨가 국사가 무슨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냐고 외치는 장면이 화제가 됐었다. 전부 맞는 말만 골라하는데 정말 부끄러웠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가르치는데 우리도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대처한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직접 경험한 일들이 아니기에 역사는 어렵고 낯설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옛것을 알고 새것을 알아야 당당할 수 있다. 교과서에서도 배우지 못한 마지막 황녀를 소설로 그린 <덕혜옹주>는 몰랐던 역사를 새로이 알게 되고 그 점에 또 깊은 반성과 성찰을 해볼 수 있는 점에서 참 좋은 책이다. 그동안 아무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주지 않았던 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 지금이라도 이렇게 빛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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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8) 밤 11시 30분에 KBS 1TV 책 읽는 밤 42회를 시청했다.

무명 작가가 쓴데다 출판 2달만에 10만부 판매, 일본 소설 1Q84를 눌러버려 출판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책..

<덕혜옹주>를 다루었는데 마침 읽고 있던 책이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챙겨서 보았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 이미 나도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리하고자 책을 다 읽고 준비하고 있었다.

열혈독자 31명과 5명의 패널이 나와서 드디어 책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였다.

일단 간단히 책의 내용을 보여주고 열혈독자, 패널의 순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대충 메모했던 패널들의 의견과 감상을 적어 보려고 한다.

 

 

 

철학자 탁석산: 재미가 없었습니다. 몰입이 되지 않고 소설의 매력이 없는 느낌이었다. 중요한 고비가 나올 때마다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사유가 부족했다. 추락... 나보다 더한 환경이 오히려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역사학자 신병주: 우선은 역사를 다룬 소설이 나오면 참 반갑다. 허구적인 요소도 많지만 최대한 사실에 근거하여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감독 이숙경: 까미유 클로델이 생각났다. 정신병에 대해 다른 해석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덕혜옹주를 너무 나약한 여자로만 그린 것이 안타깝다.

 

만화가 기선: 마리 앙뜨와네트 이야기처럼 영화로도 만화로도 만들어지고 좀 더 알리면 좋을 것 같다. 굉장히 탐나는 캐릭터이다. 비극의 주인공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센 캐릭터이다.

 

역사추리소설가 정명섭: (몇번 발언을 하셨는데 메모를 못했네요...;;;죄송 ㅠㅠ)

 

 

 

일단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시작했다.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몇가지 주제가 나왔고 그에 대해 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왜 지금까지 아무도 쓰지 않았나?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화제를 불러 일으킬수 있는 소재였는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덕혜옹주를 다룬 책이 없었고 일본인이 쓴 책 한권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주제에서 이숙경 영화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서야 그 역사를 바라볼만한 힘이 생기지 않았나...

모두들 공감했고 나 역시 공감했다. 1989년에 덕혜옹주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내가 4살때 돌아가셨다니 멀게만 느껴졌던 일제치하의 모습들이 갑자기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우리나라는 그 시절엔 그 소재로 글을 쓸만큼의 힘이 없었다.

 

덕혜옹주는 정말 정신병이었을까?

소설에서는 계속 덕혜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런데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법이다. 그럼 정말 덕혜는 미쳤던 것일까?

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신병으로 판단하려면 망상과 환청이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덕혜옹주에겐 그러한 증상이 없었고 정신병이 아님에도 정신병자로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정신병에 걸렸어야 덕혜옹주가 그렇게 살아남을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 처참하고 잔인한 모든 일들을 어떻게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일본 여성학자에게 먼저 쓰여진 <덕혜옹주 - 원제: 덕혜희, 이씨 조선 최후의 왕녀>

의견이 엇갈렸다. 일본인이 쓴거라 치우쳐져 있었다는 시각과 꽤 객관적으로 쓰였다는 시각...

우리나라 책 장르는 소설이고 일본 책은 평전이다.

혼마 야스코는 덕혜옹주와 그의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그들에겐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이에 대해 철학자 탁석산은 입증이 잘 되지 않았고 엉성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균형감각이 생기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기회가 되면 꼭 그 책도 읽어볼 생각이다.

그 책은 소설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결혼 후의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고 하니 궁금해졌다.

 

 

 

토의 프로그램이라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맞장구도 치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 사고와 시각이 확실히 넓어진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 혹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고 종종 챙겨봐야 하겠다^^ (그 시간 다른 프로그램들이 너무 재밌긴 하지만...ㅠㅠㅋ)

 

덕혜옹주, 책읽는밤, 권비영

어떤 TV 프로그램 설문조사에서 부모님에게 있어 자식의 가장 큰 불효 1위가 아픈 것이라는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건강은 사람들에게 중요하고 항상 관심을 두게 된다. 특히 30대로 접어들면서 그런 관심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행복도 건강해야 행복하고 사랑도 건강해야 하는 것이다. 최고로 꼽는 가치관에서 항상 건강은 전제가 되는 것이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건강 신호등>에서는 우리 몸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질병 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몰랐던 질병에 관해 방대한 정보가 들어있다. 그렇지만 사전처럼 필요할 때 찾아 읽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건강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는데 ‘빨간색이 뭘 나타내지?’ 하고 그 때에 가서 공부를 하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거다. 미리 그런 신호를 익혀두어야 나중에 신호가 오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양의 정보라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상 신호들을 전부 기억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자주 발생했던 질병과 ‘암’과 같이 한국인들에게 잘 발생하는 병, 그리고 이상이 있을 때 손쓰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다던가 하는 병을 위주로 잘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건강 신호 중에 ‘위험한 삼각지대’에 관한 내용을 읽고 정말 놀랐다. 사람 몸에 위험한 삼각지대가 한 곳 있는데, 이 삼각형은 한 꼭짓점이 양쪽 눈의 정중앙에 있고 나머지 두 꼭짓점이 입의 양쪽 끝이다. 이 부위에 공급되는 동맥혈은 심장으로 되돌아 갈 때 두개골 안쪽으로 이어지는 정맥을 따라 이동하는데, 다른 부위에서는 정맥혈이 두개골 밖의 혈관으로 흐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그 부위에 세균이 감염되면 혈류에 침투한 세균이 정맥을 따라 뇌에 직접 전달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뇌에 감염이 생기면 중요 부위에 염증이 퍼져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염증 부위가 삼각형 안쪽에 있다면 개인적으로 치료를 하거나 약을 먹으며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피곤하거나 하면 입과 코 주변에 여드름 같은 염증이 자주 나는 편인데 항상 개인적으로 약을 바르곤 했었다. 그런데 위험한 곳이었다니... 책을 읽고 정신이 확 들었다. 약물 오남용을 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것과 같이 건강 이상 신호도 절대 어설프게 알고 가볍게 여기면 안될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무작정 책만 믿고 병원도 가기 전에 설레발 칠까봐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런 의식이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나만 알지 말고 주변 사람들의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건강신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