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도 덥고 짜증을 달고 사는 때라 어떤 책도 솔직히 머릿속 깊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른도 그런데 하물며 아이들은 더할 것이다. '있다면? 없다면!' 은 제목에서부터 사람의 마음을 휘어 잡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 나올까. 상상력에 바탕을 둔 어떤 기발한 내용들이 등장할까, 무척 기대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 책은 엄마보다 우리 아이가 더 좋아하면서 먼저 읽었다. 아이들은 책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하면서도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책은 밥 먹는 것도 거부하면서 읽으려 한다.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단숨에 읽어 버렸다. 도무지 우리가 평범하게 아무 생각없이 살면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는 엉뚱한 이야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맞아 맞아, 그렇수도 있겠구나!. 이런 말을 입에서 옹알거리면서 열심히 읽어 보았다.
과학이라는 과목을 학교에서 공부하다 보면 상상하면서 생각하는 과목이라기 보다는 외울 것이 많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는 과목이란 생각부터 든다. 방대한 내용들을 외우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아이들에게 '과학'이라는 과목을 항상 즐거움을 주는 과목은 아니다.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을 많이 부담스러워 한다. 워낙 초등학교 과학 과목이 외울거리들로 넘쳐나서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작은 제목들만 보아도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태양이 두 개라면, 아기가 나무에서 열린다면, 혀를 길게 하는 수술, 손가락이 없어진다면, 입이 배꼽옆으로 옮겨 간다면, 이처럼 제목들이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호기심을 극대로 일으킨다. 도무지 내용을 안 읽으보고는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될만큼 특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더구나 황당한 내용의 글에 우스꽝 스런 그림이 등장하면 아이는 깔깔대면서 책에서 눈을 못 뗀다. 중간에 등장하는 만화 역시 아이의 관심을 더욱 자극한다. 엉뚱하고 기이한 제목과 내용을 가진 이야기들이지만, 막상 내용을 진지하게 읽어보면 그것들이 아주 황당하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해봤지, 맞다 맞다, 진짜일까..설마..이런 말들이 계속 입 안을 맴돈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도 옛날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일어 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일일수도 있다. 어떻게 100년 뒤 1000년 뒤의 일을 우리의 현실이라 인정하고 믿겠는가. 황당한 상상을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다보면 그것들이 언젠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으로 나타 날수도 있다. 그런 점이 아이에게는 희망과 꿈으로 전해질 것이다. 열심히 생각하고 상상하다 보면 그것들이 이로운 방향으로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 오고, 그렇게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즐거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좋게 웃고, 기분 좋게 상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더운 여름에 더위를 잊을만큼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 또한 지니고 있다. 동물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진짜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아... 이런 마음이 들었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