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겸손하고, 이렇게 익살스러우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작가가 또 있을까. 절정을 향해 달리가 갑자기 고꾸라지는 듯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레스코프답게 적당히 심각하고, 의외로 가벼우면서도 흥을 돋우는 소설, 세 편이 실려있다. 세 편 모두 엉뚱한 지점에서 수직하강 하듯 이야기가 끝난다. <왼손잡이>에서 사팔뜨기 왼손잡이의 죽음은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다른 나라에서 천재로 인정받고 대접받다가 고국으로 돌아와 거리의 부랑아 취급을 받으며 죽어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왜 그를 죽였을까?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읽는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공감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최고점을 경험한다. 몇 번이 찾아오는 사람, 딱 한 번 겪는 사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 내 삶에서 가장 인정받고 행복하면서도 무엇이든 손에 쥘 수 있었던 막강한 시절이 있었는가. 왼손잡이에게 찾아온 인생 최대의 기회, 두근거렸다. 그가 살아온 시절을 뛰어넘는 희망 넘치는 미래가 기다릴 것만 같았다. 새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누구를 만나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될지 기대하면서 읽었다. 벼룩의 다리에 편자를 박고, 그곳에 이니셜을 새겨넣으면서 그는 얼마나 욕심을 품었을지. 인생은 늘 빗나간다는 서늘한 짐작이 마음을 어둡게 하지만, 설마 혹시...아닐 거야..안심하고 싶다고 스스로 다독인다. 하지만 역시나 나쁜 짐작은 들어맞기 마련인가 보다. 그의 죽음을 통해 당시 러시아 사회가 얼마나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이지 못했는지 말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지 못하고, 그것을 앞에 두고 놓치는 모자란 사람들의 사회. 그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했던 레스코프의 진실함이 닫힌 마음을 다시 한번 두드린다.

 

웃으면 안되는데, 너무 심각해서 얼굴 근육을 통제해야 할 것 같은데, 레스코프의  코미디같은 문장을 보고 있으면  그냥 '풋' 웃음이 새어 나온다. 고급 코미디, 웃기지 않으려고 쓴 건데 너무 웃겨서 한번 더 읽게 되는 문장들, 사투리와 줄임말, 엉뚱하게 다시 태어난 말들, 그의 매력에 푹 빠진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냥 평범하게 말하고 있을 뿐인데, 듣고 있는 사람은 너무 웃겨서 배를 움켜쥐게 된다. 종교, 사랑, 문화,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잘 포장해서 들려줘야 하는 품위있는 주제인데, 그것들은 레스코프를 통해서 우스꽝스럽고 촌스럽지만, 격조를 잃지않은 묘한 분위기로 다시 태어난다. 정말 재미있다. 읽고 또 읽고, 그의 말투를 따라하고 싶어진다. 친근하고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분장예술가>는 가슴이 찡한 사랑이야기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필 그 때, 왜?  너무 안타까워서 직접 책을 고쳐쓰고 싶게 만드는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어떤 표정이든 어떤 얼굴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천재 분장사 아르카지와 아름다운 배우였던 류보피의 사랑을 이렇게 망쳐놓을 수 있는 건지, 잠깐 화가 났다.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평생 홀로 지낸 여인의 이야기는 슬프지만...한편 꼭 그렇게 살아야만 했나,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사랑하는 이 따위는 그냥 잊고 살아도 되지 않나,괜히 심술난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다 낭떠러지를 만나 폭삭 끝나버리는 운명, 레스코프는 읽는 이를 멍하게 만드는 마술사이다.

 

 <봉인된 천사> 역시 심각하게 최고점을 향해 나아가다 마지막에 왜?라는 질문을 남기고 끝난다. 그토록 자신의 종교를 존중하고, 상처받은 종교와 함께 아파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왜? 종교를 버렸나? 뒤통수를 때리는 결말이 긴장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왜?라는 의문을 쫓아가다보면 레스코프가 살았던 1800년대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당시 러시아 사회, 사람들, 그들의 문화와 역사. 지금과 다른 모습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많이 닮아 있어 공감하게 된다.

 

편안한 아저씨처럼 구수하게 이야기 하면서 그는 모든 걸 말하고 싶어했다. 그가 믿었던 사회에 대한 배신, 변해가는 인간들에 대한 혐오감, 미래를 찾을 수 없는 불안함이 따뜻한 문체 안에 숨어서 닫혀있는 마음을 여러번 두드린다. 자꾸 빠져든다. 짧고 굵지만 여운이 길게 남을 이야기, 끝없이 오르다 어느 순간 맞이하게 될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본다. 나는 어떻게 죽을까? 나의 남은 생은 어떤 느낌일까? 누구와 함께 인생을 마무리 하게 될까? 지금 최고라고 믿고 있던 걸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겠는가. 무엇을 버리게 되고, 어떤 걸 얻게 될까? 나에게 찾아 올 낭떠러지는 얼마나 깊을까? 끊임없는 질문과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소설이다. 당장 보이지 않아 답답하지만, 한편 설레인다.

 

부모와 자녀의 세대차는 기대 이상으로 커요. 30년 가까이 차이나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엄마는 자신이 받았던 교육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아이를 키우려고 하지요. 제가 20대일 때 최고의 직업은 의사 변호사 검사 였어요. 지금도 여전히 우러러보게 되는 직업이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의사가 되라 변호사가 되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대신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밀어주고 싶어요. 예전엔 연예인이 되거나 예술계통 전공을 하는 것이 지금만큼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현재는 많이 달라졌지요. 미술을 전공하고 피아노를 전공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네요.

 

 

직업의 세계는 정말 다양하네요. 점점 섬세해지고 다양화 되어가고 있어요. 현재 중요한 일들이 미래에는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게 될 것이구요. 엄마가 미래 사회를 예측하면서 아이의 교육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어려워요. 어떤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잘 생각해봐야겠네요.

 

좋은 대학을 나와서 훌륭한 직장을 갖게 되는 것이 꿈인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줘야 할까요. 아마 엄마 아빠의 억눌린 교육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선 엄마 아빠의 생각이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로봇이 발전하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봤어요.부모가 아이와 평생 살아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지요. 그것이 모든 엄마 아빠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요즘 시험도 논술형 서술형으로 바뀌고 있어요. 주입식 교육을 하고 무조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사회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이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겠어요.혹시 내가 아이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구요. 당연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들이 미래에도 통할지 그것도 생각해봐야겠구요.  

이 책 정말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복잡하고 뭘까 싶어서 어질어질 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그림속 비밀을 찾다보면  너무 즐거워요. 동물들에게 어찌나 귀여운 옷을 입고 있는지 자꾸 웃음이 나와요. 서있는 포즈 매달려 있는 포즈들 배를 타고 달리고 걷는 자세들이 흥미진진합니다. 처음엔 모나리자 그림을 열심히 찾았어요. 딱 한 페이지 빼고 전부 찾았는데, 한 페이지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구요. 아이들하고 들여다 보고 또 보고 그래도 안 보여서 이번엔 눈을 더 크게 뜨고 찾았는데 드디어 찾았어요. 구석에 그것도 다른 자동차에 묻혀 있더라구요. 찾았을 때의 기분은 최고였답니다.

 

 

 

모나리자를 찾고 또 찾고 이번에는 도둑들을 찾았어요. 몸매 좋고 멋쟁이인 동물들이 도둑이라니, 그래도 웃음이 나와요. 특히 보라색 옷을 입고 있는 기린이 너무 재미나요. 서있는 자세가 어찌나 요염한지 각 페이지에서 기린만 찾아 봤어요. 4살인 저희 조카는 중간 페이지에 나오는 빨간 옷을 입은 호위병을 보면서 괴물이라고 무섭다고 하네요. 머리에 너구리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 얹어져 있어서 얼른 달래 주었어요. 너구리 모자를 쓰고 있는 거라고 무서운 괴물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었더니 괜찮아졌어요.

 

 

돼지들도 멋쟁이에요. 옷도 세련되고 서있고 앉아있고 걸어다니고 매달려 있는 모습도 은근히 멋있어요. 그림속에는 유럽의 도시들이 나와요.에펠탑도 나오고 2층 버스도 볼 수 있었어요. 강에서 배를 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구요. 모나리자 말고도 다른 명화도 나와요. 어떤 그림일까 궁금해 하면서 들여다 봤어요. 어딘가에서 봤던 다리도 나와요.고풍스럽고 역사적인 의미가 깊이있게 느껴지네요.

 

그림속에서 어떤 의미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책은 아이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주네요. 또 뭐가 있을까 자꾸 자꾸 쳐다보게 되구요. 멋쟁이 도둑들과 세계의 여러 도시 그리고 문화재와 역사적인 유물들도 찾아볼 수 있어요. 문화재 이름이 뭘까 어떤 도시일까 궁금해하면서 또 다른 책을 찾아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