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라고 하면 초등 4학년인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은 어렵고 힘든 부분이다. 그렇다고 세계사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 전체 내용을 모두 정독하면서 독파하는 건 아이에게도 지켜보는 엄마에게도 조금 힘겨운 일이기도 하다. 그림으로 세계사를 그것도 한 권 안에 모두 담아낸 책은 분명 우리 아이처럼 역사에는 관심이 많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들에게 매력적이다. 마치 만화책을 보듯이 이야기 책을 보듯이 한 권을 읽고 나면  어쨋든 구석기 시대에서 부터 현재 20세기의 여러가지 사건과 경향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다.

 

하나의 이야기로 쭉 이어진 책들은 자칫 스토리를 놓치거나 잠깐 벗어나면 그것을 다시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곤 해야하는데 <한 권으로 보는그림 세계사백과>는 책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마치 백과사전으로 역사공부를 하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잠깐 어려운 부분이 나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살짝 건너 뛸 수도 있고 때로는 궁금한 부분을 찾아서 읽어 볼수도 있다.

 

대부분의 역사책의 시작처럼 구석기 시대의 내용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문명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그 당시 사건에  대해 가장 중요하면서 또 가장 사람들이궁금해 하는 문제들을 뽑아서 설명하고 있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내용만 읽어보아도 당시 상황을 이해해 볼 수도 있다. 전체를 살펴보면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해당 시대와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해설이다. 관심있는 시대와 사건을 골라서 읽어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아이에게 결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면하고 있으면서 나중을 기약할 수는 없다. 조금씩 관심있는 부분들을 찾아보면서 천천히 가까워 질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백과 사전처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 한 권 덕분에 아이에게 친근한 세계사 공부를 접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만화 덕분에 아이는 더욱 책에 대한 친근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연표와 찾아보기도 편리함을 더해준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책에서는 고대에서부터 광복전까지는 열심히 달달 외우면서

공부하지만 대체로 그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시간에 쫓기듯 대충 대충 넘어가기

마련이다. 4학년인 우리 아이도 1학기에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배웠지만 조선

후기까지는   시험범위에 들어갔기 때문인지 몰라도 열심히 외우고 공부했지만

근대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충 책만 읽고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근대이후, 즉 우리나라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일들은 100년 밖에 되

지 않은 따끈따끈한 일이다. 그만큼 우리가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하고 아는 만큼

대비하고 있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대충 책이나 읽고

긴가민가 하는 상태로 얼버무려진 채 책을 덮게 되는 일은 너무도 안타까운 현

실이다. 그렇다고 딱히 따로 공부시킬 여유도 없었는데, 마침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5>라는 책은 엄마의 부족한 마음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멋

진 책이었다.

 

편지형식으로 쓰여진 글이라 어렵지도 않고 마치 친절한 해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적절한 그림과 사실적인 사진이 덧붙여져 있어서 내용이 진지해 지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많이 동떨어지지 않은 때의 일들

이라 더욱 공감되기도 하고 더욱 많이 안타깝기도 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

는 과정이 단순히 1905년 을사조약,1910년 한일합방, 이런식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면서 역

사가 흘러간 것인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우리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우리 아이도 흥분했다.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빼앗겼지만, 결코 굴복

하지 않고 독립을 위해 애쓰던 분들의 이야기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해방이 되고 다시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졌다가 분단되고, 이런 아픈 역사에

대해서도 아이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도와준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생

기는 문제점과 남북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을 특히 아이는 열심히

읽었다. 역사공부이기도 했지만 시사적인 글이기도 해서 아이가 우리의 현실

과 앞으로의 노력할 점을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솔직한 역사를 가르쳐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1학기

사회시간에 배웠던 내용과 이어지는 부분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게다가 학교

에서는 대충 넘어갔던 부분인데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진, 그림이 함께 배워

볼 수 있어서 만족한다. 

 

오래전 아직 철이 들기전에는 남자라면 적어도 테리우스처럼 분위기도 있고  잘 생기고

마음도 넓어서 여자를 포근히 감싸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살면서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조금 실망은 했지만 결코 백마 탄 멋진 왕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여자와 같은 정도의 남자가 아니고 오히려 더 어설

프고 서투른 사람들이다. 자신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하물며 여자를 시험에 들게 하기도 한다. 시험에 빠진 여자는 남자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떠나고 버려진 남자는 또 허덕거리며 세상을 살아간다.

 

이렇게 슬프면서도 안타까운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열 한 편이 나오는 소설집이다. 제목이 여자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 남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용기가 없어서 망설이다 실수하고 마는 남자, 여자를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고 욕심 부리다가 놓쳐버리는 모자란 남자, 여자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른 채로 여자를 떠나보내는 남자,  여자들의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남자들이 주인공인 듯한 소설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들은 한 편 한 편 읽고 나면 허탈해질 때가 있다. 별 내용도 없고 그리 자극적인 내용도 아닌데, 왜 인생은 이리도 허무하고 부질없을까 하는 텅빈 마음이 들게 만든다. 별로 불꽃처럼 튀는 사랑도 아닌데 깊은 사이가 되고 또 별 것 아닌 일로 헤어져 남이 되버리는 현실이 어쩌면 삶의 허무함을 부추기도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사랑, 눈 부신 사랑은 볼 수 없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은 모두 가벼운 깃털처럼 날아가 버리면 그만인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 속의 사랑도 소설 속의 사랑과 많이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화려

하고 감동적이기 보다는 아프고 외롭고  쓸쓸한 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또 사랑하고 그러다가 지치고 헤어지고 ..이런 반복들이 거듭되면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사람은 성장할 것이다. 불쑥 튀어나오는 여자들과 상황들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불편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들이 우리의인생과 닮아 있다는 것에 안심되기도 한다.

 

새롭고 눈에 띄는 공간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의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루하기도 했다. 마음을 혹하게 만드는 배경과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소설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부터 빛이 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약한 남자들 그리고 연약한 여자들, 어쩌면 사람은 모두 연약하고 가벼울 수 있는 존재이다. 그 둘이 만나서 사랑을 하게되면 조금이라도 무겁고 진지해질까. 이런 고민이 떠오르게 만들어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