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문화란 그런 것 인거 같다. 한 권의 소설을 읽더라도 끊임없은 흡입력을 갖게 된다는 것 .

요미우리 문학상, 프랑스 최우수 외국문학상 수상장, 뉴욕타임즈 선정 세계 10대 문제 작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일본의 카프카, 아베 코보의 대표작 -이렇듯 긴 수식어를 가진 『모래의 여자』를 읽었다.

 

순전히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던 <모래의 여자>는 이 전에 접했던 서양문학과는 달리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면서도 끝까지 흥미를 놓치치 않게 만든 책이다. 8월의 어느날 취미삼아 희귀한 곤충을 찾아 한 마을에 갔을 뿐인데 뜻하지 않게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갇혀 버린 한 남자가  쉬지않고 모래를 쓸어내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봉착한 이야기이다. 마을 사람들의 계락에 빠져 하룻밤만 자고 가려 했었던 남자는 구덩이로 내려진 사다리가 아침 결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하루만 퍼내지 않아도 곧 자신의 모든 것을 덮어버릴 듯한 모래에 허우적거리며 쓸고 모으고 담기를 반복하게 된다. 구덩이를 탈출할 기회를 끊임없이 엿보지만 쉽지가 않다.

 

모래, 마른 모래는 손으로 쓸어내리면 까끌한 느낌이 난다. 햇빛을 받은 모래는 따스함을 머금어 온 몸의 긴장을 풀어내고 엄마의 품처럼 포근함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모래가 일상을 파고드는 끔찍함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주위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모래뿐이다. 그것도 스믈스믈 내 육체를 갉아먹는 듯한 곤충과도 같은 느낌이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온 몸을 덮고 있는 모래, 입안을 점령해 버린 모래가 이젠 무섭다. 이 현실이 그저 악몽이기를 바라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 봐야 한다. 남자는 여자를 인질로 잡아 마을사람들을 협박하기도 하고 까마귀를 이용해 자신의 불법감금을 알려보려고도 하고 로프 던지는 것을 연구해 탈출을 감행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결국 모래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 사구속에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남자는 여자의 일을 도울 수 밖에는 없다.  그러던 어느 아침 남자는 까마귀를 잡는 덫의 미끼를 갈기 위해 뚜껑을 들어보다 통 바닥에 모래의 모관현상 때문에 생긴 물이 고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유레카!!! 메마른 모래 땅에서 발견한 물은 그에게 더 이상 마을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며 도주 수단을 언제나 강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이것은 자유다.

 

모래 구덩이 속에 갇혀 끊임없이 변하게 되는 남자의 심리 상태가 특히나 돋보이는 책이다. 죽지 않기 위해 모래를 걷어 내야 하는 운명이지만 모래의 여자에게서 탈출이라는 시도로 반항하면서도 그곳 생활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젖어가게 된다. 가족을 큰 바람이라는 모래에 묻어 버린 여자와의 관계도 이상야릇하며 남자가 그토록 지겨워했던 바깥세상을 동경만해야 하는 사구 속 생활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하나 더 어느날 사라져 버린 이 남자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이 단지 실종신고 최고장과 판결이라는 두 장의 종이로 끝이 나 버렸다는 허무함이 있었던 책이다. 

 

어미에게 새끼는 목숨입니다,. 새끼를 잃고도 함꼐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어미의 형벌입니다.....<박정란, 드라마 노란손수건의 작가> 

이 한 줄의 글이 지금 내 눈을 퉁퉁 붓게 만든 이 책 <울지마, 죽지마, 사랑할 거야>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나 같으면 이런 책을 쓰지도 못했을 거 같다. 자식을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이해한다 하더라도 내 감성에 그저 쓰러져 우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으리란 것을 알기에 "사는 의미를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받는 부균병동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저자 김효선이 쏟아내었을 고통과 용기에 그냥 위로와 박수를 보낼 수 밖에는 없음이다.  

가물거리지만 기억나는 심은하 이병원 주연의 미니시리즈 『아름다운 그녀』를 쓴 방송작가 김효선의 실화를 담아 내었다. 어느날 청천벽력처럼 찾아온 18살 딸의 급성 백혈병 진단 그리고 시작되는 가족들 특히나 엄마의 눈물어린 간병기는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2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서연이는  한창 이쁘고 생기 발랄할 나이에 병원에서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수 차례의 항암치료와 두번의 골수 이식등을 하면서 2년 6개월의 투병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지켜 보아야 하는 엄마는 어쩌면 육체적인 고통은 덜할 지언정 그 정신적 충격과 딸아이의 고통을 지켜 보아야 하는 힘겨움에 피눈물을 쏟아 내고 있었을 것을 숨죽여 가며 함께 한다.  

눈물도 많고 이런 이야기를 듣거나 읽었을 때는 감정이 제어되지 않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리속이 텅빈 듯해지는 것을 알기에 이토록 슬픈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소설이나 영화는 나은 편이다. 소설<가시고기>를 읽었을 때도 영화<로렌조오일>을  보았을 때도 아이에게 닥친 불행을 함께 지켜보고 견뎌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독자나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려 했을 뿐이다. 저건 가상일뿐 진짜는 아니쟎아로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스무살 짧은 생을 살다간 서연이의 이야기는 내 주변에서는 흔하지 않던 사실이기에 책을 내려놓고 싶을 만큼 마음이 무거워진다. 점점 야위여 가고 토악질을 하며 통증으로 잠도 자지 못하고 신음과 울음을 터트리며 다가오는 죽음과 맞서야 하는 어린 딸의 모습을 함께 하는 저자의 찢어지는 고통이 책 전반에 담겨 있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얼마 전 작은 병으로 병원에 입원을 해서 수술을 했을 때 엄마가 안절부절하시며 의사 선생님께 계속 내 건강을 물으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내가 그런 병에 걸렸다면 우리 엄마는 어땠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린다.  

자식의 먼저 보낸 어미의 마음을 어떻게 짐작이나 할수 있을까만은.. 

출근을 하면서 늘 지나치게 되는 진명여고... 이곳이 이제는 그냥 평범한 여고로만 보이지는 않을 듯하다.. 기도할께 서연아... 좋은 곳에서 항상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