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역사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정사와 야사로 일단 구별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사를 선호한다. 정사에 대한 일차적인 이해 없이 야사부터 접하게 될 경우 혹시나 오해나 오류가 생길까 해서이다. 다음으로 거시사와 미시사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 미시사의 경우 부분에 치우치다보니 재미나 보편성이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야사인 듯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조선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면서도 당대의 거시적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식견과 자료를 제공하며, 정사만큼 신뢰성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기술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10여개의 소주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땡추에 관한 이야기, 기생에 관한 이야기, 별감에 관한 이야기 등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땡추의 유래와 그들의 활동에 관한 부분이나 과거제도에 관해 기술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땡추와 과거에 관한 이야기는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도 유사하게 소개되어 있다.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과거'라는 chapter를 읽다보면, 조선후기 조선이 역동성을 상실한 채 망국을 향해 쇠잔해가는 근본적인 이유를 느낄 수 있다. 쉽게 말해 새로운 인재의 영입을 통해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 나물에 그 밥 식으로 일부 명문가가 권력을 동원한 반칙으로 벼슬자리를 독식함에 따라 사회적 부정의, 불공평, 증오, 당파싸움 등이 더욱더 극심해지고 결과적으로 국력이 피폐해졌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관한 부정(소위 입시부정)의 태양도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과거시험장의 좋은 자리, 즉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을 위해 고용되는 선접꾼, 전문적으로 대리시험을 치뤄주는 거벽, 글씨를 대필해 주는 사수, 조정이라고 하여 답안지를 빨리 내는 자에게서 급제자를 뽑는 폐단 등 몇 안되는 관료자리를 놓고 무위도식 양반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과거장에서 생기는 웃기지도 않은 행태를 보다보면 왜 학문이 높다고 하는 자들이 과거를 공개적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성균관 근처에 자리잡은 '반촌'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농업의 주요수단이라 하여 도살이 금지된 소를 합법적으로 도살할 수 있었던 반촌민의 유래와 그들의 생활을 읽다보면 '소'라는 동물이 조선사회에 어떠한 의미였는지 보다 알 수 있게 된다.

지은이의 말대로 역사라는 거대한 담론에 가려져있던 민초들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교훈과 재미를 버무려 엮어낸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유한한 인생에서 참으로 위로가 되는 것은, 욕망에 따른 '성취'가 아니라 이룰 수 없을지라도 가슴속에 '촐라체' 하나 품고 사는 일이 아니겠는가.
페이지 : 작가의 말 중에서

히말리야 고산 준봉 중에서도 칼날같은 암벽으로 유명한 '촐라체', 이 소설은 그 촐라체를 별다른 장비 없이 알파인 방식으로 등정했던 한국의 산사나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하산 길에 한 명이 크레바스에 빠짐으로 해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섰던 사람들의 투쟁과 사랑이야기. 실제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던 산사나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하산한 후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극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묻는다. 왜 험난한 산을, 암벽을 목숨을 걸고 오르느냐고, 그래서 무엇을 얻느냐고. 소설은 답한다.

	길은 결국 두 갈래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나의 길은 경쟁에 가위눌리면서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길일 것이고, 다른 하나의 길은 안락한 일상을 버릴지라도 불멸에의 영성을 따라 이상을 버리지 않고 나아가는 길일 것이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었다.
페이지 : 327쪽

이솝우화를 보면,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를 따 먹기 위해 애쓰던 여우가 포기하며 돌아서면서 하는 말이 있다. "저 포도는 틀림없이 신 맛일거야." 우리는 우리가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너무 쉽게 결정하고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투쟁과 도전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그 성휘와 보람이 크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빠져 나오기는 너무 어려운가 보다. 6,000m가 훨씬 넘는 험난한 촐라체의 암벽을 목숨을 걸고 올라가는 일을 두고,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사소한 도전에 감히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내 나름의 촐라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이 책을 보면 안자일렌(Anseilen)이라는 등반 용어가 나온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음으로써 불의의 사고가 생기더라도 의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반기술이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안자일렌이 있다. 내가 내 몫을 하지 못한다면, 상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그를 지탱해주고 당겨주지 않는다면 상대가 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나도 살 수 없다. 이 무거운 진리를 깨닫게 해 준 촐라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5살 먹은 체로키 인디언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자연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따뜻하면서도 때론 슬픈 이야기. 저자인 포리스터 카터의 자전적인 성장 이야기라고 한다. 저자가 죽은 후 10여년이 지나서야 이 책이 널리 읽히게 되었는데 1991년 전미 서점상 연합회(ABBY)가 선정한 제1회 애비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상의 선정 기준은 서점이 판매에 가장보람을 느낀 책이라고 한다.

엄마, 아빠가 일찍 죽고 어린 나이에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에서 자라게 된 '작은 나무'란 이름의 아이가 주인공이다. 체로키 인디언은 아주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세기 초반, 체로키들은 그들의 고향에서 쫓겨나 1,300km를 걷고 또 걸어 미시시피강 서편의 오클라호마로 강제이주 당하게 되는데, 이 길을 '눈물의 길' 또는 '비탄의 길'이라고 한다. 당시 애팔래치아 산맥 남동편에서 거주하던 체로키들은 기독교를 받아 들이고, 문자도 사용하된 개화된 인디언 부족이었다고 하는데, 국가에서 그들의 땅을 몰수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이주시켰다고 한다. 이 책에도 "과거를 알아 두어라"라는 제목의 장에서 이 슬픈 이야기를 적고 있다. 1,300km를 끌려가면서도 체로키들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마차를 타지 않고 걸었다고 한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고, 이들은 가족을, 친지를 묻어가며서 죽음의 행렬을 견뎌냈다고 한다. 이 길이 '눈물의 길'이라고 불린 것은 체로키들이 그 길을 걸으면서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 아니라, 길 옆에서 이들의 행렬을 지켜보던 백인들 스스로가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에서 살면서 '체로키의 이치'를 배우며 자연과 조화된 삶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예를 들어, 체로키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이상으로 사냥하지 않으며, 취미 또는 재미 삼아 동물을 잡거나 죽이지 않으며, 동물들이 짝짓기를 하는 생명의 계절인 봄과 여름에는 사냥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거야."
페이지 : 26쪽

할아버지의 눈에 비치는 백인들이란 탐욕으로 가득차, 불필요한 말들을 늘어 놓으며 싸움을 그치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이며, 그 중 가장 할아버지가 분개해 마지 않는 족속들이 정치인들이다. 할아버지는 산에서 키운 옥수수로 위스키를 만들어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데, 정치인들은 위스키에 주세를 부과하였기 때문에 그는 몰래 위스키를 제조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할아버지를 돕던 작은 나무는 큰 곤경을 겪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페이지 : 69쪽

이 책을 읽다 보면, 비록 작은 나무가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것을 자연으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나아가 체로키의 조상들로부터 전해 배우는지 알 수 있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지식들이 왠지 공허해 보인다.

	그는 교육이란 것은 두 개의 줄기를 가진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고 하셨다. 한 줄기는 기술적인 것으로, 자기 직업에서 앞으로 발전해가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줄기는 굳건히 붙들고 바꾸지 않을수록 좋다. 와인 씨는 그것을 가치라고 불렀다. 와인 씨는, 정직하고, 절약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만일 이런 가치들을 배우지 않으면 기술면에서 아무리 최신의 것들을 익혔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 쓸모도 없다, 사실 이런 가치들을 무시한 채 현대적이 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그현대적인 것들을 잘못된 일, 부수고 파괴하는 일에 더 많이 쓴다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페이지 : 261쪽

할머니는 인간이 고결하고 품위있게 살기 위한 충고도 작은 나무에게 들려 준다.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페이지 : 105, 106쪽

할아버지는 작은 나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작은 나무가 방울뱀에게 물리기 직전 자신의 손을 방울뱀에게 던져줌으로써 작은 나무를 구하고 본인의 생사의 고비를 넘기도 한다. 물론 작은 나무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민간요법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그러나 백인들은 이들의 사랑과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이 보기엔, 체로키 인디언 가족의 삶은 미개하고 발전하는 게 없고, 그래서 아이에겐 치명적이다. 이들은 작은 나무를 법의 이름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억지로 떼어낸다. 고아원에 맡겨진 작은 나무는 편간과 학대 속에서 상처받지만 결국 할아버지에 의해 다시 구원되어 산으로 돌아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때가 되어 자연의 부름을 받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남겨진 작은 나무는 이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배운 체로키의 이치를 가지고 험난한 세상을 꿋꿋이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