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자란 아이가 커서도 요리를 잘 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딸에게 참 미안하다. 요리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맛이 없다는 이유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인스턴트 음식도 많고 반찬을 만들어 파는 곳도 많고 음식을 배달하는 가게도 많으니, 입이 예민하지 않고 건강을 따지지 않으며 돈이 어느 정도 있으면 부엌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소중한 가족에게 인스턴트와 조미료와 트랜스 지방을 먹이기 싫어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텃밭 가꾸며 사는 신세대맘 아침사랑의 참 쉬운 건강요리'라는 부제가 붙은 <자연을 품은 우리집 밥상>(2008, 랜덤하우스)에서 참 쉬운 건강요리를 만드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네이버의 인기 블로거인 아침사랑님이 블로그에 올렸던 요리들은, 정말 텃밭에서 갓 뽑은 채소들과 하나하나 손수 만든 소스와 국물들을 이용한 건강 요리였다. 텃밭의 사계절과 생활을 설명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참 싱그럽고 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는 복된 생활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모든 것에 고맙다고 생각하는 그 여유로움이었다.

책속에는 부록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 부록은 요리 비책으로, 건강밥상 차리기의 원칙과 소스, 양념장, 국물, 조미료를 만드는 방법, 재료를 잘 고르고 손질하는 방법 등을 알려 준다. 두번째 부록은 책 맨 뒤에 명절음식이라는 코너로 여덟 가지 요리를 소개한다.

요리는 크게 매일 반찬, 국&찌개&전골, 한 그릇 음식, 특별 요리, 무공해 간식, 어린아이 밥상의 여섯 파트로 나뉜다. 하나의 요리가 한 쪽 또는 두 쪽의 지면을 차지하는데, 요리 이름 옆에는 언제 올리는 음식이라든가 재료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아래에는 완성된 요리 사진이 가운데에 크게 자리잡고, 사진 오른쪽에 재료, 아래에 요리 과정의 사진이 나오는 것은 여타 요리책들의 구성과 비슷하다. 각 요리마다 필요한 Cooking tip이 나와 있다.

사진에 나온 요리들은 참 먹음직하게 보이고, 아웃포커싱을 통해 요리에만 초점을 맞추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요리들을 맛있게 잘 할 수 있는지 부러웠다. 술술 넘어가는 설명들을 보면서 국물만 미리 준비하면 참 쉽게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 지금껏 한 번도 사 보지 않았던 재료들을 사서 얼른 요리에 도전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밑간과 양념장은 요리의 기본인데, 지금껏 기본을 무시해 왔던 내 습관을 반성하며 부족한 양념들을 구입하여 실제로 요리를 해 봐야겠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일주일에 한 가지 요리만 도입하면 어느샌가 아주 풍성한 식탁이 내 앞에 차려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말처럼 올바른 먹을거리를 건강하게 요리해서 먹을 때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