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가 겪은 성장기를 읽어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어떤 어른이든지 이런 아픔과 성장통을 견뎌내면서 어른이 되었겠구나 , 이런 생각을 하면 누구에게도 인생은 그리 만만치 않은 것임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끼고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준이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명문고등학교를 들어 와서 젊은 혈기에 못 이겨 학교를 떠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어른인 나와 그들의 엄마가 지켜 보았을 때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엄마의 입장이어서였는지, 그런 아이들을 둔 엄마와 아빠는 얼마나 많은 시간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고민하고 괴로워했을지 짐작을 해 보았다. 역시나 가슴이 저리고 아픈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희망이 함께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준이가 긴 긴 방황을 견뎌내면서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지만, 그래도 점점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궤도도 들어오려 하는 노력이 조금씩 보여서 너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각자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고 있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그리고 제법 훌륭하게 그 과정을 겪어내고 있는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모짤트라는 카페를 아지트로 삼아서 그들의 우정과 사랑이 한없이 펼쳐지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 시절 그 때였기에 가능했을 일들이란 생각을 했다. 어렸기 때문에 무엇이든 잘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이는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 그들의 용기와 젊음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사랑에 미숙한 준이와 그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살짝 미소짓기도 했다. 열기만 가득 담았을 뿐 어설프고 미숙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순수함 때문이었다.

1960년대의 삶은 직접 살아 본 것이 아이라 새롭고 반가웠다. 그 당시 학생들의 모습, 어머니들의 삶에 대해서, 학교라는 곳, 이런 것들이 지금과 비교해 보면 많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정겹고 그리움을 자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월남전에 군인으로 간 준이를 바라보면서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셨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과연 전쟁에서 살아 남은 준이는 어떤 남자로 성장했을까. 어쩌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닌 조금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재학중에 등단을 했던 모습을 보면 황당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황석영 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어본적이 있다. 공장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 힘들게 살고 있는 서민들의 이야기, 이런 글들이 그냥 저절로 나온 것은 아닌가 보다. 처절하고 고민하고 아파하고 잘 몰라서 어쩔 줄 몰랐던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그의 단단하고 고른 글들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다양하면서도 항상 열정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등장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