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사명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주 임무고, 금기와 성역을 넘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존재의 의의임을 실천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래서 흔히 성역이라 불리는 권력, 재벌, 종교, 언론, 미국 등에 용기와 집념을 가지고 실상을 파헤쳐 국민들에게 알권리를 충족시킨 프로그램. 얼마전 검찰 스폰스 의혹을 방영하여 큰 반향을 불러 온 프로그램 MBC <PD수첩>.

 <PD수첩>이 1990년 5월 8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올해로 20년이나 되었단다. 한동안 KBS <추적 60분>,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저널리즘 프로그램이 각 방송국의 얼굴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시청율 또는 그밖의 이유로 중도하차하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프로그램은 <PD수첩>밖에 없다. 6공화국에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지금은 이명박 정부로 변천해 오면서 권력과 긴장을 유지해 온 프로그램. 하지만 위기의 순간도 없지 않았다.

 <PD수첩>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PD들과 인터뷰를 통해 카메라에 담지 못한 PD들의 뒷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다. 최초 기획자 김윤영 PD에서 부터 광우병 논란의 중심으로 아직도 재판중인 김보슬 PD, 그리고 최근 법의 날 특집으로 '검사와 스폰서'로 일약 유명해진 최승호 PD까지, 그동안 <PD수첩>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프로그램과 그에 관한 이야기 등 TV에는 방송되지 못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프로그램의 존폐위기를 넘어 MBC 방송국의 존폐위기까지 거론되었던 '황우석신화'. 만약 '국익이 먼저냐 진실이 먼저냐'를 놓고 봤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PD수첩>에서는 진실이 결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과감하게 취재를 시작한다. 법정까지 가는 공방속에 결국 진실은 <PD수첩>편이었다. 이 과정에서 관련된 사람들이 받은 고통은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현 정부 들어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한다.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도 되고, 안되면 민사소송으로 해도 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기에 이념의 덧칠을 해서 형사입건을 시켜버린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곳이 있다. 가령 '4대강과 민생예산'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데 이 방송이 맘에 안든다고 시민단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를 하면 곧바로 심의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취재해 놓고도 방송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이 책을 통해 한가지 깨닳은 부분이 있다. 검찰에 대한 부분이다. 흔히 검찰을 사법부와 동일선상에 두고 판단을 한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과는 다른 행정기관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의 지휘를 받는 행정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중립성,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런 조직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주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 우리 검찰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책 말미에 있는 김태헌 책임PD의 바램대로 소외되는 사람이 없고,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며, 국민이 주인인 <PD수첩>이 꿈꾸는 그런 나라가 빨리 오기를 빈다. 그러기 위해 나도 앞으로 <PD수첩>을 관심을 가지고 꼭 시청 해야겠다.

PD수첩, 진실의목격자들

  학창시절 나를 가장 괴롭혔던 과목이 영어다. 그래서 지금도 연초가 되면 올해는 꼭 정복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영어공부였다. 오죽했으면 아들과 같이 공부하자고 꼬셔 보기까지 했었더랬다. 하지만 기초가 약해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다가 초보를 위한 기초 영문법 책이 눈에 띄었다. Grammar Gateway Basic(초보를 위한 기초 영문법)이 바로 그 것.

 

  책을 펼치니 나 처럼 기본이 부족한 사람에게 딱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 표지를 넘기면 바로 학습진도표가 나온다. 한 장짜리에 불과한 진도표지만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 책을 끝낸다는 다짐과 학습 프랜을 기록하고, 각 레슨별 학습이 끝나면 ○표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학습진도표에 표기된 풍선말이 목표 달성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다. 시작이 반이라고요!,  벌써 레스 50 고지 점령?, 거의 다왔어요. 조금만 힘 내보자고요!, 축하합니다! 드디어 끝내셨군요!! 아마도 학습자가 중도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된다.

 

  책은 모두 100레슨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제, 조동사, 수동태 등 순서는 내가 보아왔던 보통 영어책과는 많이 다르다. 대신 어려운 문법 용어를 풀어서 설명하고 표와 그래프를 활용하여 이해하기가 편하다. 또 생생한 삽화나 대화와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9명의 케릭터가 있어 공부하는데 재미를 더해준다.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인데, 각 레슨은 모두 두 페이지씩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어 공부하는 부담을 들어준다. 이밖에도 일상회화와 문장을 완성해보는 다양한 문제유형으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예문을 많이 다루는 등 초보자에게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레슨을 모두 마치면 추가 연습문제를 풀어 부족한 부분은 다시 복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도움이 될 기본적인 사항이나 레슨에서 다룬 부분중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부록에 수록하고 있다. 게다가 한글과 영문 색인목록을 두어 필요한 부분을 바로 찾을 수 있게 해준다.

 

  학습은 하루 한 레슨씩 100일이 걸리고, 두 레슨, 네 레슨, 다섯 레슨으로 늘리면 각 각 50일, 25일, 20일로 단축도 가능하다. 뭐 나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하루 한 레슨 이상은 한다고 계획을 세워도 되겠다.

 

 나처럼 영어 기초가 부족하다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홈페이지(http://www.jumphackers.co.kr)를 통해 의문 사항은 다른 학습자와 나누고, 다양한 무료 영어 학습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영어 기초를 꼭 정복하세요 !!

초보를위한기초영문법

 중세 유럽에서 성직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 있었다.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가 1511년에 쓴 『우신예찬』이 바로 그 것. 당시 에라스무스는 모리아(바보 여신)를 친구 이름에서 따온다. 그래서 이 책은 『모리아예찬』이라고도 한다. 이 책에는 철학자, 신학자들의 쓸데없는 논쟁, 신학자, 교황을 비롯한 성직자들의 위선, 그리고 교회의 부패 등에 대해 신랄하게 조소한다. 그런데 500년이 지난 21세기에 바보 여신이 다시 나타났다. 김영종이라는 저자를 통해서다.

 

 『헤이, 바보 예찬』은 500년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차이다. 그래서 교회의 부패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를 시켰고, 이성과 지성이라는 허울 아래 내면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인간들을 향해 바보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바보 여신이 바라는 세계는 차별이 없고 모자람이 없는 풍요로운 세계다. 축제의 세계다. 그래서 자신의 생부는 '부의 신'이고, 외할머니는 '곡물의 여신'이다. 그리고 자신의 유모는 '무지'와 '만취'다. '자존심', '아첨', '망각', '게으름', '쾌락' , '경솔', '안일함'은 바보 여신의 친구다. 이들은 '절제와 금욕의 신'을 무력화 시키는 존재로 축제의 세계를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친구들이다.

 

 바보 여신은 미래의 희망을 '계산과 계획의 신'이 만들어 낸 가장 무서운 '악마의 유혹'이라고 한다. 교육에 의해 세뇌당한 것으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규제하는 고정관념이라는 것. 나온 역사도 50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란다. 그래서 현재만이 희망이라고 당당히 규정한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것 중 '배움은 신성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바보 여신은 과감히 가장 신성치 못한 것으로 규정해 버린다. 이유는 평가라는 것을 통하기 때문이란다. 능력을 평가하는 건 사탄이 하는 일로, 배움이 신성한 것이 되려면 평가가 아니라 점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이는 무한 경쟁에 내모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잘 표현해 준다고 느껴진다.

 

 별로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 읽기가 약간은 난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신 몇 번 반복해 읽다 보면 저자가 바보 여신의 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책이 흥미를 돋구는 것은 각설이 타령, 야바위 노래, 랩, 판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글로 독자에게 다가 온다. 김영종 저자는 지금 프레시안에 『잡설』이라는 것을 연재 중이란다. 책에 따르면 이 글이 『헤이, 바보 예찬』의 주석서 격이란다. 한번 확인 해 봐야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가장 최근의 글은 <엘리트주의만 남은 진보②>다.

헤이, 바보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