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 우리는 무관심했고, 가해자인 일본은 애써 은폐해 왔던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본 황태자비를 납치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Fiction이지만, 김진명 작가의 다른 소설도 그러했듯이, '한성공사관 제435호 전문'으로 명명된 에조 보고서라는 실제 사료에 근거한 소설이다.
한말 조선정부의 고문관이었던 이시즈카 에조가 자신의 직속상관인 미우라 주한공사 몰래 일본정부의 법제국에 보낸 보고서가 바로 '에조 보고서'인데, 여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낭인들은 깊이 안으로 들어가 왕비를 끌어내 칼로 두세 군데 상처를 입히고 발가벗겨 국부검사를 했습니다. 우스우면서도 분노가 치밉니다. 마지막으로 기름을 부어 소실했는데 이 광경이 너무 참혹하여 차마 쓸 수가 없습니다."

소설 속에서 일본어 전공자인 교수가 위 보고서의 원문을 보고 하는 말이, 이 보고서에 의하면 명성황후가 국부검사라는 치욕을 당하는 순간 분명히 살아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은 일국의 국모에게 이러한 치욕을 가했던 것이다.

고종은 2년이나 지나서야 시신도 없는 황후의 장례를 치렀다. 이 사건에 대한 조선인의 분노가 어찌나 컸던지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안중근 의사가 재판 첫머리에 살해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나는 우리나라 국모를 시해한 주역 이토 히로부미를 용서할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하였다고 하는데, 그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당시 훈련군 대대장이었던 우범선은 일본과 야합하여 궁궐난입을 안내한 후 일본으로 피신했다가 자객 고영근에 의해 살해되었다. 흔히 씨없는 수박의 개발자로 알려진 우장춘 박사가 우범선의 아들이다.

바다는 한 마디로 놀랍다. 그리고 그렇게 놀라운 바다 밑을 이렇게 생생한 사진으로 담아내는 책이 있다니 또 한번 놀랍다. 비싸고 두터운 책이라 오프라인 서점에 들러 몇 번씩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던 기억이 새롭다. 살까 말까 여전히 고민 중인 책이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3,800m이며, 생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의 99%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지구와 지구의 생명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땅이나 하늘을 나는 피조물만을 볼 수 밖에 없다고 보면, 만약 우리가 심해의 모든 생물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진화의 산물이든 신의 창조의 결과이든 그 다양성 앞에 할 말을 잃게 될 것이다.

	전 행성 차원에서 보면, 새들은 기어 다닌다 - 자크 이브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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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150m에서는 태양광선의 99%가 물에 흡수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심 1,000m 아래에서는 칠흑같이 완전한 암흑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다양한 생물들이 있고, 그들의 생존을 위한 진화와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태평양 큰니고기는 ’최후의 만찬과 죽음’으로 소개되는 물고기이다. 엄혹한 주변환경에서 사로잡은 물고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래쪽 이빨이 기형적으로 크게 발달했지만, 계산착오로 자신보다 덩치가 큰 물고기를 잡아 이빨을 박아 넣을 경우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죽음에 이른다고 한다.

수심 4,000m에서 물이 몸에 가하는 압력은 소가 엄지손톱을 밟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로 무지막지하다고 한다. 상상해 보라!!

마치 지상에서 눈 앞에 두고 찍은 듯한 선명한 사진들과 간결한 설명을 보다 보면 이 더위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제목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전기라고 뽑은 것은 이 책이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소설이라고 보다는 안중근에 대한 사실적 전기라고 보는 게 맞겠다 싶어서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의 맛을 느끼려는 사람에게는 솔직히 아쉬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안중근의 집안은 해주 지방의 유력한 양반 집안이었다. 동학혁명의 와중에 안중근의 집안은 동학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사병을 동원하는데 김구선생과의 인연이 새롭다. 19세의 김구가 해주의 접주로 동학군을 지휘하던 때 16세의 안중근과 그의 집안이 주도하는 의병이 무력충돌하였고, 김구는 대패하였다고 한다. 이때 어린 나이의 안중근이 포군으로 참여했으며, 동학봉기가 진압된 후 김구는 안중근의 집안에서 1년여 기숙하며 중근의 아버지 안태훈과 교유하였다고 한다. 이후 김구는 더 넓은 세상을 보겠노라며 청나라로 떠난 후 을미사변 직후 귀국하였다고 한다.

고종이 아관파천 이후 처음 내린 조칙은 김홍집 내각을 단죄하며, 그 처단을 분노한 백성들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경복궁을 점거하고 왕비를 시해한 일본군과 그 꼭두각시가 되어 원통하게 죽은 왕비를 다시 폐서인하게 만든 친일내각에 대한 고종의 원한은 깊었다. 친일 총리 김홍집과 농상공부대신 정병하는 미처 경복궁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성난 군중에게 맞아 죽고, 유길중, 우범선 등은 일본으로 도피하였다. 탁지부 대신 어윤중은 여인네들이 타는 가마를 구해 타고 서울을 빠져나와 해 질 무렵 용인의 어살(漁殺)이라는 주막거리에 이르렀다. 거기서 하룻밤을 묵고 일찌감치 주막을 나서던 어윤중은 주인이 무심코 일러 주는 그 거리 이름을 듣고 소스라쳐 놀랐다. ‘어살이라면 어(漁)를 죽인다(殺)는 뜻이니, 어가인 내가 죽는 땅일 수도 있구나.’ 아니나 다를까 어윤중은 그를 알아본 군중들의 몽둥이질 아래 죽고 말았다.

중근의 아버지 안태훈의 영향으로 인해 집안 사람들 모두가 천주교에 입문하여 영세를 받았으며, 안중근의 영세명은 도마(토마스).

김창수(김구)는 국모의 원수를 갚는다고 일본인을 때려죽이고 그 시신을 강물에 버리고 재물을 탈취하였다는 죄목으로 투옥되어 교수형을 선고받았으나 탈옥하였다(일본인 장교를 처단하였다는 설도 있음). 이후 공주 마곡사에서 승려가 되었던 김구는 1년 뒤 환속하여 고향 해주에서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기독교로 개종함. 동학, 불교, 기독교의 3대 불교를 제대로 거친 사람은 김구선생이 유일하지 않을까? 

일제는 조선침략의 전초전격으로 러시아와 전쟁을 치루는데 그 주요경위는 다음과 같다.
- 1905년 1월 초순 여순 함락 / 노기 마레스케 대장이 이끄는 일본 육군 20만명은 10만명의 러시아군이 수비하는 여순을 포위공격하여 6만의 사상자(러시아군 3만의 2배)를 내고 승리함. 이때 노기 장군의 두 아들도 전사. 노기의 승리는 이미 시작된 근대전을 이해하지 못해, 견고한 요새와 최신 병기인 기관총으로 무장한 대군이 지키는 고지를 정면으로 무모하게 공격하여 보병의 피해를 키웠다는 험담을 들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장병들의 피해를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결하려 한 노기의 담백한 무사기질과,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자살할 수 없다는 메이지 천황의 칙명이 어우러진 후일담은 두 아들의 죽음이 담보한 진정성과 더불어 당대에 이미 신화가 됨. 노기 대장은 메이지 천황이 죽자 자결로 순사하면서 군신으로 숭앙받기도 함.

- 여순함락 이후 양국은 만주 봉천대회전을 치뤘으나 이 역시 일본이 승리(러시아군 32만, 일군 25만의 대군이 접전함).

- 최후의 일격 / 발트함대의 괴멸 /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 온 발트함대는 낯선 일본의 영해에서 싸우기보다는 몰래 대한해협을 빠져나가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간 뒤 다시 함대를 정비하고 나서 일본과 싸우려 했으나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도중 발각되어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끄는 일본의 연합함대에게 괴멸됨.

- 포츠머스 강화회의 / 루즈벨트의 중재로 성립한 강화합의 / 일본의 대한제국 자유처분권을 인정, 여순, 대련 조차권 인정, 연해주 어업권 일부 양도(다만 일본이 요구한 배상금지급과 만주철병은 거부함)

- 포츠머스 강화회의 와중에 미국과 일본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일본의 한국지배권과 미국의 필리핀 지배권을 상호인정함. 루스벨트는 강화회의를 중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이제 조선합병을 위한 정지작업은 끝이 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선병합의 주역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간략히 보자.
 

하급무사로 출발 / 도막(倒幕)운동의 일환으로 막부 옹호자들을 암살함으로써 세인의 이목을 끔 / 막장전쟁(막부와 번 간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메이지유신 성공 / 신정부의 요직에 참여 / 내각제도가 시행되면서 초대 수상이 됨 / 독일,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헌법 학자들로부터 강의를 받고 돌아와 ‘대일본제국 헌법’ 제정에 중심적 역할을 함 / 1905년 을사늑약 강제 체결 진두지휘 / 1906 초대 통감으로 부임 / 1909년 하얼빈에서 안중근에게 사살됨.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삶의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청도를 거쳐 상해를 떠돌던 중근은 신부님의 조언(애국계몽운동을 통한 실력양성)을 듣고 귀국하여 돈의초등학교, 삼흥중학교의 운영에 매진하였으며, 1907년의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이러한 활동자금을 모으기 위해 설립한 삼합의(석탄회사)는 안타깝게도 얼마가지 않아 망해버리고.

1907년 정미칠조약에 따라 군대해산이 단행되고, 이에 저항하던 대한제국 군대가 소수의 일본군에 의해 격퇴 당하는 꼴을 한성에서 직접 목격한 중근은 해외망명을 결심한다. 새로운 싸움터를 찾으리라 다짐하며......

블라디보스톡의 한인 독립운동단체에서 활동하던 중근은 국내 무력진공작전에 참가한다. 대한의군부 참모중장의 직책을 가지고. 참모중장이란 직함은 근대적 군대용어가 뜻하는 직위와 직책이라기보다는 ‘지휘부에 속하는 중급장교’ 정도의 뜻을 지닌 구식 직함이었다. 국내에 진공한 중근의 부대는 사로잡은 일본군속을 만국공법의 뜻을 살려 석방한 중근의 판단으로 인해 일본군에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패주를 거듭하다 그는 겨우 살아서 연해주로 귀환한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예전 같지 못하다. 12명의 동지를 모아 同意斷指會를 결성한 중근은 이토가 하얼빈으로 온다는 말을 듣고 척살을 결심한다. 우덕순, 유동하, 조도선과 함께.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를 겨눈 세발의 총알은 모두 치명상을 입히고 이토는 즉시한다. 4발을 떠 쏜 중근은 곁에 있던 고위직 관리들에게도 중상을 입히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후 러시아군경에 즉시 체포된다.

중근을 조사한 러시아군경은 그날 저녁 중근을 하얼빈의 일본 총영사관으로 넘긴다. 재판관할권을 포기한 것이다. 중근은 총영사관에서 조사를 받다가 여순에 있는 관동 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일본 정부는 심각한 논의와 치밀한 검토 끝에 재판권을 관동도독부의 관할로 정했는데, 본국 송환시 외교문제가 국제화되는 것을 우려했고 조선 송환시 민심의 동요를 걱정한 데 그 이유가 있다.

이토 암살에 대한 천주교의 태도는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한 것이었다.
처음 일본의 어떤 신문이 이토를 쏜 것이 천주교인이라고 밝히자, 일본에서 확인을 요청하는 전보를 조선 교구에 보내왔다. 조선의 뮈텔 주교는 “결코 아님”이란 답신을 보냈고, 며칠 뒤 <서울프레스>가 다시 그렇게 보도하자 강경한 항의문까지 신문사에 보냈다고 한다. 사고 당일 저녁 통감부로 가서 가장 먼저 조의를 표한 것도 뮈텔 주교였으며, 아흐레 뒤 이토의 장례식에는 성 바오로회 수녀들이 만든 커다란 조화 화한을 앞세우고 참례하였다고 한다. 당시 천주교에서 발행하는 <경향신문>은 한술 더 떠, <이등 공의 조난에 대하여 경고하노라>라는 사설을 내어 대놓고 중근의 의거를 살인죄로 단정하였다. 중근은 죽기 전에 신부님으로부터 고해성사를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천주교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중근이 십계명의 제6계(살인)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중근에게 영세를 주었던 빌렘 신부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경우로 법 절차에 따른 제재, 곧 사형과 국가의 정당방위인 전쟁, 그리고 개인적인 정당방위만을 대면서 어떠한 애국심도 살인의 구실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하였다. 후에 재판과정에서 중근이 대한의군부 참모중장으로서 독립특파대장이 되어 정당한 교전 중에 적장을 사살했다는 義戰論을 말하게 된 계기 역시 당시 조선 교구 사제단의 인식을 파악한 중근이 전쟁이라는 정당행위를 공판투쟁의 보루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빌렘신부가 여순감옥에 와서 고해성사를 베풀었다. 그러나 사제단은 끝내 살인 죄인의 혐의를 풀어주지 않고, 용케 안중근에게 성사를 베풀어 준 빌렘 신부는 그 때문에 뮈텔 주교와 그를 지지하는 조선 교구 사제단에 의해 본국으로 추방되다시피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중근은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수로 지내면서 본인의 자서전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저술하는 데 몰두한다. 동양평화론은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다소 놀라운 것은 항소를 포기한 중근을 일제는 재판과정에서보다 더 우대하였고, 저술에 불편함이 없게 책상과 필기구도 들여보내 서재같이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박정희 정권하에서 양심수인 김남주 시인은 종이가 없어 우유곽에 자신의 시를 쓰기까지 했다는 데 독재정권의 악행은 일제의 그것보다 더하였나보다.

마침내 빌렘신부가 여순감옥에 와서 고해성사를 베풀었다. 1910. 3. 26. 여순감옥의 사형장에서 중근은 불멸로 승화했다. 당일 아침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붓글씨는 “爲國獻身 軍人本分” 네 글짜였다.

중근은 하얼빈에 자신의 시신을 假葬했다고 조선이 독립되면 고국으로 보내달라고 유언했고, 가족들은 그 뜻을 받들려고 했으나 안중군 추모열기를 두려워한 일제는 화장한 중근의 시신을 인근 공동묘지에 묻어버리고 시신의 인계를 거부함으로써 그를 두 번 죽여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