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즌, 축구와 관련된 보기 드문 소설이 있습니다.
이 책은 법률혼 상태의 아내가 또 다른 남편과 결혼(중혼)한다는 발칙한(!) 상상을 담아낸 소설이며, 동명의 영화가 제작, 개봉되기도 했습니다(손예진이 아내로 출연). 주인공과 아내의 만남과 연애, 결혼, 아내의 중혼과 둘째 남편 아이의 육아, 두 군데 시집을 둘러싼 이러 저러한 사건과 스토리가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이 대목에서 의아하실 겁니다. 그렇다 치고, 축구랑은 무슨 상관? 이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 저러한 사건과 스토리 속에 ‘항상’ 축구 얘기가 녹아 있다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아마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면(실패 여부를 확인해 보진 않았습니다^^), 발칙한 상상만으로 영화를 꾸려갈 수 밖에 없는 영화적, visual적 한계 때문이었으리라 추측됩니다. 건더기 내지 앙코(축구 얘기)가 빠진 거니까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축구에 관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되실 겁니다. 아래 몇 가지 맛 보기를 선보입니다.
- 라이언 긱스가 그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월드컵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이유
-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그렇게 앙숙인 이유
- FC 바르셀로나가 다른 메이저 축구 구단과 다른 점, 클럽 이상의 클럽으로 대우 받는 이유
- 아트 싸커의 대명사 지네딘 지단, 그 이름에서 ‘지네딘 (Zinedine)’의 뜻
- 이탈리아의 간판급 골키퍼인 부폰의 골키퍼로서의 신조 : “0 0 0 공은 안 막는다”에서 0 0 0
- 2002 월드컵에서 히딩크가 한국 국가대표팀에 도입했다는 더블 볼란치 (Volante) 시스템의 내용
- 더비 매치 (Derby match)란 건 무엇인가?
- 한국 축구의 강점과 단점
- 유로 대회에서 우승팀이 아닌 팀 소속으로서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선수
- 흔히 축구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라 11명이 하는 경기라고 하는데, 이러한 통념을 깨고 축구가 혼자서 해도 되는 경기라는 걸 보여준 천재적인 골잡이
- 유로 2004에서 변방의 그리스가 일약 우승할 때 써 먹은 전술적 formation
아울러 모든 상황과 관계, 그리고 그로부터 도출되는 교훈을 맛깔 나게 적절한 축구스타와 축구와 관련된 용어, 속담 등으로 버무려낸 솜씨를 보면 “이 자는 단단히 축구에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무튼 재미와 (축구를 좋아하신 분이라면) 정보를 고루 갖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야구와 관련하여서는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라는 박장대소할 만한 소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