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역사는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인물, 사건, 나라의 일들이 단편적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힘들었었다. 물론 알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었다. 그저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격다짐으로 암기하기도 바빴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조금은 머리가 굵어지고, 무작정 배웠던 지식들이 발효되면서 역사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도 여전히 역사는 어려웠다. 역사의 중요성을 뒤늦게나마 알게됬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독서를 요구했다. 독자들의 요구와 세월의 힘에 의해서 역사서들의 질과 두께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일까? 역사책을 접할 기회가 와도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기가 일쑤였다. 그러다 이번에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1990년대부터 미시사의 실천운동에 전념해온 백승종님의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마흔 이후의 삶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인물 15인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서이다. 요즘 마흔을 대상으로 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대지만, 특히 마흔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트렌드를 빙자하여 값싸게 쓰여진 책일 것이라는 지레짐작은 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독특한 저자의 이력 때문에 불혹에 관한 책이나 역사서와는 차별화 된 내욤을 담고 있다.
우선은 저자가 15년 동안 유럽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가르치고 연구해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부의 시선으로 우리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흔치않은 식견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저자의 미시사적 관점이다. 거시적인 역사의 사건과 흐름 속에서도 위인들의 행동과 심리를 꿰뚫어 풀어내는 글솜씨가 가능한 이유다. 덕분에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위인들을 색다른 관점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가 살펴본 15명의 역사적 인물은 결국 세종대왕으로 귀결된다. 우리의 문화를 빛내고,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위기를 극복한 이들의 품성 모두가 세종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늘날에도 세종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한 명의 세종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세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또 다시 역사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우리 모두 세종과 같은 마음으로 세종과 같은 지도자를 뽑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선출된 대통령과 함께 우리 모두 세종과 함께 했던 집현전 학자들처럼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더 아름답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