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에 나오는 귀엽고 동그란 아이가 나와요. 얼굴이 노랗고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지요. 이번엔 무슨 고민을 갖고 왔을까요?

키가 크고 싶은 마음은 엄마나 아이나 마찬가지로 끝없는 소망일 겁니다. 친구보다 키도 크고 몸집도 크면 괜히 기분도 우쭐해지면서 자신감도 생기지요. 그래서 키가 크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책에 나오는 아이가 키가 크고 싶어서 애쓰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이게 웃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우유를 얼마나 많이 마셔야 하는지

양쪽에서 잡아당기면서 키를 쭉쭉 늘리면 정말 클지

국수 미는 몽둥이로 다리를 밀면 길쭉하게 늘어날지

철봉에 매달리는 운동을 하면 혹시나

 

 

 

어쩜 심각한 내용은 우스꽝스럽고 재미있게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지, 그래서 이 책이 너무 맘에 들어요.

여러개의 신발을 포개 신은 장면을 보면서 또 한참 웃었어요. 얼마나 크고 싶은 마음이 깊었으면 별별 짓을 다하게 될지...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의 바램이 이루어졌어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몸이 커졌어요.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가 되었습니다. 몸이 커진 아이는 이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게 됩니다.우주로 날아가고...아이의 몸이 커진 다음에 나오는 장면도 상상을 뛰어 넘어요. 몸이 커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질 것 같아요. 아이는 신났어요. 얼마나 꿈꾸어 왔던 일들인데...아빠 회사보다 키가 더 커졌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겠지요.

 

아이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달라졌어요. 꿀꺽 꿀꺽 열심히 먹었지요.

아이는 계속 행복하고 자신감이 넘쳤을까요. 진짜 몸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키가 크고 싶고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아이들이라면 모두 갖고 있는 희망이겠지요. 엄마한테 혼날 때 선생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 어서 커서 자유를 찾고 싶다고 하지요. 진짜 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풀어 재미있게 표현해준 그림책이네요.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여자친구가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요. 여자친구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더구나 시작이 짝사랑이라면 얼마나 마음이 허전하고 자신감을 잃어갈지 짐작만 해도 마음이 짠해집니다.

 

어쩌면 그 여자아이를 좋아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 갑자기 얼떨결에 받게 된 편지, 내게 온 건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잘못 온 편지였어요. 가방이 똑같은데 그만 넣어야 할 곳에 넣지 않고 전혀 엉뚱한 가방에 고백편지를 넣었으니 영서의 앞날을 어두컴컴해지네요. 뜻하지 않게 영서가 보낸 사랑의 편지를 읽게 된 동주의 마음은 착찹했을 겁니다. 영서를 좋아하는 거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고 영서처럼 키만 멀쑥하게 큰 아이가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여기면서...하지만 괜히 쓸쓸해지는 마음은 뭘까요.

 

 

 

 

곧 아빠를 따라 아프리카로 떠날 영서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영서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하나...그럴 수는 없지..아니야 제대로 전해줘야 하나..

동주의 고민은 계속되었어요. 그러다 영서의 편지를 엉뚱하게 밝히려다가....저는 이 부분에서 제일 두근거렸어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됐어요. 설마 영서에게 상처가 될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믿었습니다.

 

 

여자도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영서가 멋있었어요. 좋아하는 남자 아이 앞에서 작아지는 영서의 모습이 동주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요. 사랑은 정말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 슬그머니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자꾸 신경쓰이고 괜히 툴툴거려지지만 눈길이 자꾸 머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동주에게 사랑은 이런 모습으로 시작되었지요.

 

황선미 작가의 글은 정말 깔끔해요.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어서 푹 빠지게 되는 이야기지요.어떻게 일이 풀릴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영서와 동주가 나중에 자라서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만 해봐도 괜히 설레네요.

독특하고 알찬 책이네요. 스티커를 이용해서 옷을 입히고 꾸미는 것은 많이 해봤는데 직접 패턴을 대고 그리고 오리면서 디자인 해본 건 처음입니다. 어렸을 때 종이인형 놀이했던 시간도 기억이 나구요.무슨 옷을 입힐까? 내가 입어보지 못하는 예쁜 옷들을 인형에게 직접 입혀보면서 흐뭇해지기도 했지요. 이 책은 참으로 여백이 많은 책입니다. 아이가 직접 꾸미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막막하지만 패턴 모양을 보면서 옷감을 고르기 시작하면 너무 즐거워집니다.

 

평소에 입을 수 있는 일상복들이라 고민을 많이 하게 되네요. 윗도리가 너무 튀면 안되는데...스커트 색을 뭘로 할까?

장신구도 따로 있어서 마지막에 마음껏 꾸밀 수 있어요. 장신구 스티커가 투명으로 되어 있어서 옷입힌 후에 방해되지 않아요. 딱 원하던 스타일로 만들 수 있지요. 천모양의 종이도 다양해서 어떤 걸 골라서 입혀야할지 무척 고민되더라구요. 저희 아이는 제일 먼저 색연필로 옷을 그렸어요.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우선 그려보겠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옷입히는 방법 설명서를 읽어보고나서 더 흥미로워하는 듯했어요.

 

 

 

 

요즘 짧은 반바지가 유행인데...짧은 바지도 입어보고, 원피스도 입어보고...

천모양으로 봤을 때 색이 진해서 과연 어울릴까 고민하게 되지만 막상 오려보면 새로운 느낌의 옷이 됩니다. 옷감을 눈으로 보는 것과 옷으로 만들어 놓았을 때의 느낌은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여러번 입어보고 디자인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잘라놓은 종이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다른 옷감종이를 선택해서 만들어도 되네요. 한번에 두 세가지씩 오려놓고 코디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직접 대보고 어울리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도 재미있네요. 차분하게 하나씩 입히다보면 나만의 디자인북이 될 것 같아요. 두고 두고 들여다보면서 나의 패션감각을 접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