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청년이 오손도손 앉아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  표지에 등장해서 따뜻한 이야기겠구나. 이렇게 짐작하면서 책을 읽었다. 주인공 도련님은 어린 시절 말썽이 심해서 부모님과 형에게 항상 꾸지람을 받으면서 자랐다. 하지만 집안 일을 도와주시던 기요할멈 만큼은 도련님의 마음이 착하고 여리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늘 챙겨주면서 사랑을 베풀어 주었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중풍으로 세상을 떠나시자 형은 도련님 몫을 떼어주면서 각자의 길을 가자고 한다. 기요할멈도 일단은 조카의 집에 가 있기로 하고, 나중에 도련님이 자리를 잡으면 함께 살기로 약속한다.

도련님은 시골에 있는 중학교 수학선생님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재미있는 인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답게 선생님들에게 별명도 하나씩 지어주면서 인물 됨됨이를 파악한다. 아이들 역시  젊고 애숭이같은 도련님이 싫지 않은지 끊임없는 장난을 친다. 개성이 강한 선생님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선생니처럼 보였다. 약혼녀를 빼앗긴 선생님, 남의 약혼녀를 빼앗은 파렴치한 교감, 자기 목소리가 분명했던 멧돼지, 꼴보기 싫었던 알랑방귀,  조용하고 차분했던 꿀물, 다양한 캐릭터의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도련님은 절대 기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끝까지 정의를 지키고자 노력하다 결국은 도쿄에 돌아오고, 기요할멈과 잠깐 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다. 말썽만 피우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는 도련님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의를 못 참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이익도 포기할 줄 아는 멋진 인물이다.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냉정한 형에게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본문이 끝난 뒤에 나오는 부분이다. 아이들의 논술을 위해 직접 문제를 내고 스스로 풀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어 놓아서 책읽기고 끝나지 않고 어떻게 내용을 받아들였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문제도 내용을 그대로 묻는 질문이 아니고 아이가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을 수 있는 것들이라 푸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이들의 글쓰기가 중요한 시기에  고전을 많이 읽게 하자는 것이 엄마와 선생님들의 바람이다. 무조건 많이 읽기 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고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필요한데, 이 책은 책읽기와 자기 생각 확인하기를 동시에 만족시켜줄 수 있다. 아이들이 어려워 할만한 단어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편안하게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4학년인 우리 아이도 무난하게 읽어낼 수 있는 편안한 문체였다. 읽고나서 뒤에 나오는 문제들을 풀어보면 책 내용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고, 더불어 자신의 생각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이라고 하면 우선 어려운 이름의 철학자들이 떠오른다. 아리스토넬레스,플라톤, 니체같은 철학자들의 알듯 모를듯한 말들이 생각난다. '철학의 즐거움' ..철학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지.. 따분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살면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힘을 줄 것 같다는 희망의 메세지 또한 포함하고 있어 항상 관심갖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미리 했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았다.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을 보면서 신문을 보면서 TV를 보면서 많이 들어 보았던 단어들..예를 들어 생명,어리석음,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뱅이,진리, 덕, 선과 악,우정,인간의 본성...이런 말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면서 내용을 읽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면 이미지와 비슷한 이야기도 있었고,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단어도 있었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 중심의 책이라 하루에 작은 이야기 몇 개씩 읽어보면서 마음을 다스릴수 있게 해준다.

나만 망설이고 나만 바보같이 사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질 때가 많이 있다. 그럴때 멘토가 될만한 사람이 곁에서 좋은 말과 위로와 용기를 준다면 더없이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항상 옆에 있기는 어렵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나에게 지혜를 주고 힘을 주는 책일텐데,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한다.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해준다. 사랑과 우정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많이 공감하고 감동도 받았다.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는 글에서 용기를 얻기도 하고, 고민하던 바에 대한 해답을 얻기도 했다. 친구에 대한 생각과 고민때문에 요즘 생각이 많아졌는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고 깨달은 바도 생겼다.

특히 작가의 생명에 대한 생각에 큰 감동을 받았다. 평소에 생명이 소중하고 잘 지켜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실천을 잘 해내는 것은 어렵다. 책 속의 말들처럼 하나씩 조금씩 실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두께는 상당하지만 내용이 편안해서 읽는 내내 즐거움과 편안한 마음이 생겼다. 마음이 복잡하고 누군가 나의 길을 알려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차분하게 앉아서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요즘 아이들 국적불명의 기념일들은 꼬박 챙겨도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크리스

마스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오늘같은 '단오'는 무얼 하는 날인지도

모른 채 지나간답니다.  음력 5월 5일은 청포로 머리를 감는다는 단오입니다. 저도

어느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알았답니다. 우리 아이에게 알고 있는 명절을 모두

이야기 해보라고 하니 설날과 추석 말고는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팥죽을 끓여서 보내 주시는 '동지' 와 견우 직녀이야기와 관련 있는 '칠석', 그리고

호두와 땅콩을 까먹고  여러가지 나물과 오곡밥을 해먹는 '정월 대보름'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주었더니 그제서야 그 날이 명절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고유의 명절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사회 시간에 배우긴 해도 아이들이 실제로 체험해 보지 않는 이상, 그것들이 몸에

와 닿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 책은 명절의 의미가 낯선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

갑니다. 우선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요. 열 두 명절

모두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아이도 저도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아진 시간이었

어요. 그리고 나서 각 명절마다 특별히 먹는 음식들이 소개됩니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 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단오에는 수리취떡을 먹고,견우와 직녀가 만났던 칠월

칠석에는 밀전병과 밀국수를 먹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각각의 명절에 많이 행해

졌던 놀이와 유래에 대한 설명도 나옵니다.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처럼 들려서 우리

아이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글 중간에 곁들여지는 차분한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더해집니다. 아이들이 국어시간

과 사회시간에 여기저기에서 주워 들었던 명절에 대한 지식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

어  아이가 한 번쯤 시원하게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어요. 우리 아이

들이 똑똑하고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한 지식을 충분하게 갖춘 아이를 찾는 건 쉽지 않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 나라의 24절기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어서 그것에 대한 공부도 앞으로 해보기로

했답니다. 솔직히 24절기에 대한 정보는 저도 자신있게 말할만큼 갖고 있지 못해요.

아이도 엄마도 차분하게 명절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소중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