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류의 책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쓰는 책이다 보니,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그저 수다 정도로 그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 적당한 균형을 찾는 게 항상 문제인 것 같다. 난 너무 어려운 책도 싫고 그렇다고 수다로만 그치는 책도 별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책이다. 

그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많은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그림에 얽힌 흥미로운 일상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까지 섞어서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한젬마의 책이라 더 좋았다. 유명한 그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그림도 있다. 한젬마가 해주는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려운 그림도 바로바로 알 수 있을 것 같고 알고 있던 그림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게다가 지적이면서도 따스하고 생기가 넘치고 활달한 한젬마를 보고 있으면 나도 함께 그렇게 될 거 같은 막연한 느낌도 좋다. 사실 읽은 지가 오래 되어서 다시 대충 훑어봤는데, 처음부터 다시 한번 차근차근 봐야할 것 같다. 

‘예쁜 여자를 만나면 삼 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면 삼십 년이 행복하고,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삼대가 행복하단다.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결혼식 세 시간 동안의 행복이 보장되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통장 세 개의 행복이 보장되고, 가슴이 따뜻한 남자를 만나면 평생의 행복이 보장된단다.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만난 이 사람이 바로 가슴이 따뜻한 남자이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세상의 많은 여자들 중 바로 내가 예쁘고 착하며, 지혜롭기까지 한 여자이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만 갖고 살면, 정말 보일까? 
보인다. 나는 세상의 이렇게 많은 사람 중 체온이 따뜻한 그를 발견했고, 
그는 나를 착하고 예쁘고 지혜로운 여자가 되도록 이끈다.’

그런데 왜 모두 내게 무조건 머니 많은 넘을 만나라고 할까? 나도 그게 좋지 않은데 말이다. 하긴 이 나이에 내가 뭘 따지겠느냐만은, 그래도 하나 고르라고 하면 ‘마음 따뜻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 욕심이다. 

박순철의 <부전자전>이라는 그림이 있다. 가만가만 봐야할 것 같은 그림이다. 웃음 소리도 크게 내면 안 된다. 그냥 저절로 떠오르는 미소만 갖고 볼 일이다. 행복해지는 그림이다. 



‘강한 웃음, 일상이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웃음. 이 그림을 보고 있는 당신. 당신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만약 당신이 화면 가득 흐르는 해학을 느낄 수 없고, 속담과 그림이 만나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당신은 슬픈 사람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재밌고 웃기던지, 깔깔깔깔... 훌쩍훌쩍... 꼴깝을 다 떨며 봤다. 

김아중... 예전에 누가 인터넷에 올린 <before>와 <after>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역시... 이렇게 예뻐질 수도 있구나... 그래도 입매가 좀 이상해서... 별로 예쁘단 생각도 안 했던 여자였다, 그때는... <해신>에서 개성강한 연기를 보면서 음... 괜찮군... 했던 탈렌트 정도였다, 그때도... 그런데 그녀가 주연을 한다? 믿지 않았다. 그녀의 연기력을... 그 외모로 무슨 주연을... 했었다. 

그.런.데... 
이거 넘 잘 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웃기고 울리는 매력에 푹 빠져서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용은... 음... 로맨틱코메디로 쫌 헐리우드식이다. 영웅주의와 감동주기가 짬뽕된... 기억에 남는다. 요 대사... 

"보이지, 저 여자? (광고 포스터 속), 명품이지? 
평범한 나? 진품이지. 
너? (뚱뚱한 한나) 바로 반품이야~!"   

하.지.만. 
그럼 어떤가. 저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 김아중이 있는데... 그녀는 노래와 춤, 연기 모두 주연으로서 합격이다~! 그녀가 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 멋진 영화, 즐거운 영화였다. 

또 하나, 성형 관련 내 생각. 
예뻐지고 싶은 건,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미운 걸 고치고 싶은 것도 좋다. 성형을 하고 나서 자신감을 얻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배우나 탈렌트인 경우, 성형을 했건 안 했건, 얼굴이 눈에 익을 정도가 되었는데, 그 외모와 연기, 끼로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얼굴에 손을 대서 볼 때마다 익숙해져야 하는 게 싫다. 엄정화, 그 미친... 엄정화를 무지 좋아했었는데, 이젠 그 인조인간 얼굴을 보는 게 싫다. 그 성격 좋아보이고 밉지 않았던 김정은, 이제 그녀가 나오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도 눈길이 가지 않는다.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든 생각은 나도 성형을 해서 예쁘고 날씬해져야겠다...가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성형외과 의사를 만나러 가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 안 하고 있는대로 다 먹어대서 7개월 동안 5 킬로 찐 거, 빼자... 싶다. 내 힘으로... 멋도 내자... 싶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

사족: 출산드라였던가... 그녀도 멋진 조연이었다. 좋았다. ^^ 주진모, 너무 잘 생긴 킹카인데, 늘 봐도 정이 안 간다. 약간 비열하게 너무 잘 생겼다고나 할까... 그는 <무사>에서 제일 멋졌다. 차라리 그의 ’너무 잘 생기고 멋진 비열함’을 강하면서도 중성적인 ’남성성’으로 바꾸면 진정한 배우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마이 든다. 안타까워서...

* 책과 영화 비교가 된 글이다. 영화를 보고 적어서 주로 영화 쪽에서 썼지만 책이 한번 더 읽고 싶어져서 적었다.

책은... 참 좋은 책이었다. 정말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실 저자에 대한 사상 문제는... 제쳐두고. 사랑 부분만 보면... 이 책은 최고의 사랑 소설이다. 시대를 끌어안은 멋진 소설이다. 

영화는... 좋았다. 그냥 좋았다. 2권 짜리 그렇게 섬세하고 미묘한 사실과 감정 묘사를 2시간으로 줄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줄이지 않았다. 책에서, 그는 하나의 시각을 찾아냈고, 그 시각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오현우는 영원한 대학생이었다. 잡혀서 감옥에 간 순간에 그의 실제 나이는 멈춰버렸다. 18년 동안 윤희는 바깥 세상을 살았다. 맘속에 그를 담고서... 하지만 현우는 감옥에서 그녀와 사상, 그리고 그 시대와 함께 살았다. 촬영도 좋았다. 화면을 잡는 기법도 여러가지였고, 표현할 줄 알았다고나 할까.책을 읽고 그때 해뒀던 메모 중에서 몇 구절을 꺼냈다. 

투쟁소녀, 미경이의 말이다. 법대를 다니다 공장에 취직해 수많은 '전태일'을 만났다던 그녀가 하는 말이었다. 

"언제든 무슨 대사건이 일어나든 아침의 햇볕에 당당히 견딜 수 있는 정서를 유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윤희가 남긴 일기에 있던 글이다. 현우에게 하는 말... 

"당신도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었겠지요.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왔던 가치들은 산산히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살아있는 한 우리는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로 뚫린 길을 걸어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우리 이 모든 나날들과 화해해요. 잘 가요,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