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예술의 도시' '종교의 도시' '유럽 문화의 요람' 등등 많은 수식어가 붙을 만큼  볼거리가 많아 유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이 도시여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꼭 한번 여행해 보고 싶은 도시 1순위일것이다.  이렇듯 로마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많지만 막상 로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로마하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스페인 광장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본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던 오드리 햅번의 그 눈망울을 제일먼저 떠올리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25년 이상을 로마에서 살아온 작가는  로마 여행자들, 또는 여행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의 보다 알찬 여행을 위해 로마의 명소 16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건축 전문가 답게 건축물의 재질이나 건축 양식, 건축물로서의 가치성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통해서 역사적인 사건들도 많이 다루고 있고 직접 찍은 사진 또한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만큼 놀라운 실력이다. 한 컷 한 컷이 건축물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주는 각도에서 찍어 생동감이 넘치고 마치 로마 한 가운데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챕터 마다 실려있는 로마의 약도를 통해 실제 여행에도 활용할 수 있겠끔 유적의 위치도 표지해 놓는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또 로마 사람들의 국민성이나 생활상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도 빠뜨리지 않있다.

콜로세움에서는 대부분이  이제껏 완전히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해 주었고 셉티마우스 세베루스 개선문에서는 동생을 죽이고 개선문에 새겨져 있던 동생의 이름 마저도 지워 버린 형의 비정함을 통해 권력에 대한 야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결같음을 느낀다. 

그 아버지인 셉티마리우스세베루스 황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다 이루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될 뿐이었다."라는 말이 마치 자신의 죽음이후에 나타날 큰 아들의 야욕에 대해 알고 하는 말 같아 씁쓸함이 남는다. 

나보나 광장에 있는 성 아녜제 성당의 건축가인 보로미니와 4대강을 의인화한 분수를 만든 베르니니의 경쟁 또한처음알게 된 것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판테온 신전이 변모된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도 그 내막이 참 재미있었다. '판테온'이란 단어가 '모든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라는데 그것이 유일신인 하나님을 경배하는 성전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사제만이 신상안치소에 들어갈 수 있었던 그 시대에, 누구나가 들어가 종교의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어진 획기적인 건축물. 비록 이교도들에 의해 세워졌지만 대제사장 밖에 들어가지 못했던 지성소에 예수그리스도의 대속을  통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도록 하신 하나님의 역사와 너무나 흡사하기에 이미 건축당시 부터 이곳이 하나님을 경배하는 성전으로 바뀔 것이 예정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은 크리스쳔인 나의 과장된 추측일까. 아무튼 세계 각국의 여러 건축물에서 판테온을 참고하고 모방하였다니 뛰어난 건축물임에는 틀림이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베드로 대성당이다.

구베드로 성당의 착공에서 부터도 콘스탄티누스가 옮긴 열 두 자루의 흙을 비롯해 새로이 지은 지금의 대성당에도 천재 건축가 베르니니의 손길을 통해 곳곳마다 놀라운 신앙적 의미들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여행은 아는 만큼 보고 얻고 올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여행은 더욱 더 그 말에 공감을 갖게 한다. 사전 지식을 갖고 여행에 임했을 때에는 그 배경과 의미를 알고 보기 때문에 진정한 가치를 충분히 담고 올 수 있어 오래도록 그 감동과 여운이 남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그저 훑어 보는 정도밖에 할 수 없기에 그 기억 또한 짧은 기간내에 수명을 다 하고 마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여러번 있다.

단순한 여행 안내서를 뛰어넘어 로마의 문화와 예술, 역사에 까지 두루 다룬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로마에 대한 사랑을 나도 꼭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이미 로마 여행을 경험한 분들에게는 그때의 추억을 생생히 끄집어 내어 로마의 매력에 다시 한번 푹 빠지게 할 정말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