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이 인기다. 소설도 유행을 타는가보다. 한때는 일본작가들의 소설이, 한때는 판타지소설이 인기가 있더니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서 그런가 얼마 전 읽는 <덕혜옹주>, <소현> 그리고 이제 말하게 될 <불멸>등이 독자들의 구미에 맞아 입소문을 타고 있는 듯 하다. 내게 있어 위크 포인트인 역사는 학문으로 접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아무리 쉽게 설명된 책이라 하더라도 자꾸만 까먹는 통에 끝까지 책을 읽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팩션이다. 물론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고 창조된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느정도까지는 역사의 흐름을 꿸수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읽다보면 몰입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그 시대를 함께 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활약하시던 시기는 그래도 현재와 가까워서 그랬을까 부담없이 그리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펼쳤다.

어제 <남자의 자격>에서 한 이경규의 강의 중 어깨위의 무거운 짐을 함부로 내려놓지 말라 는 말에 참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안중근 의사도 그랬을까. 아들이었으며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던 그가 어깨에 지었던 조선의 독립이라는 짐,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쓰고 조선 식민지화를 이끌었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 사살 일본에게서 사형을 언도받고 돌아가신  안중근 의사(1879~1910), 이 시대의 영웅으로 추앙되는 그 분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소설 <불멸>을 통해 그분의 인간적인 면, 고뇌하는 모습, 애국자적인 감동, 그리고 일본인도 감동했다는 성품까지 그려낸다. 일본인들에게조차도 그 담대한 기백과 정신이 추앙받고 있다는 안중근 의사의 삶을 막상 후손인 우리들은 독립운동가, 히토히로부미저격과 일본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하고 당당했던 모습 그리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던 그분의 말씀 정도로 교과서적 지식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치욕의 역사를 다룬 소설들을 읽다보면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것을 너무나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도 현재도 사람도 문화도 말이다. 잘난 것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못난 것도 기억해야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아름다운 산천을 가지고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세계속에 우뚝 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데는 과거 위기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쳤던 선조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된다. 안중근의사도 그렇다. 그분의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과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신은 우리의 영웅이 되어도 모자람이 없음이다. 다른 나라사람들에게는 한 일본정치인을 죽인 살인자일지 모르겠나 우리에게는 대한독립을 향한 끝없는 투쟁이며 국권의 회복을 위해 세계에 외친 조선인의 의지였다. 스스로 손가락을 끊어 혈서로 태극기에 대한 독립을 쓸 만큼 결연한 모습이었던 분의 유해조차도 찾을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저자도 고뇌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분이라는 것도,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는 것도, 너무나 유명한 분이라는 것도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표현하기 힘들었을 거 같다. 1편에서는 안의사의 어린시절을 그려서인지 아버지 안태훈과 천주교 이야기가 가득하다. 2편으로 와서야 안의사의 활약을 볼 수 있는데 있었던 일들을 나열해서 그랬을까 지루함이 있긴 하다. 이문열이란 이름만 대도 다 아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고 필력을 인정받는 작가의 펜끝에서 살아나는 안의사이기에 기대를 했었는데... 소설로서 보기엔 역사에 기록된 사실들이 너무 많이 언급되서 그랬을까 어느 분의 말처럼 평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도 몇몇의 몰입하게 만드는 장면들과 안의사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게 하는 즐거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