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광우병에 걸린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물의를 일으키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의 사육과 도축 실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소들이 똥더미 위에서 키워지는 모습, 광우병에 의심되는 앉은뱅이 소들을 도축장까지 억지로 끌고 가서 지게차로 질질 밀고 다니는 모습, 도축장에 며칠간 방치하는 모습 등은 광우병 자체를 넘어서 많은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도 수십년간 이루어졌던 일인데 이번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맞물려 드디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먹을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이라는 부제가 붙은 <죽음의 밥상> (2008, 피터 싱어, 짐 메이슨 지음, 산책자 펴냄)을 통해 우리 밥상의 식품들에 대해 권리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책에서는 세 가지 가정이 나온다.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을 꾸미는 집,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완전 채식주의자이다. 현대식 식단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라는 편이성 때문에 대형 마트에서 대다수를 구입하는 일반인들이다. 양심적인 잡식주의자들은 유기농에 대해 관심이 높고 인도적으로 키워진 상품들을 선택하며 채식 위주이지만 약간의 동물성 식품을 먹는다. 완전 채식주의자는 신념 때문에 유기농 채식만을 한다. 각 가정의 분위기와 식단, 인터뷰한 내용들을 처음에 실은 다음, 그 식단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생산 과정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주된 틀이다.
첫번째 현대식 식단에서는 닭고기와 달걀, 돼지와 소의 실상을 보여 준다. 이들이 식품을 구입하거나 외식을 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월마트와 맥도날드의 양심에 대해서도 그들의 행적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세히 알아본다.
두번째 양심적 잡식주의자 가정에서는 유기농과 인도적 사육이 주된 화두이다. 해산물은 소나 돼지보다 우리와 멀다는 점에서 선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해산물도 이제는 공장식 가두리 양식, 또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남획이라는 덫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하나 제시되는 것은 로컬 푸드와 공정 무역이다. 유기농과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그 지역에서 나온 식재료를 소비하자는 운동인데, 과학적으로 산출한 에너지량을 산출하고 그로 인해 외면될 수 있는 외국 저소득층의 이해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완전 채식주의자들은 베건(vegan)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환경과 윤리에 대해 가장 당당한 입장을 가진다. 채식을 하면 영양이 불완전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으나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그런 편견을 종식시킨다.
14장에서는 육식의 윤리학이라는 제목으로 육식에 대한 옹호와 반대, 그 틈새인 쓰레기통 다이빙, 비동물성 고기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다룬다. 15장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육고기, 새, 물고기, 채식 등을 망라하여 무엇을 어떻게 먹는 것이 윤리적인지를 이야기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런 먹을 거리의 선택과 구입을 통해 불필요한 사육과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면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일 게다.
채소부터 물고기, 새, 육고기까지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것들을 다룬 이 주장들은 사실과 통계가 바탕이 되어 그 설득력을 더한다. 지금껏 먹을 거리로만 대했던 많은 개체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주중에는 장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주일치 먹을거리를 사려고 대형 마트에 갔다. 재래시장이라고 해서 로컬 푸드를 파는 것도 아니고 거의 똑같은 상품을 팔고 있으므로, 규모의 경제와 다양성 때문에 한번에 많이 구입할 수 있는 대형 마트를 즐겨 가는 편이다.
책에서 배운 것들이 소용돌이치며 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자세히 비교 검토하고자 하였다. 육고기나 생선류는 원산지 정도만 겨우 표시되는 것이 일부이고, 닭고기는 포장되어 파는 것 외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계란은 그나마 포장 단위가 규격화되었고 정보를 표시하는 면이 넓었는데, 가장 저렴한 공장식 생산 계란과 유기농 유정란 사이에는 무려 4배 가까운 가격 차이가 있었다.
먹을 것을 고르고 구입하는 권리 행사를 통해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이처럼 차이가 많으면 유기농을 구입하기에는 아직은 부담된다. 책에 나온 가정들 중에서 나는 아직 첫번째 가족의 수준에 속할 뿐이다. 앞으로는 양심적 잡식주의자, 더 나아가서 채식주의자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광우병 덕분에 일깨워진 동물 사육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건강한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오로지 먹을 고기를 생산하는 생물 공장으로서만 동물을 대하는 경제적인 마인드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작은 곤충들을 밟을 것을 저어하여 하안거에 들어가는 스님들의 생명 사랑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