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엔론Enrom이 파산하면서 빚더미에 앉고 소송에 휘말렸을 때, 나는 1949년도 하버드 경영대학원 입학생들의 근황을 조사하고 있었다. 입학생 대부분은 현재 70대 후반으로 현역 시절 대기업을 경영했던 사람이 많았다. 엔론 스캔들에 관해 묻자 그들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중역진 급료, 촌지 관행, 그리고 무엇보다도 CEO들 사이에 만연한 거짓말을 지적하며 역겨운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들은 엔론과 타이코 등 대기업 중역진의 잘못을 설명하면서 ’가치’를 언급했다. 오늘날의 사업가들은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과거에는 그런 행동이 지금처럼 용인되지 않았다. 1949년도 입학생들에게 엔론 스캔들은 그렇게 간단했다
페이지 :  p.8 서문에서

 출처가 확실하진 않지만 ’어떤 나라도 사건 사고면 기사만을 읽으면 지옥과 다름없다’라는 말을 알고 있다. 부분만을 보면서 전체로 인식하기 쉽다는 말이다. 사람은 그래서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존재라고 했다. 경기가 안 좋은 요즘같은 때에 뉴스를 아예 보지 않는다고 체념어린 어조로 말하는 이도 여럿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남의 나라의 경우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 미국 등과 같은 선진국에 대해 좋은 점을 알리고 배우자는 책은 많아도 그 이면을 파헤치는 책은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간 출판된 몇 안되는 그런 책들을 살펴보면 감정적인 어조나 편벽된 주장이기가 쉽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 도전한 책이 있다. 미국에서 ’속임수’는 이제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용감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치팅컬처’이다.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사회과학 서적으로서의 미덕은 갖추고 있지 않다. 속임수 문화에 대한 저자의 사회과학적 가설이나 주장은 불행하게도 미약하다. 대신 새로운 현상인 ’치팅컬처’에 대한 방대하고 정확한 자료수집을 위한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할 만큼 차고 넘친다. 이 책은 속임수 문화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이어질 연구에 대한 좋은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을 듯한다.

 그렇다면 200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 의미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미국이라는 나라도 별수 없구나라는 또 한 번의 체념일까? 그래도 우리는 저 정도는 아니야 하는 안도감일까? 우리나라도 곧 머지않아 그렇게 될까라는 불안감일까? 그 대답은 치팅컬처를 읽어나갈 독자들 각자의 몫일 듯 하다. 분명한 것은 ’경쟁’이 이제 ’속임수’가 필수일 정도로 가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을 ’경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경제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개 ’경제’와 ’경제학’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실 경제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 경제학을 배우겠다는 것인데, 그러나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정치학을 배우는 사람은 없다. 건강에 관심이 있으면 운동을 하면 되지 굳이 체육학을 배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경제를 잘 알려면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언하건데 경제학은 일상의 행복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학문’이다. 경제학으로 밥을 먹겠다는 사람이나 학점을 위해서 그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생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경제를 잘 알고 싶다고? 그렇다면 어려운 경제학이나 경제 이론 따위를 배우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일이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바도 바로 그런 것이다. 경제학 따위는 던져버리고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배우자는 말이다.
페이지 :  p.7에서

 전에 서평을 올린 ’세상을 비추는 경제학’을 읽으면서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외국인 저자의 책인 관계로 우리와는 다소 생경한 사례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런 나의 갈증을 해소해 준 책이 바로 이 책 ’19금 경제학’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주로 2000년 이후의 대한민국의 경제이다. 가까운 사례들은 2008년의 것도 있으니 그야말로 ’따끈따근’하기까지 하다.

 최신 국내 사례만이 이 책의 강점은 아니다. 처음 도입부만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하고, 그 뒤엔 복잡한 수식과 경제 용어로 우리를 혼란에 빠뜨렸던 ’앞부분만 흥미롭고 쉬운’ 경제학 서적들과는 달리 서문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쉽고 재미있다. 시종일관 재치있는 문체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굳건한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경제학은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이 아니라(이 책의 한 챕터는 경제학자가 수학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어보이려고 한다’고 정확하게 비판한다.), 우리의 일반상식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올바르게’ 작동하는 시장(경제법칙)은 합리적이며, 거기서 경제활동을 하는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음을 저자는 조리있게 설명해준다.

 두 번째로 주장하는 것은 완벽한 시장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현실을 어쩔 수 없는 ’시장원리’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말은 다음과 같다; "상대방의 불행한 처지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노리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밀림이다. 악어가 늪에 빠진 얼룩말을 동정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러나 사람은 아무런 대가 없이도 늪에 빠진 사람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p.130에서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조그만 소망이 생겼다. 저자는 책에서 이 책이 얼마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나는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특히 대학생들의 경제학 개론으로써 많이 채택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경제도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경제학은 차가운 논리만큼 따뜻한 감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배웠으면 한다. 그 인기로 이 책이 판을 거듭하고, 각종 사례들을 계속 보완해나가면서 경제학 명저가 되었으면 한다.