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를 떠올리면 가슴이 찡하네요. 엄마를 사고로 잃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 어설픈 아빠와 괴롭히는 친구들..어찌할 줄 몰라 힘들어하는 지호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져요. 도움을 받아도 시원찮은 상황인데 놀리고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이 답답하고 밉네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그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려고 하는 노력을 하며 사는 사람을 드물지요. 자기 이야기하기 바쁜 세상이고,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해야 왠지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씁쓸합니다.

 

어린 지호는 하루 하루 어떤 기분으로 살았을지 짐작이 됩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냥 저냥 하루 하루 견디며 살았겠지요. 누구에게 솔직한 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한 채 얼마나 힘들었을지... 지호 앞에 낯선 사람이 등장해요. 줄리 아줌마는 옆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학교 영어 선생님이기도 하구요. 나중에 줄리 아줌마의 아픔을 알게 되었을 때 역시 비슷한 아픔이 있는 사람끼리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까만 돌을 만나요. 까만 돌은 자기만의 세계를 분명히 가진 존재입니다.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고...그러면서도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지요. 지호가 갈등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도 주어요. 망설이고 답답해 하는 것에 대해  형처럼 말해주기도 하지요. 특별히 큰 도움을 주지 않아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지호에게 큰 힘을 주는 것처럼 보여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믿음이 가지요. 왠지 의지하고 싶어지고 뭐든 털어놓고 싶어지지요.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중간에 끼어들지도 않고 자신의 의견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배워야겠어요.

 

지호 아빠의 아픔도 자꾸 떠오르네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평생 짐으로 따라다니면서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 답답하구요. 아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내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지요. 까만 돌의 존재는 아빠와 지호 모두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지호와 아빠가 위로받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까만 돌과 같은 대상이 많아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매일 우리집 살림하는 것으로도 힘들고 고달픈데 종갓집 종부로 몇 십년 살아온 작가의 세월을 떠올려보면 정말 굉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솜씨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맛깔스러워보이는 김치와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여러 반찬들 장아찌와 나물 등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책이네요. 사진이 많아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당장 저도 따라해보고 싶어집니다.

 

 

           

            

 

김치 담글 때 제일 어려운 것이 바로 절이기인 것 같아요. 김치를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기도 하구요. 조금만 시간을 지체해도 금방 시들든 짜게 되고 모자라다 싶으면 풋내가 나구요. 저처럼 솜씨 없는 주부들에게는 제일 자신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김치 담그기지요. 저도 주로 부모님들이 주시는 김치를 얻어다 먹는 편이지만 가끔 집에서 식구들 입맛에 맞게 담그는 김치가 훨씬 맛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복잡해서 자주 담그지는 못하지만 겉절이가 먹고 싶거나 부모님이 주신 김치가 떨어졌을 때는 한번씩 담그는데 역시 어렵고 복잡한 하루를 보내게 되지요.

 

배우와 무 말고도 김치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배웠어요. 미나리와 쑥갓 양배추와 가지도 김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특히 파래나 깻잎으로 담그는 김치는 저도 담가 보고 싶어요. 식구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간단한 설명이지만 핵심이 포함된 것이라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요. 바로 옆에 나오는 김치 사진을 보면 어찌나 먹음직스러원지 모두 담궈보고 싶어지네요.

 

 

  

                

 

맛있는 반찬이 상을 가득 채워도 제대로 잘 익은 김치가 없으면 밥상이 빈티가 나지요. 먹을 것도 마땅찮아 보이구요. 반대로 별 반찬이 없어도 먹음직스럽게 익은 김치가 한 접시 가득 있으면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돌구요. 그만큼 김치가 우리 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거의 매일 끓이게 되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비법도 나오네요.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해서 눈을 크게 뜨고 봤는데 역시 기본적인 장의 맛이 제일 중요한 것 같네요. 전통을 살릴 수 있는 우리 김치이야기가 구수하면서도 정감있게 나오는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