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으로 된 책이라 아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새 책 속 이야기에 빠져서 3일만에 다 읽어버렸다. 보통 책 한 권 읽는데 이틀 이상 걸리는데 두 권을 3일만에 그것도 개학을 앞두고 방학숙제에 파묻혀지내면서 읽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이야기가 달콤하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달래주는 따뜻한 느낌이었다. 미국에서는 100년 이상 인기를 끌었던 책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레베카라는 이름이 낯설었는데 읽다보니 내용이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였다. <빨간 머리 앤>과 닮아 있어서 혹 아류작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겠는데, 이 책은 <빨간 머리 앤>보다 5년 먼저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부모를 떠나 자라는 아이의 소심함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당당함과 영리함이 돋보여서 읽는 동안 마구 응원을 보내주고 싶었다.

 

일곱 명의 아이들과 함께 자라야 했던 레베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욱 씩씩하고 용감한 아이였다. 부모곁을 떠나서 이모들과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놓기 어렵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전해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처럼 다양하고 신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와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를 여러 명 낳았는데도 아빠는 생활력이 그리 강하지 못했다. 도무지 7명의 아이를 다 키울 수 없었기에 이모들에게 한 아이를 보내게 되고 천방지축 레베카가 거기에 뽑혔다. 착하고 얌전한 아이를 원했던 이모와 부딪히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게 되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레베카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 100여년전  농장을 근처에 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전해져서 마치 만화를 보는 듯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레베카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두근두근했는데 그럭저럭 주변의 도움으로 일이 해결된다. 사람냄새가 풋풋하게 전해지는 책이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주인공의 마음과 내 마음을 합해서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착각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든다. 특히 또래 아이가 주인공일 때는 더욱 그렇다. 우리 아이도 레베카의 마음과 행동을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읽은 것 같다. 친구처럼 동생처럼 보살펴주고 싶고 또 배우고 싶기도 한 아이, 레베카. 끝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또한 기죽지 않는 당당함을 보였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아이이다.

 

예전에 읽었던 동화책들이 한 권씩 떠오르면서 다시 유년의 추억에 빠져들게 해준 멋진 책이다. 아이와 읽으면서 함께 뜨끈한 추억을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금도 레베카가 살았던 집과 주변 모습들이 생생하게 머릿 속에 맴돈다.

괴물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보여도 막상 괴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명쾌하게 대답하기 쉽지 않다. 괴물에는 참으로 종류도 많고 이런저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곁들여져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대부분  관심갖기 마련이다. 어떤 대상을 우리는 괴물이라고 할까? 모양이 이상하고 정상이 아닌 것들, 또는 보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흉칙한 모양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단순히 외양만을 보고 괴물인지 아닌지 판단하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겉모양이 우리들이 용납할 수 없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 속 , 더 나아가서는 이념과 사상을 두고도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얼굴이 잘 생기고 겉모습이 호감형이라고 해도 마음 속에 큰 괴물을 한 마리 키우고 있다면 결코 그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괴물과 과학적인 괴물, 그리고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괴물은 조금씩 다르다. 특히 철학에서 바라보는 괴물의 특징이 독특하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괴물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고대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무섭기도 하지만 매력이 있는 대상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보인다. 사람 마음속에 자리잡은 괴물이 가장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는 제목이 제일 궁금하고 빨리 읽고 싶었다. 이성의 양과 괴물이 등장하는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웠다.

 

 

아이와 읽으면서 질문거리들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책 속 소제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는데 의외로 아이가 어려워했다. 12살인 아이에게는 아직도 괴물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재밋거리일 뿐인데 철학적인 이야기 속 괴물에 대해 이야기 하려니 조금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맨처음 괴물에 대한 정의를 읽어 보았고 옛날의 괴물과 시대가 점점 변화하면서 달라지는 괴물의 개념에 대해서도 따져보았다. 마음 속에 자리잡을 수 있는 괴물이 제일 싫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조금 기특하기도 했다. 새로운 괴물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되었고 구체적인 이름과 설명이 있는 부분 덕분에 좀 더 객관적인 생각을 품게 되었다. 뒷부분에 나오는 괴물에 대한 설명이 아이는 제일 재미있다고 하면서 읽었다. 마녀와 같이 잘 아는 괴물이 있었던 반면에 대부분 이름도 생소한 괴물들이 나오고 있어서 더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지금은 단순하게 질문하고 깊이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조금씩 자라면서 아이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내년에는 혹은 그 이후에는 아이가 괴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떠올리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인간 스스로 어떤 괴물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섬뜩했다.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고, 어쩌면 마음속에 하나쯤은 이미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끔찍하게 생긴 모습의 괴물만 떠올리다가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폭넓게 괴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토론거리가 무궁무진해서  호기심이 많고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