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비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 한편처럼 쉽게 우리 마음의 중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반면에 표면에 드러나 있는 단순함 때문에 오히려 진짜 깊은 뜻은 숨겨져 있어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가치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사역하실 때에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셨고 그 가르침의 대부분을 비유로 하셨다.그 이유가 무엇일까? 위에서 말한 비유의 두가지 상반된 특성때문이 아닐까?
'비유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칼을 꽂듯이 진리를 일깨워준다. 그렇기에 비유를 깨닫는다는 건 오랜 시간의 연구 끝에 얻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단 한가지 진실을 비추어줄지라도 듣는 자의 마음을 단번에 충족시켜주는 것이 비유다...... 예수님은 어떤 상황에서 비유를 말씀하실 때 그 순간 가장 필요한 진리의 측면을 강조하셨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기독교 신앙의 전체로 해석해서 심판에 대한 비유를 잊거나 또는 심판에 대한 비유를 생각하느라 용서에 대해서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는 윌리엄 바클레이의 글은 비유의 두가지 특성을 아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비유의 특성을 이야기한 윌리엄 바클레이의 글을 시작으로 21세기 대표 영성작가 40여명이 예수님의 여러 비유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야기 한 것을 '왜 비유인가','하나님의 나라','예수님을 따름','섬김과 순종','우리의 이웃을 사랑함','기도','겸손','재물','하나님의 사람','감사','하나님이 통치','영적 생활','그리스도의 재림'이란 13가지의 주제로 분류하여 편집한 책이다. 그러기에 '자루 속에 갖다 넣은 누룩의 비유'처럼 같은 비유가 몇 명의 작가의 글로 실려 있기도 하고 존 파이퍼처럼 한 작가가 여러 비유를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한 페이지라는 짧은 분량때문에 아쉬움도 있지만 책의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그것이 오히려 각자에게 그 내용에 대해 한번더 깊이 있게 묵상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미 카터의 글이 실려 있는 것을 통해 단순히 미국의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에서 다른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고 'R.C.스프라울','에밀 블루너'등 생전 들어 보지 못한 작가도 10여명있었지만 각 페이지의 말미에 작가와 대표작에 대한 설명이 있어 간략하게 나마 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이 글이 비유에 대한 글의 집필을 의뢰하여 받아서 편집한 것인지, 작가들의 작품 속에 있는 것을 발췌하여 편집한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들의 활동 시기를 가늠해 보건대 후자가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이 글이 실린 작품을 함께 명기하였더라면 그 작품을 찾아 좀더 깊이 있게 읽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비기독교 신자나 초신자에게는 예수님의 비유와 그 뜻을 한권의 책으로 살펴볼 수 있고 또 기존 신자들에게는 대표 영성작가들의 글을 참고하여 스스로 좀더 깊이 있는 묵상의 기회를 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