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사나운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온유한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은 조용히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도 바뀌고 나도 바뀌어야 한다. 둘은 본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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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인터뷰어’의 매력을 처음 느낀 이는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이다. ’인터뷰이’에 뒤지지 않는 무게감을 바탕으로 한 대화는 마치 서부 영화의 대결과 같은 긴장감을 주었다. 세련된 검무를 보는 듯한 질문은 나로 하여금 신선한 시각과 발상을 엿보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신문의 인터뷰 기사들에 대한 실망감이 한 방에 날아갈 정도로 말이다.

 두 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분은 ’전업 인터뷰어’ 지승호씨이다. 김어준 총수가 날카롭다면, 지승호씨는 부드럽다. 인터뷰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한 정확한 질문은 솔직하면서도 내밀한 대답을 자연스레 이끌어내는 듯 하다. 일년에 세권씩 인터뷰를 묶어 책을 내오는 지승호씨가 이번에 인터뷰한 대상은 대마왕 신해철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은 귀에 감기는 것을 가볍게 마구 듣는 편이라, 깊이있는 평가보다는 부담없이 즐기는 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연예인’ 신해철에 관심 때문이었다.  음악인은 나와 다른 삶을 사는 것일까?  연예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책장을 바삐 넘기게 만들었다.

 결과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으로부터 시작된 질문과 대답은 숨가쁘게 mp3, 사회문제, 가정과 국가같은 주제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신해철’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것은 내가 지금껏 피상적으로 보아온 신해철의 행동이 그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인터뷰를 묶어서 책을 낼 만큼 신해철씨의 생각과 음악은 깊이가 있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고, 나와 남을 함께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자신의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있고, 다른 이의 신념을 존중할 수 있는 배려심이 있었다. 역시 예술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6번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는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자연스런 인터뷰를 글로 옮기는 데 따르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듯 하며, 지승호님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생활인 신해철, 음악인 신해철, 논객 신해철로 나누어 인터뷰 한 후, 이를 다시 통합하는 방식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