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요몇년 사이 서평을 묶어 책을 내는 일이 부쩍 잦아진 듯 하다. 그만큼 이제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할 만큼 우리나라 출판물의 양이 늘어났다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독서조차 남이 해놓은 것을 읽는 게으른 독자가 늘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책들이 꾸준히 발간되는 것은 일종의 ’엿보기’에 대한 심리가 강하게 작용된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읽은 책을 과연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고 느꼈을까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그 대상이 평소에 흠모하던 작가라면 더하지 않을까? 나 자신도 ’장정일의 독서일기’을 읽으며, 그 색다르거나 탁월한 식견에 몇 번이나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여기 또 한권의 서평을 묶은 책이 우리에게 선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왔던 비슷한 종류의 책과는 다른 느낌과 무게로 다가오는 책이다.  우선 저자가 박이문 교수님이다. ’한 철학자의 책읽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일생을 학문과 교육에만 전념해오신 노철학자분의 글이 가지는 무게감이 책을 읽기도 전에 압도해온다.  

 서평을 위해 선정한 책들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서양 고전인 ’방법서설’과 동양의 ’왕필의 노자주’에서부터 과학 철학서인 ’만들어진 신’, ’통섭’에 이르기까지 한 권 한 권이 쉬이 볼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그 깊은 연륜과 학식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 읽어온 책들의 축적된 안내자’ 역할을 자임한 저자의 겸손함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은 고전과 현대 철학, 과학을 아우르는 필독서들의 입문서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동시에 서평도 대가의 것은 역시 그 깊이가 남다르다는 사실로써 독자의 질투심(?)을 유발하기에 주의를 요한다. 비록 몇 권이나마  이 책에서 다룬 책들 중에 읽은 것이 있지만, 서평을 읽고 나니 과연 내가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고민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