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 조선시대의 정당명 유래를 정리해 본다.
우선 붕당은 사림파가 정권을 장악한 선조 이후에 발생한다. 그전에는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과정에서 사림들이 수차의 사화로 화를 입은 적이 있다.
(1) 선조 때에 정권을 장악한 사람은 이조전랑 김효온의 임용을 두고 동인과 서인으로 분당한다. 김효온을 지지하는 측이 광화문 동쪽에, 반대하는 쪽이 서쪽에 살고 있다고 하여 동인과 서인으로 불렸다고 한다. 마치 상교동계, 동교동계라는 현대 계보정치의 명칭과 같이.
(2) 마찬가지로 선조 때에 조선시대의 광주학살로도 불리는 정여립 모반사건 혹은 기축옥사를 계기로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분당한다. 정여립은 애초 서인이었으나 이이가 사망한 이후 동인으로 정파를 바꿔 선조의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여립이 낙향후 대동계를 조직하여 무력을 양성하자 이를 기화로 역모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정여립은 죽도로 피신했다가 아들과 자살했다고 하며, 이발 등 정여립과 친분이 있던 자들은 물론 전주 지방의 유생을 중심으로 1,000여명이 화를 입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주는 반역향으로 낙인찍혔다고 한다. 정여립 사건은 서인인 송강 정철이 위관이 되어 동문수학하던 자들까지 무자비하게 처형함으로써 동인이 큰 화를 입게 된다. 그런데 세자건저의 문제로 정철을 비롯한 서인이 실각하고 동인이 재집권하게 되자, 서인에 대한 보복 내지 처벌을 두고 강온 양파가 대립하게 되는데, 이산해를 중심으로 하는 북인은 서인에 대한 강경입장을, 유성룡을 중심으로 하는 남인은 온건입장을 취하였다.
(3) 역시 선조 때에 광해군을 지지하느냐 영창대군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북인은 대북과 소북으로 갈린다.
(4) 이처럼 분열을 계속한 동인과 달리 서인은 100여년 동안 서인이라는 단일정파로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데, 이는 입장이 다른 상대방을 포용하는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후 몇 가지 이유로 갈등이 노정되다가 숙종조에 이르러 노론과 소론으로 분당하게 된다.
(i) 윤증과 송시열간의 개인적 혹은 가문의 일을 기화로 한 갈등과 대립
(ii) 윤휴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둘러싼 윤선거, 윤증 및 송시열의 대립
(iii) 경신환국으로 재집권한 서인이 남인에 대한 보복의 수위를 두고 강온파로 대립
윤증은 남인에 대한 보복에 반대하는 입장을, 송시열은 강경입장을 취하면서 소론과 노론으로 분열된다. 대로라 불리는 송시열은 노론을 이끌면서 조선후기까지 이어지는 노론독재의 기틀을 닦는다.
흔히 식민사관은 사색붕당, 붕당정치를 두고 조선사람들의 열후성을 보여주는 예로 강변하고 있지만, 달리 보면 정당정치의 본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각 정파별로 특정한 정책(대표적인 예가 대동법의 시행)의 지지 여부를 두고 입장이 갈리면서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정적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분당으로 연결된 것을 보더라도 단순히 삼류 패거리정치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다만 숙종조 이후 노론의 일당독재가 고착되어 가면서 임금도 백성도 안중에 없는 자당의 정치적 이해를 극한으로 우선시하는 폐단이 조선의 쇠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