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 책을 집어 든 기쁨이는 책 속에서 향기를 먹으며 산다는 반짝벌레를 만난다. 반짝벌레는 기쁨이에게 목걸이를 하나 주고, 여러 이야기 속을 함께 탐험한다. 기쁨이에게 생각이 자라날 때마다 기쁨이의 목걸이 '치잇'은 점점 밝은 빛을 내며 보름달이 되어간다. 기쁨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를 만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찰리와 황금 티켓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위대한 마법사 오즈'에서는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와 마법사 오즈를,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에서는 마법사와 무민 가족을, '샬롯의 거미줄'에서는 샬롯과 윌버를,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에서는 삐삐를, '꼬마 마녀'에서는 꼬마 마녀를 만나게 된다. 나 역시 기쁨이와 반짝벌레를 따라 함께 책 속을 돌아다니며 반짝벌레가 소개해 준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만약 기쁨이처럼 잠이 오지 않아 책을 집은 아이가 반짝벌레를 따라 모험을 하게 된다면 기쁨이가 그랬던 것처럼 점점 책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반짝 벌레'는 무척 좋은 책인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온 기쁨이는 잠자리 채에 걸려 있던 분홍빛 토끼 인형을 만난다. 기쁨이는 분홍 토끼 인형의 집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목걸이 치잇에 빛을 다 채우고 집으로 온 후에야 분홍 토끼 인형이 자신이 무척 좋아하던 인형 토토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책을 읽으며 토토가 당연히 어떤 책의 등장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기쁨이의 인형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토토가 기쁨이의 인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책을 읽으면 얻게 되는 것이 많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기억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만약 내가 기쁨이였다면, 반짝 벌레와 함께 여행을 한 또 다른 아이였다면, 나는 내 목걸이에게 소원을 빌지 못했을 것 같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쁨이의 모험을 지켜보았을 때,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소중한 기억을 가져가는 쪽은 기쁨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소 이야기 책을 읽을 때 결말이 확실한 편을 더 좋아하는 나이지만 반짝 벌레의 결말은 정해지지 않은 편이 더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결말이 정해져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지만 반짝벌레를 다시 들춰볼수록 차보금 작가가 결말을 정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만약 결말이 정해져 있었다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기쁨이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으로 '반짝 벌레' 읽기를 끝냈겠지만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자신이 기쁨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기쁨이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다시 한 번 더 상상해 보며 '반짝 벌레' 읽기를 끝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암사 키트와 함께 받아본 '마녀 이모와 로마를 가다'는 평소 세계사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나에게도 무척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은무'와 '금무' 자매는 이모와 함께 로마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설명되어 있는 로마의 역사가 책을 읽기 좋게 만들어주었지만 이 책의 앞편인 '마녀 이모와 피렌체를 가다'를 읽지 못한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내용들이 꽤 있어서 책을 덮고 '마녀 이모와 피렌체를 가다'를 먼저 읽어야 하나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로마에 가보지 못한 나에게도 로마에 가본 듯한 느낌을 주는 사진들이 여러 개 담겨 있어 좋았다. 또 평소 좋아하던 이영림 작가의 예쁜 그림체가 여러 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역사 뿐만 아니라 금무와 은무, 그리고 이모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등장해 지루하지 않았다. 책으로 읽은 내용을 실제로 로마에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평소 여행 가서 유적지나 유명한 곳을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여행 가기 전에 마녀이모처럼 열심히 유적지에 대해 공부한 후, 더 많은 것을 알고 돌아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성 베드로 대성당 큐폴라에서 바라본 로마 시내" 사진이 무척 인상 깊었다. 나중에 로마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많이 걷는 것을 싫어해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갈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꼭 하고 싶은 일은 괴테가 차를 마셨다는 "카페 그레코"에 가서 은무가 먹은 티라미슈를 꼭 먹어보는 것이다.

 

엄마는 대학교 시절 친구와 유럽여행을 다녀왔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 여행 이야기를 가끔씩 하신다. 그만큼 인상깊은 여행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마녀이모" 시리즈를 한 권씩 찾아 읽으며 미리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래 언젠가 방문할 유럽을 꿈꾸며 상상해 보는 것이다. 아직은 많이 어린 동생이 좀 크면 그때 함께 배낭행을 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짝짝이 가슴이 어때서!'는 짝짝이 가슴 때문에 고민하던 꼭두의 고민을 보라와 살구가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 이다. 수영장에 놀러갈 때가 되자 꼭두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짝짝이 가슴이 보일까 걱정하다가 분홍 올빼미 가게에 찾아가 납작이 스티커를 받고 봉긋하게 솟은 가슴에 붙이고 수영장에 간다. 수영장에서 사람들에게 치인 꼭두는 물에 빠지게 되고 그것을 본 보라는 큰 소리로 선생님을 부른다. 납작이 스티커는 떼어져 버리고 양호실에 간 보라와 살구, 꼭두, 선생님은 꼭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되고 선생님이 보낸 쪽지를 받은 꼭두는 기뻐한다. 꼭두를 달래주려고 노력하는 살구와 보라의 마음이 예뻐보였고 나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꼭두의 선생님처럼 어색해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이게 아이들을 도와주려는 자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