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슈퍼자본주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우리는 왜 독서를 하는 것일까? 아마 독자들 수만큼이나 그 이유는 많을 테지만, 거칠게 말해서 ’감동’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로 문학 작품을 통해서 ’감명 깊은 지혜’를 얻는다면, 인문·과학 서적을 통해서 ’깨달음을 통한 감동’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아둔한 나는 종종 이러한 이치를 잊고, 그 이상의 것을 찾아헤매곤 한다. 각종 실용서들을 읽으며 쉽지만 효과적인 비법을 연마하고, 경제서들을 뒤적이며 일확천금을 노리며,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공상을 실현하곤 했다.
’슈퍼자본주의’라는 제목을 접하면서, 나에게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점점 치열해져가는 신자유주의의 경쟁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줄 메시아가 되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이러한 기대는 앞서 적어놓은 책의 서문에서부터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대신 내가 읽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자본주의에 관한 역사적 진실과 미래에 대한 조그마한 희망이었다.
2.자본주의에 관한 역사적 진실 - 슈퍼자본주의는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이 책에서 저자 라이시가 먼저 설명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이다. 산업화로 인해 등장한 거대기업은 대량생산, 대량고용,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부 또한 적절한 규제와 동시에 자율을 보장함으로써 경제 발전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혜택은 ’불완전하지만’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우리에게 높은 소득과 폭넓은 자유를 가져다 주었다.
그렇게 ’ 규제 안에서의 경쟁’을 추구하던 자본주의는 70년대에 이르러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결정적인 원인은 냉전구도 속에서 정부가 개발한
신기술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면서부터이다. 신기술은 지리적으로는 세계화를, 생산부문에서의 신경제를, 정부정책의 탈규제를 가져왔다. 이로써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우리는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었다. 그야말로 ’
슈퍼자본주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문제는 슈퍼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면서 나타나게 되는 부작용이다. 세계를 구성하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균형잡힌 두 축은 이제 자본주의로 급격히 기울어져 비뚤어진 축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와 동시에 라이시가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 안의 시민은 정치에서 사라졌다.’
3.미래에 대한 조그마한 희망 - 희망은 우리 안에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만 남겨져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삼미 슈퍼 스타즈’의 정신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전 세계 1%만이 알고 있는 부와 성공의 ’시크릿’을 알면 되는 것일까? 우리는 경제를 위해 ’나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참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무소유’를 실천해야 하는 것일까?
라이시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화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율적인 자본주의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각성과 단결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개별적으로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앞으로도 가능하다고 라이시는 말한다 .
저자의 견해에 대해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그보다는 서로가 자신과 다른 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는데 더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들’이며, 역사는 우리 모두의 참여와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과거의 발전이 우리의 노력이며 현재의 고난이 우리의 책임이듯, 미래의 번영도 우리의 결심에 달려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찾아야 할 희망 역시 ’우리 안’에 있다. 그 곳이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우리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