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처음엔 꿈 속이야기인지 아니면 현실 속 이야기인지 구분인 제대로 안되서 헷갈렸지만 , 곧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오히려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작고 아담한 체구의 검은 머리 아가씨를 흠모하는 대학선배가 그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이 줄줄 이어진다. 모임을 마치고 밤거리를 다니다가 생기는 일들, 만난 사람들, 특별한 인연들, 이런 이야기들이 연결되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진다. 검은 머리 아가씨가 밤거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술을 마셨던 사람들은 다음 이야기에서도 등장하여 그들의 인연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헌 책시장에서 아가씨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불냄비 속 음식 먹기에 도전했던 남자 선배의 행동은 눈물을 자아낼 만큼 안타깝고 순수해 보였다. 아가씨가 어려서 보았던 소중한 그림책 <라타타탐>을 구해 바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너무 절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대학 축제에서 잉어 인형을 뒤로 메고 달마 오뚝이 목걸이를 한 채 당당하게 걸어 다니는 아가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여기저기 신기한 축제의 현장들이 1학년인 아가씨에게는 신나는  것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뒤를 쫓으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내는 선배의 모습 또한 진지해 보였다. 때로는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상을 쫓아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인지 몰라 괴로워 하는 모습에서 젊은이의 고뇌와 갈등도 엿볼 수 있었다.

사랑에 빠진 순수한 남자의 심리가 비교적 자세하고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녀에게 정공을 찌르는 방법을 써먹지는 못하지만 항상 그녀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녀에게 눈도장을 찍어둔다는 것이 어찌 보면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고 부질 없어 보이기도 한다. 사랑이란 제대로 표현해야 상대에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꼭 그런 방법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선배의 빙빙 돌리기 작전이 그럴듯하게 성공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밤거리에서 헌책 시장으로 또 대학축제 현장으로 장소를 옮겨 가면서 그들의 사랑은 조금씩 싹을 틔운다. 입담이 좋은 작가의 글 덕분에 곳곳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특히 아가씨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아가씨의 순수하고 철없는 마음을 너무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로 끌어내서 자꾸 미소짓게 만든다. 마지막 장, 감기에 걸리는 이야기에서는 감동도 함께 한다. 서로 문병을 가서 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훈훈한 마음이 들었다. 아가씨가 소년에게서 받은 만병통치 감기약을 이백에게 주어 살아날 수 있게 해주는 부분도 그렇다. 아가씨의 마음이 점점 선배를 향해 열리게 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고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끝나는 부분의 장면은 더욱 흐뭇한 마음이 들게 해준다. 가볍게 읽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게 만든 책이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연인들이나 이미 사랑에 지쳐버린 오래된 연인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